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어른은 없지 않을까. 그 거짓이 작든 크든, 하얗든 검든, 상대를 위하든 아니든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 그건 거짓말이 된다.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빈말 못하고 솔직하다는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실은 그게 어떤 무능을 뜻하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라는 독백을 읽고, 나는 작중에서 ‘거짓말’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한 꺼풀 벗겨낸 기분이었다. 타인을 비방하려고 말한 진실보다, 타인을 위하여 말한 거짓이 더 어른스러운 행동에 가깝다고. 게다가 그 거짓말 자체가 우리를 성장시키기도 한다고.
김애란 작가의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지우, 채운, 소리의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배경으로 한다. 각 인물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존재하고, 그들은 나름대로 큰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우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의문점이 남아있으며 자신을 맡게 된 ‘선호 아저씨’에게 부채감을 품고 있다. 채운은 아버지를 찔렀으나, 당사자인 본인이 아닌 목격자인 어머니가 대신 수감되었다. 소리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나 동물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언뜻 보아도 가벼워 보이지는 않는 상황을 가진 세 학생은, 비밀이 지켜지거나 사실이 밝혀지면서 점차 자라나간다.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지니고 있다. 그 대상이나 방식은 다양하다. 가족이지만 남보다 못한 존재인 ‘그 사람’이 되기도, 손을 놓쳐 잃은 ‘누군가’가 되기도, 피가 섞인 가족보다 가까운 ‘반려동물’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이란 필연적으로 태어나서 죽어가는 존재기에, 독자들 또한 비슷한 듯 다른 고민을 하고 있을 터이다. 그런 점에서 본 작은 이에 대해 생각하고 인식하고 성숙해지는 인물들을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간접경험 매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학기 초 선생님이 제안한 일종의 자기소개로, 자신을 표현하는 말을 다섯 개 하되 그중 하나는 거짓말을 섞어 말해야 하는 게임이다. 본 작품에서 해당 게임은 초반부에 채운과 소리를 소개할 때 등장한 후, 최후반부에 ‘선호 아저씨’의 입에서 재등장한다. 이때, 선호 아저씨가 지우에게 말한 다섯 가지 자기소개는 결국 전부 다 진실이었다. 지우의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사실을 이야기해 낸 것이다. 공적으로 자신을 소개할 때는 반 전체가 알아도 좋을 사실만 이야기하는 반면, 선호 아저씨의 “대체 누가 저런 걸 거짓으로 꾸며낸단 말인가.”라고 할 정도의 진심은 두려울 정도로 가슴을 울리는 면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건 채운의 엄마가 작성한 편지를 읽으면서였다. ‘자식 대신 교도소에 들어간 어머니’라고 하면 보통은 자식의 미래를 위하여 수감되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나는 내가 한 선택들 때문에, 어느 순간 내가 품은 마음들 때문에 여기 있는 거야. 너 때문이 아니라. 그걸 알려주기 위해 이 글을 써. (p.181)
채운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 희생이 아니라는 엄마의 말은 어쩌면 채운뿐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길고 긴 시간이 지나서 무언가가 변했음을 느끼는, ‘성장’이 있었다는 증거처럼 여겨진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때로는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지만,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릿속에서 맴돌기도 한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서 지우의 ‘이미지화’, 즉 만화 그리기는 내재되어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다른 인물들에게 영향을 끼치며 그들을 성장시킨다. 그런 지우가 하는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도?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라는 말은 독자로 하여금 위로받게 만든다.
나도 사실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수많은 이별을 겪는다는 것, 더 많은 무게를 책임진다는 것과 동일하니까. 심지어 그 성장 과정은 고되기까지 하다.
하지만 삶은 이야기와 다를 테지. 언제고 성큼 다가와 우리의 뺨을 때릴 준비가 돼 있을 테지. 종이는 찢어지고 연필을 빼앗기는 일도 허다하겠지. (p.232)
지우가 말했듯 실망과 모욕을 겪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 긴 시간이 지나 돌아온 우리가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돌아온 거라면, 그런 우리 자신을 조금은 보듬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