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나를 찾고 싶을 때 나는 제주도로 떠난다. 진한 녹색의 숲, 내게 키를 맞춰 주는 작은 건물들과 기댈 수 있는 돌담. 자연이 들려주는 맑은 종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푸른빛을 향해 따라가다 보면 투명하게 속을 보여주는 하늘색의 바다와 윤슬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제주도.
나는 보통 관광보단 맛과 분위기를 즐기러 가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정말 애정하는 동네가 있다. 바로 세화와 종달리. 작은 마을이지만 정말 네잎클로버가 잔뜩 숨어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연속 3, 4번 이상 루틴처럼 다닌 맛집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새로운 제주의 맛도 원하지만 이 맛을 포기하지 못해, 늘 고향의 친구를 만나듯 시간을 내서라도 찾아가는 네잎클로버 같은 맛과 분위기.

독고집 성산점
나는 여행에서 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비행기는 가장 저렴한 편으로 끊는 편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늦오후쯤이 되는데, 성산으로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면 배고플 저녁 시간이 된다. 그렇게 들어가면 신경 써서 오느라 긴장한 나는 가장 행복한 맛을 마주하고 제주에 도착했음을 느낀다.
제주도 도민 맛집이자, 육지 사람이 인정한 맛집. 고기 먹고 싶으면 무조건 여기 갔으면 좋겠다. 여행 중 가장 짜릿하고 기억에 남는 맛 1위.

초가성비까진 아니지만 흑돼지 구이 전문점에서 좋은 가격과 서비스 그리고 연탄불 향을 가득 머금고 있는 이 선택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맛있는 흑돼지를 먹을 수 있다.
좋은 점은 딱 고기와 먹기 좋은 반찬들만 깔끔하게 있다는 점이다. 명이 나물과 소금 쌈장 그리고 멜젓이 킥이다. 멜젓은 멸치젓의 제주 방언으로, 멸치를 소금에 절여 삭힌 젓갈을 뜻하는데,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고기를 멸치 젓갈에 찍어 먹는다는 게 조금 낯설기도 했고 쌈장처럼 찍어 먹는 줄 알고 그렇게 먹었을 때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도민에게 먹는 법을 듣고 나서는 달라졌다. 멜젓에 생마늘을 넣고 청양고추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팔팔 끓여준다. 그리고 멜젓에 살짝 찍는 것이 아닌 푹 찍어 한입 먹어보면 바다의 감칠맛이 온몸을 감싸는 자극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이후로는 고깃집에 멜젓이 나오지 않으면 아쉬울 정도가 되었다.
23년에 처음 와서 고기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라는 나와 친구의 생각을 바꿔준 맛. 첫 입을 먹고 콧구멍 확장 시키며 추가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16:00시부터 22시 20분까지다. 21시 20분 라스트 오더니 참고하시길. 여기 꼭 예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안 해서 좀 오래 기다렸지만 후회 없는 맛집이다.
성산 물고기자리
여긴 만족도 100프로인 모둠 회 코스 집이다. 내가 갔을 땐 1인당 25,000원이었는데 현재는 인당 30,000원이다. 하지만 이 가격에도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하는 맛집이다.
이리저리 반찬이 나오는데 특히 여기 작은 황게장이 정말 맛있다. 여기서 게장 처음 먹어봤는데 살 가득 차 있고 달달하다. 황게장은 원래 단 걸까? 사장님 예약을 미리 받아 준비하시기 때문에 음식 자체가 아주 깔끔하고 정갈했다.
그리고 신선함이 잘 느껴졌다. 혼자 요리와 관리를 하셔서 그런지 퀄리티도 일관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 나는 4인으로 갔을 때 이 참돔 머리 구이를 받았고 2인 오신 분들은 다른 생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담백하고 맛났다.
제주도에선 정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여행이라서 여행이기에 새로운 경험이 두렵지 않다. 도전의 싹을 틔우고 먹은 새로운 맛에 내 세상은 한 뼘 더 넓어진다.

맑은 탕은 갈칫국과 비슷한 맛이지만 다르다. 뼈를 푹 끓이신 건지 맑기보단 뽀얗다. 그 간의 식사를 마무리해 주듯 칼칼한 맛과 생선의 감칠맛이 진하게 우러나온 맛이었다. 배가 터질 듯했지만 입안에 남아도는 맛에 또 숟가락 들었다. 국물을 먹고 있으면 마지막으로 알밥이 나오는데 너무 배부르기도 하고 먹어보지 않아 안 먹는 음식이 되었다.
익숙한 음식만 먹어서 새로운 거에 도전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렇게 살다가 우연히 새로운 음식을 접하고 도전하며 깨는 편인데, 이번에도 친구들이 날 이끌어주었다. 끝없는 권유에 한입 먹어본 알밥은 너무 맛있었다. “국물이 너무 맛있는데 배 터져도 밥을 안 먹을 순 없잖아~” 나는 민망한 듯 너스레를 떨며 덜어둔 밥을 끝까지 먹었다.
그렇게 배불러서 도저히 못 먹겠다를 말하며, 다 먹고 윤기나게 나왔다. 진짜 만족도 100프로인 코스요리였다. 예약은 무조건 5일 전부터 받으신다. 예약 안 하면 못 가니 꼭 예약하시길. 성산에 오래도록 계셔주세요.

세화 연미정
이번엔 처음 간 식당이지만 정말 아주 만족했던 식당이기도 또 제주도를 간다면 갈 식당이라 소개하고 싶다. 가성비 있게 전복구이 or 전복 회, 전복 솥밥, 고등어구이, 해물뚝배기를 38,000원에 먹을 수 있다. 너무 맛있었고 제주도를 다녀온 지인이 추천해 준 따뜻한 밥 집이다. 보장된 맛집이니 꼭 가보시길 추천하는 마음.

혼자 오지 않아도 혼밥 세트를 시킬 수 있다. 혼밥 세트 구성이 정말 괜찮다. 전복 솥밥을 시키면 숭늉도 따라오고 미역국도 주신다. 근데 고등어가 서비스로 나온다.
여기서 다가 아니다. 또 전복 구이나 전복 회 중에 하나를 또 주신다. 세화에는 혼자 오는 여행객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배려해 많은 것들을 맛보게 해주고 싶은 정 많은 사장님의 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난 혼밥 세트에 구성을 전복 구이로 하고 해물 뚝배기를 추가로 시켰다.
추천해 준 언니가 전복구이가 정말 맛있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직접 경험해 보니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짭짤하고 고소한 풍미가 느껴진다. 따뜻할 때 먹는 게 맛있으니 꼭 뜨거울 때 드시길. 이빨 제거를 할 줄 몰라 사장님이 해주셨는데 친절하게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셔서 더 좋았다.

고등어는 오븐에 구운 듯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기름이 잘 올라와 있었고 속은 촉촉하고 짭조름한 고등어의 맛이었다. 따뜻한 국물이 필요해서 시킨 해물뚝배기. 밥과 함께 나오고 홍합, 작은 조개들, 새우, 딱새우, 전복도 2마리나 들어있다. 애호박 버섯 쑥갓 등도 많이 들어있었는데 풍부한 재료가 들어간 만큼 맛도 참 좋았다. 솥밥이나 뚝배기를 시키면 고등어가 서비스인데 반 마리씩 나온다. 우리는 뚝배기 솥밥 다 시켰으니 고등어 한 마리가 나왔다.
전복 솥밥 한 숟가락에 오징어 젓갈을 크게 한입 먹으면 저절로 다른 것들에게도 손이 간다. 해물 뚝배기로 속을 내리고 바삭하고 기름진 짭짤한 고등어 한입을 먹어주면 다양한 맛들에게 대접받는 느낌이 난다. 그렇게 게눈 감추듯 먹으면 마지막에 큰 만족의 표시로 으아 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먹고 계좌이체를 하면 4000원 할인이 들어가는데, 그래서 이 구성을 38,000원에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지인 추천으로 가는 맛집이 많다. 대개 실패할 확률도 없고 맛도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만큼 나도 맛집 추천을 할 때 신중을 가해 알려주기에 오늘 맛집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는 곳들만 꼽아봤다. 항상 제주도를 다녀오면 좋은 기운을 얻어 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출발과 끝에는 기운이 가득 담긴 한상들이 있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성산과 세화 안에서 한압 가득 사계절의 맛과 소리를 가득 담아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내리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