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클로드 모네'는 안다. 백번 양보해서 이름을 모르더라도 대표 작품들을 보여주면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심지어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클로드 모네의 작품으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빛을 포착하여 사물에서 화가가 받은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인상주의'의 아버지이자 개척자가 바로 클로드 모네이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에서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이 떴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모네의 작품은 인기가 많은 만큼 직접 관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작인 「수련」의 연작 중 하나가 한국으로 온다는 이야기에 다들 흥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스러워하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모네의 작품은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몇몇은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겠다며 과격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실망하며 전시에 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안타까웠다. 모네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전시에 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노력과 사조를 따르는 이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조금은 투박할지도 모르는 붓질로 해사한 햇살과 장엄한 자연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사랑한다면 이번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에서 밀려오는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전시에 관심은 가지만 '안상주의'나 '안상파' 같은 단어가 낯설기만 하고 어려워서 방문이 망설여질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책을 한 권 추천하고자 한다.
저자인 '야마다 고로'는 도쿄도 출생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대학교에서 1년간 유학하며 서양미술사를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편집자, 평론가, 프리랜서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 채널 '야마다 고로의 어른을 위한 교양 강좌'에서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있기도 한데, 이 책은 그중에서 인상주의와 그 계보를 잇는 화가들을 소개한 회차를 활자로 정리한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어시스턴트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대화를 정돈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적었다는 점에서 다른 교양서와 차별화된다. 대화의 형식을 띤다는 점과 적당히 다듬어진 구어체 덕분에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도 쉽게 책을 읽어내릴 수 있다. 당사자성 발언이다. 흔들리는 KTX에서 노력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전시 티켓을 예약한 날, 그리고 서울로 가는 열차에서 책을 완독했는데 정말 잘한 일이라고 느껴진 순간이 있다. 바로 전시회장에 발을 들이고 나서 5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다르게 보인다
전시장 벽에 「파리와 인상주의 화가들 Paris and the Impressionists」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1874년 4월, 인상파 화가들의 첫 전시회가 파리 카푸신 가 35번지에서 열렸다. ··· 이 전시회에서 '인상파'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는데, 이는 미술 비평가 루이 르로이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를 두고 "단지 '인상'에 불과하다"고 조롱하며 붙인 이름이었다.
루이 르로이의 비평을 본 화가들은 '인상'이라는 단어를 유독 마음에 들어 하며 오히려 흡족해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름을 '인상파'라고 명명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인상주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야마다 고로가 당시 비평의 원문을 직접 읽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고로 그래서 그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우리가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와는 뉘앙스가 아주 달랐습니다.
어시 어? 지금까지 믿었던 정설이 뒤집히나요?
고로 우선 이 글을 쓴 루이 르루아라는 사람이 비난만 퍼부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기사에는 설정이 있었어요. 아카데미 고전주의에 심취해 있고 풍경화를 그리는 뱅상이라는 가상의 노작가가 루이 르루아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회를 둘러보는 이야기로 쓰여 있었어요. 즉, 고전주의 화가가 이 그림들을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뱅상의 입을 빌려서 말한 것으로, 오히려 고전주의자를 희화화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기존의 정설과 정반대였던 것이다. 루이 르루아는 오히려 인상파의 목적을 정확히 알아보았고, 그들을 존경했음을 알 수 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를 읽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만한 내용이다.
야마다 고로는 150전의 신문 기사를 프랑스어 사전까지 뒤져가며 열심히 해석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웹사이트인 갈리카를 방문하여 직접 원문을 다운받은 것이다. 그런 열정을 보며 그가 미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진정으로 미술을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이므로, 시중에 널린 미술 교양서 중에서도 손에 꼽게 알맹이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야마다 고로의 은밀한 추측
미술사에 대해서 직접 조사하고 공부하며 아는 것이 많아진 야마다 고로는 이런저런 추측을 해내기도 한다. 그가 추측하는 내용은 그럴듯하고 흥미로워서 계속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추측은 바로 모네의 「수련 연작」에 관한 것이었다.
해당 추측을 보고 더현대 전시회장에 가서 직접 「수련 연작」을 보니 애틋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모네에게 배신감도 들었다. 야마다 고로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갔다면 그저 아름답다, 색감이 온화하다, 예쁜 그림이다, 정도의 감상만이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전 정보와 개인의 상상력이 더해지자 더욱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야마다 고로가 개인적으로 했던 은밀한 추측은 도서에서 직접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전시를 더욱 고품격으로 즐기는 방법
물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방문해도 충분히 즐거운 전시다. 그림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고, 깊은 곳에서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네, 르누아르, 세잔, 쿠르베, 시슬레, 피사로, 시냐크, 하삼, 카사트, 휘슬러, 사전트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리고 굵게 표시한 화가들은 도서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상당 부분이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를 천천히 살펴보며 화가들의 일생과 작품을 기억하고 전시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같은 전시를 보더라도 퀄리티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당신의 지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며, 내면에서부터 올라오는 진심 어린 감동을 가져다줄 것이다.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와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예술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햇살을 애정하고 인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완독할 만한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