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과거에는 역사와 문화, 아름다운 풍경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그 도시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특별한 경험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경주는 오랫동안 문화유적지로 기억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의 경주는 조금 다르다.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개성 있는 맛집이 생겨났고,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먹으러 가는 여행지'라는 새로운 매력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경주월드까지 더해지니 하루 종일 놀고, 맛있는 음식으로 여행을 완성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
이번 여행 역시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경주월드에서 신나게 놀고 싶었다. 그렇게 직접 다녀와 보니, 경주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미식 여행지였다. 오늘은 여행 내내 만족했던 경주의 가성비 맛집 여섯 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경주 우일식당
경북 경주시 금성로247번길 28
★★★★★

경주 시외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백반집 우일식당이다. 돼지 주물럭 2인을 주문하면 근본 밥도둑 반찬들이 나오며 쌈이 함께 준비된다. 밥을 먹을 때 국물이 꼭 필요한 나는 둘이 갔기 때문에 주물럭 2인에 찌개까지 시키면 양이 너무 많을까봐 못 시키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찌개도 함께 나온다. 간이 세지 않은 동태찌개 같은 느낌의 슴슴하니 돼지 주물럭과 같이 먹기 좋았다.
이 메인 돼지주물럭은 진짜 할 말이 없었다. 눈으로 봤을 땐 맵고 간이 셀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본다면 밥과 쌈과 먹기 적당하며, 고추의 칼칼함이 더해져 양념은 말할 것도 없다. 가장 중요한 살고기는 비계와 적절히 섞여있어 쫄깃 꼬돌 재밌는 식감을 더했다. 밥도 고봉밥으로 한가득 담아주시니,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한상차림이었다.
가격도 2인을 시키면 22,000원으로 가성비 있는 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2. 경주 황리단길 십원빵
경상북도 경주시 황남동 325-4
★★★★★

꼭 십원빵을 먹겠다면, 많고 많은 십원빵 중 이 집을 추천한다. 쫀득 달달한 반죽 속 모짜렐라 뿐만 아니라 푸짐한 체다치즈 소스와 피자맛을 연상케 하는 옥수수피자치즈소스까지 넣어줘 손에 쥐는 순간부터 묵직했다. 반을 갈랐을 때 치즈가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십원빵을 먹으며 배부르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는 달랐다. 달짠달짠 쫀득 고소 치즈 쭈욱 늘어나는 십원빵은 여기가 최고다. 황리단길 처음 시작되는 길 우측에 있다. 황리단길을 찾는다면 한 번쯤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유명해서 먹는 음식과, 다시 먹고 싶어서 찾게 되는 음식은 다르다.
이곳의 십원빵은 후자에 가까웠다.
3. 경주 대게 닭강정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72
★★★☆☆

출출해져서 들른 대게 닭강정집. 경주 황리단길에서 꽤 유명한 거로 알고 있다. 내가 시킨 것은 대게 닭강정 소컵(5,000원)으로 대게와 닭강정이 같이 섞여있었다. 정말 작은 컵에 담겨져있으며 대게 맛이 진하게 느껴져서 나름 괜찮았다. 출출하고 맛이 궁금하다면 소컵으로도 적당하다.
황리단길에는 먹거리가 넘쳐난다. 그래서 모든 음식을 배부르게 먹기보다, 이렇게 소량으로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4. 경주 호텔 조식
경북 경주시 양정로261번길 7 에이치에비뉴 시청점
★★★★★

왜 갑자기 호텔이 나오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는 이번 여행의 호텔 또한 맛있는 음식이 조식으로 나오는지를 중점으로 찾아보았다. 그 결과 여러 에이치에비뉴가 있지만 그 중 시청점이 한식뷔페로 조식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되어 바로 예약했다.
여행으로 쌓인 피곤함을 이겨내고 로비를 지나 조식 먹는 곳으로 가면 아침마다 맛있는 한식이 차려져있다. 옆에 라면바와 빵, 그리고 수프까지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다. 고기와 국이 매일 바뀌며 반찬도 조금씩 바뀐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차려져있으며 식지 않고 따뜻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신경쓰시며, 부족한 반찬은 계속해서 채워주셨다. 간도 정말 알맞다.
잠을 이겨내고 배고프지 않음에도 많이 먹게 되는, 다시 찾고 싶은 조식이었다. 다음번에 경주 여행을 또 오게 된다면 호텔은 무조건 여기다.
5. 보불어탕명가
경북 경주시 보불로 174-17
★★★★★

차가 없다면 가기엔 부담스러운 곳에 위치해있지만, 차가 있다면 경주월드에서 실컷 놀고 보신하러 보불어탕명가에 가서 어탕손수제비를 시켜먹으면 된다.
밑반찬은 석박지와 취나물무침. 메뉴는 어탕 수제비, 칼국수, 해장국, 만둣국 등 다양하지만 어탕칼국수와 매운어탕수제비를 시켰다. (12,000원) 만일 비린 것을 잘 먹지 못한다면 매운 어탕수제비를 추천한다. 적당히 칼칼하며 매운맛이 어탕의 비린 맛을 잡아준다. 수제비를 시키면 작은 미니 공기밥도 함께 내어준다. 뜨끈한 수제비 한입에 석박지 한입, 취나물무침 한입, 겉절이 한입 먹으면 어느새 바닥이 보여간다. 그때쯤 밥을 말아 먹으면 정말 든든하다.
이 집의 반찬 중 취나물이 정말 요물이다. 무침양념이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한그릇이 사라져 계속 리필하게 된다. 단조롭지만 어탕이 돋보이게 만드는 딱 필요한 반찬 세 개로 멋진 식사를 할 수 있다. 경주월드에서 하루 종일 뛰어놀고 난 뒤 먹는 뜨끈한 어탕 한 그릇은 그 자체로 여행의 마침표였다.
어탕을 좋아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면 보불어탕명가를 추천.
6. 경주 밀면 본점
경북 경주시 시래둑길 7 한림원
★★★★★

불국사를 들렸다 오면 딱 좋은 시원한 밀면 맛집이다. 웨이팅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도착 전 앱을 통해 미리 웨이팅을 걸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 집은 밀면+석쇠불고기가 세트로 나오며 가격은 기본 8,500원, 물비빔을 시키면 500원이 더 추가된다. 그래도 만 원이 되지 않는 정말 가성비 맛집이다. 약간은 간이 센걸 원한다면 물비빔을 추천한다. 겨자와 식초를 취향것 넣고 비벼먹는다면 비빔과 육수의 비율이 최고로 좋다. 중간에 불고기까지 싸서 한 입 먹어준다면 더위도 싹 가실 맛이다.
여행지에서 줄을 서는 일은 망설여질 수 있지만, 이곳만큼은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경주의 여름을 가장 시원하게 기억하게 해준 한 끼였다.
7. 경주 교동 우엉김밥
경북 경주시 첨성로81번길 3 1층 경주교동우엉김밥
★★★★☆

경주에서 우엉김밥이 꽤나 유명하다고 알고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식사를 가볍게 하기 위해 유명 우엉김밥집에 포장하러 들렸지만 재료소진이라 교동 우엉김밥집에 들리게 되었다. 처음 보면 평범한 김밥이지만, 부재료로 안에 들어가는 우엉과 달리 쫀득하고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평범한 우엉무침이지만 사랑받아 온 이유를 한입 먹으면 알 수 있다. 매운맛 반 기본 반을 시켜 번갈아가며 먹으면 질리지 않고 딱 좋지만, 내 기준 김밥 양에 비해 우엉무침의 양이 조금 적은 듯 했다. 그래도 한 줄 포장해 이동하면서 먹기에도 좋고, 경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 한 끼로도 추천한다.
*
여행이 끝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의외로 사진보다 맛인 경우가 있다. 이번 경주 역시 유적과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맛있었던 음식들이었다. 좋은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여행을 다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경주가 역사 도시를 넘어 '먹으러 가는 여행지'로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만약 경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늘 소개한 여섯 곳에서 경주의 또 다른 매력을 직접 맛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