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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전시]

실천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바뀔 수 있는가

by 최수인 에디터
2026.09.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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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배경 포스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KAIST 시각도구연구실 디자인 강이룬). © (재)광주비엔날레 16th Gwangju Biennale Poster (KAIST Visual Instruments Lab) © Gwangju Biennale Foundation_page-00.jpeg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고대의 아폴로의 토르소〉. 제16회 광주비엔날레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 시의 마지막 구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마주하고 자신의 무언가가 바뀌는 기분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강렬한 변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 그렇다면 이 내면적인 만남이 더 넓게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 한 사람에게 변화를 가져다준 문장이 다른 사람에게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9월 4일 저녁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막이 올랐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큰 규모로의 확장보다는 관람객이 모든 작품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밀도 높게 구성했다. 각 전시실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문장 아래 변화와 실천에 주목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가 아닌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실천(practice)에 집중한 것이다.


      전시실은 제1전시실부터 제5전시실까지 순서대로 ‘분자와 나(Molecules and Me)’, ‘신체와 관계(Bodies and Bonds)’, ‘풍경과 배움(Landscapes and Learning)’, ‘우주와 변화(Cosmos and Change)’, ‘공기와 발화(Air and Articulations)’로 이루어져 있다. 미시적 세계부터 개인의 삶, 사회와 역사,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전경, 사진 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jpg

      제1전시실 전경,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분자와 나’에서는 사물을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인 ‘분자’라는 개념을 사용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서로 다른 규모의 관계를 보여준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제주 화산암〉은 빠른 변화인 압력의 분출과 느린 변화인 식고 변형되는 과정이, 골딘+세네비의 〈송진 연못〉은 보호 용도와 자원 원료 용도가 공존한다. 키리 달레나의 〈지워진 슬로건〉과 〈라이프 마스크〉는 ‘대중과 공동체’와 ‘가족’이라는 사회적 단위의 대비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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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어머니집, 사진=최수인

       

       

      제2전시실 ‘신체와 관계’에서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율리우스 쿨러의 탁구 설치작품이 눈에 띈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삶이 깊이 변화한 여성들의 공동체인 ‘오월어머니집’의 회화 작품 역시 제2전시실에 전시되고 있었다. 인상깊었던 것은 소흐랍 후라의 〈삶은 다른 곳에〉.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어머니에 의한 긴장과 갈등, 돌봄과 애정을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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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라 고, 〈크래프트〉 사진=최수인

       

       

      제2, 제3전시실 사이의 외부통로에서는 안젤라 고의 〈크래프트〉가 매일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 5시에 진행된다. 광주의 ‘풍경’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신체’ 퍼포먼스는 제2전시실과 제3전시실을 잇는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3전시실 전경, 사진 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_1.jpg

      제3전시실 전경,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제3전시실 ‘풍경과 배움’은 우리가 흔히 풍경이라고 생각하는 자연이 아닌 도시와 그 도시를 받치고 있는 힘과 구조, 불평등 등을 먼저 주목하며 작은 반전을 준다. 풍경을 고정된 것보다는 우리가 살아하는 환경 그 자체로 보는 것이다. 이중 제임스 T. 홍의 〈사과〉는 정치인들의 공개 사과를 모은 영상물로, 비엔날레 전시관 외벽에 매일 7시부터 9시까지 투사되기도 한다.


      자연의 풍경 역시 보이는데, 허련, 허형, 허건, 허림, 허문으로 이어지는 〈운림산방〉은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시간 축적에 따른 실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다. 전시실 내에서 보이는 창 밖 풍경 역시 아름다우며, 전시의 일부로 허백련의 차 정신이 담긴 ‘춘설차’를 맛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제4전시실 ‘우주와 변화’는 분자 단위를 주목했던 제1전시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사사키 켄의 〈블랙홀 #엄지 구멍〉과 〈초코파이〉로 시작되는 제4전시실은 여러 영상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 전경, 사진 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_1.jpg

      제5전시실 전경,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 ‘공기와 발화’는 입장권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광장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제5전시실에는 재클린 키요미 고크의 〈어긋난 BPM(R로즈 변주곡)〉이 전시되어 있다. 미로의 벽처럼 자리하고 있는 투명한 공기주머니는 우리 폐가 숨을 쉬는 것처럼 간헐적으로 쪼그라들었다가 팽창한다. 함께 들리는 전자음악은 ‘클럽 공간의 해체’라는 말처럼 익숙한 음악을 어긋나게 만들며 관객들로 하여금 낯섦을 경험하게 한다.


      다섯 개의 전시실을 지나오며 ‘Molecules and Me’부터 ‘Air and Articulations’까지 우리는 서로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인 두 개의 주제 단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두 단어의 앞 글자는 같다. 두 개념이 서로 만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의미를 갖는 것은 이번 전시에서 줄곧 말했던 변화, 그리고 실천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지난 4일 개막식과 함께 긴 대장정을 시작한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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