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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4일 시작된 국립중앙박물관의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전시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소장되고 있는 미국 금융가 ‘로버트 리먼’의 컬렉션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에서 20세기 초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의 프랑스 회화들이 보인다. 이번 전시는 짧지만 강렬한 1부부터 인물화로 이루어진 2부, 풍경화가 중심이 되는 3부, 프랑스의 도시와 전원을 주제로 한 4부, 물을 표현하는 5부까지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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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피에르 오귀스토 코, 〈봄〉 / 라이문도 데 마드라소 이 가레, 〈가면 무도회 참가자들〉 /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앞에 모여있던 그림은 세 가지 인물화였다. 첫 번째로는 ‘피에르 오귀스토 코’의 . 피에르 오귀스트 코는 아카데미 교육을 받은 작가로, 아카데미 화풍(원칙을 지키는 기교와 사실성, 신화 등의 고상한 주제 등)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앞에 서면 거의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거대한 동시에 그 섬세함이 눈앞에서 느껴졌다.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는 빛과 그림자의 대조,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감이 눈에 띄었다. 당시 대중의 취향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이라는 설명이 있었는데, 2025년의 사람들도 취향은 여전한 듯싶었다.


다음은 ‘라이문도 데 마드라소 이 가레’의 가면 무도회 참가자들〉이라는 작품이었다. 마드라소 또한 아카데미 교육을 받은 작가이기 때문에 섬세하고 세밀한 옷 주름 표현 등 기교가 돋보였는데,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풍속적인 주제를 선택하고 있었다. 이전에 보았던 작품들보다 명확하고 높은 채도의 그림이었다. 묘사가 상당히 사실적이면서도 영화 속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기에 나도 다른 관람객들과 마찬가지로 한참을 그 앞에 머무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대표적인 인상주의 작품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 실렸던 그 그림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 그림은 총 6점의 작품이 있는데, 유화 완성작 4점과 유화 스케치 1점, 파스텔화 1점이다. 그중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소장된 유화 완성작 중 한 버전으로, 부드러운 표정과 분위기를 잘 포착해 낸 작품이다. 위 세 작품은 전부 어느 정도 크기가 있고, 선명한 색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에서는 전시장 벽의 색조와 그림에 자연스럽게 집중되는 조명, 액자의 무광 유리가 그림 속 인물들을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이런 인물화들을 제치고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4부에 전시되어 있던 두 점의 겨울 풍경화였다. ‘카미유 피사로’의 〈겨울 아침의 몽마르트 대로〉와, ‘알프레드 시슬레’의 〈모레의 외젠 무수아르 거리의 겨울 풍경〉. 어쩌면 내가 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해서, 겨울을 표현한 두 작품을 눈에 더 담고 싶어 한 탓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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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피사로, 〈겨울 아침의 몽마르트 대로

 

 

겨울 아침의 몽마르트 대로는 내가 그 시대 프랑스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속의 차가운 공기와 출근하는 사람들의 북적이는 소리 같은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면모가 있었다. 길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친근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인물화에는 그림 속 사람들의 서사가 있지만, 풍경화에는 또 다른 서사가 있다. 길의 특성은 수많은 사람이 향유한다는 데 있다. 도시 풍경화에서 불특정 다수가 밟은 그 거리는, 그 자체로 거리 시민들의 서사다. 연작을 찾아보면 같은 장소의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확연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이라서 카미유 피사로의 빛과 분위기를 포착하는 능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을 보고 문득 떠오르는 영상이 있었다. 1896년 프랑스의 리옹 지역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영상 속 사람들은 눈이 쌓인 길에서 눈싸움한다. 중간에 등장하는 자전거를 탄 사람이 넘어질 정도로, 지나가는 인물에게까지 가리지 않고 눈을 던져댄다. 19세기 말, 멀게만 느껴지던 130년 전 사람들이 영상 속 움직임을 통해 갑자기 친근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겨울 아침의 몽마르트 대로〉가 그려졌던 1897년과 거의 같은 시대이기 때문에, 작품 속 코트를 입은 멋진 사람들도 사실 이런 장난꾸러기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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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시슬레, 〈모레의 외젠 무수아르 거리의 겨울 풍경

 

  

알프레드 시슬레는 궂은 날씨에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했다. 그는 다양한 계절감과 날씨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효과를 화폭에 담고자 몰두했고, 특히 눈이 내리는 풍경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는 생의 마지막 20년을 파리 서남쪽 모레 쉬르 루앵이라는 마을에서 보냈다. 이 그림은 당시 살던 집 근처 거리 풍경을 그린 것이다. 시슬레는 차가운 느낌의 푸른색, 회색, 메마른 황색 등 미묘한 색조를 다양하게 사용해 겨울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레의 외젠 무수아르 거리의 겨울 풍경 또한 그렇다. 시슬레가 살던 바로 그 거리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그린 눈이 오는 풍경 작품. 사람들이 밟은 눈길의 발자국 자체가 각각의 서사가 된다. 그뿐 아니라 흐릿한 색깔 사이에서 빛나는 오묘한 붉은빛과 노란빛의 색감은 추운 겨울 너머 어떤 희망이 엿보인다.

 

풍경화는 인물화처럼 사람의 얼굴로서 나에게 직접 말을 걸어오지는 않는다. 대신 나 역시 그 공간에 섞여 들어간 듯한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함께 거리를 밟고, 차가운 겨울의 공기를 마시며, 과거와 연결되는 듯한 감각.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은 오는 3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다. 프랑스의 유명한 명화를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지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당신 또한 당신만의 명화를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디지털이 아닌 눈이라는 아주 좋은 성능의 그래픽 카드를 이용하여 명화를 관람해 보시라. 당신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작품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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