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6, 시댄스2026)가 9월 2일(수)부터 19일*토)까지 서울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올해 축제의 핵심 화두는 트랜스 “TRANSxTRANCE”다. 경계를 횡단하는 TRANS와 그 움직임 끝에서 도달하는 집단적 몰입과 연결의 상태인 TRANCE는, 공동체 언어로서 춤을 바라보며 질문한다. 몸은 우리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가.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국내초청 프로그램 중 열혈예술청년단(YULHYUL ARTS GROUP)의 [바디 그라데이션(BODYGRADATION)]을 관람했다. 작품 [바디 그라데이션]은 나루아트센터 스페이스 76에서 9월 8일(화)~9월 9일(수) 공연되었다. 2000년 창단된 열혈예술청년단은 장소, 특정적 공연, 기술 융복합 공연을 중심으로 당연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품 [바디 그라데이션]은 춤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인 움직임과 신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춤의 그라데이션을 펼치면서 발견되는 흥미롭고 다양한 현상들로 춤을 만들어낸다.
신체와 비신체의 사이에서
작품 [바디 그라데이션]이 공연된 나루아트센터 스페이스76은 공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전시와 행사도 병행하여 진행되는 다목적 공간이다. 폴딩도어로 구역을 정한 공연장 안에는 하얀 무대가 기다랗게 놓여 있다. 무대의 양 끝에는 오브제를 두는 선반과 퍼포머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각각 놓여 있다.
이러한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퍼포머는 자신의 몫을 마무리한 뒤에도 관객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관객은 서로를 마주보고 앉게 된다. 하얀 무대와 상반되게 네 명의 퍼포머는 모두 동일하게 검은 상·하의를 입었다. 검은 상·하의를 입은 상태롤 공연은 시작되지만, 공연 중 퍼포머는 상·하의를 걷어 올리거나 완전히 탈의하기 등의 행위를 반복한다.
작품 [바디 그라데이션]은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신발, 은색의 구, 물병, 몸의 형상을 따른 실리콘과 석고상 등. 퍼포머는 각자 오브제를 들고 오브제와 함께 있기 위한 행위를 시도한다. 이를테면 한쪽의 운동화를 착용한 뒤 바지를 걷어 올리는 등의 동작도 포함된다. 해당 오브제를 통해 퍼포머는 서로와 소통한다. 각자가 해당 오브제를 소화하는 방식은 상이하다. 그럼에도 각 동작의 공통점이라면 자신의 신체와 자신의 신체가 아닌 오브제, 즉 비신체 간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이다.
퍼포머가 물을 마실 때 같은 속도로 상자 안에 물을 쏟는다. 인간의 흉통과 상자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상자 안에서 인간의 상체를 본떠 만든 살구색의 실리콘을 꺼내어 그것을 이동시키거나 직접 탈의한 상체에 부착하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본떠 만든 부분 석고상들 앞에서 그 동작을 따라 하거나, 바닥에 미디어아트로 펼쳐진 누군가의 등 위에서 온 힘을 다해 춤추기도 한다. 우리의 살은 무엇인가. 우리는 신체인 것-퍼포머의 몸-과 신체가 아닌 것-각종 오브제와 미디어아트-을 훌륭히 구분해 내지만, 동시에 그 구분의 과정은 무엇이 몸인지를 질문한다.
춤을 추는 몸은 무엇인가
무엇이 몸인지에 대한 질문은 춤을 추는 몸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오브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은 ‘명확한 춤’으로 보이고, 또 어떤 것은 ‘춤인가’ 싶다. 이는 우리가 몸을 일정하게 정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춤에 대해서도 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미디어아트 속 움직이는 등은 분명 사람의 것이지만 우리는 그 등을 보고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아트 속 움직임은 하나의 배경이 될 뿐이다. 반대로 그 위에서 온 힘을 다해 동작을 이어가는 퍼포머는 춤을 추고 있다고 느낀다.
작품 [바디 그라데이션]은 이와 같이 춤에서부터 춤이 아닌 것까지, 몸에서부터 몸이 아닌 것까지를 점층적으로 나열해 춤을 생성, 소멸시키는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