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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함께보는 여름밤,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 - 남매의 여름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 배리어프리 버전

by 윤희지 에디터
2026.07.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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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영화 「남매의 여름밤」을 보기 위해 충무아트센터 씨네마로 향했다. 「남매의 여름밤」은 방학 동안 할아버지의 오래된 주택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가 아빠, 고모와 함께 보내는 여름날의 일상을 그려낸 영화다. 흔히 어떤 순간의 분위기가 완벽할 때 ‘이 조명, 온도, 습도’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날이 딱 그랬다. 상영관을 찾았던 저녁의 따뜻하고 느린 공기와 스크린이 품은 특유의 계절감이 기분 좋게 어우러졌다.

 

이날의 저녁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함께보는 여름밤’ 행사였기 때문이다. 이날 극장에서는 2020년 개봉한 영화 「남매의 여름밤」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했다. 음성해설 대본은 서수연 작가가 작성하고, 연출은 영화를 만든 윤단비 감독이, 내레이션은 박정민 배우가 맡았다. 관람에 앞서 서수연 작가의 저서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을 통해 음성해설 작업의 깊이를 미리 접하긴 했지만, 상영관에서 모두와 함께 듣는 개방형 음성해설 관람은 처음이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영화가 시작되자 박정민 배우의 차분하고 나긋한 목소리가 장내를 차분하게 감쌌다. 이번 상영은 음성해설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해설도 함께 제공되었다. 배경음악이 흐를 때마다 스크린 한쪽에 음표 기호와 함께 음악의 유무를 알려주는 자막이나, 옥주와 동주의 고모부가 집 밖에 찾아온 장면에서 인물을 즉시 특정하지 않고 ‘남자’라는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 등이 눈에 띄었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에서 보았던 ‘음성해설 작가의 전술들(60쪽)’을 실제 영상에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카메라의 시선이 미처 닿지 않는 시·청각적 빈틈을 스포일러 없이 정교하게 채우기 위해 단어 하나, 표현 하나를 두고 얼마나 고뇌했을지 작가의 세심한 흔적이 귓가와 눈앞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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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후에는 이다혜 진행자와 서수연 작가가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무대 위에서 나누는 대화는 관객이 스크린 너머로 접했던 음성해설 뒤편의 세심한 고민과 노력을 생생하게 전해 주었다. 특히 영화 「남매의 여름밤」처럼 배경음악이 절제된 작품일수록 해설을 덜어내고 문소리, 호흡 소리, 바람 소리 같은 생활 소음을 살려내는 것이 작가의 핵심 목표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화면 속 오후 4시 53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지나치지 않고 해설로 세심히 짚어낸 비하인드 역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여름날 할아버지의 옛 2층집에서 느껴지던 서정적인 시간의 흐름과,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을 법한 어린 시절의 감각을 불러오고자 고민했던 흔적이었기 때문이다. 음성해설이 단순한 시각 정보의 번역을 넘어, 관객의 저마다 다른 기억과 온기를 깨우는 섬세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한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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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영상 매체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접근성 문제로 확장되었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에서 서수연 작가는 ‘무장애’나 ‘배리어프리’라는 말 대신 ‘접근성(accessibility)’이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밝힌다. ‘무장애’가 장애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면, ‘접근성’은 주어진 예산과 인력이라는 현실적 조건 속에서 최선을 찾아가는 과정과 유연함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모든 장벽을 한 번에 없애려다 기획자의 무리한 희생을 낳는 방식이 아니라,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실행하고 피드백을 수용해 나가는 지속 가능한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접근성의 본질은 ‘무엇을 얼마나 목록 채우듯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관객을 맞이하는 마음과 태도에 있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에서 언급된 접근성 문제는 극장 상영 환경에 관한 것이었다. 영화를 예매할 때 잔여 좌석 150석 중 단 4석만 남아있어 황급히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주황색으로 칠해진 휠체어석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평소 예매창에서 휠체어석 표시를 보면서도, 그저 남겨진 잔여 좌석 정도로 여겼을 뿐 그 공간이 상영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해 왔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다혜 모더레이터는 관객이 맨 뒤쪽 문으로 입장하는 상영관인데도 정작 휠체어석은 맨 앞에 배치되어 있는 등, 현장의 무신경한 현실을 짚어냈다. 특히 요즘처럼 극장 내 인력이 줄어든 환경에서는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직원의 도움 없이 제대로 입장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서수연 작가는 어느 한 번에 모든 것을 완벽히 해결하려 하기보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 나가는 다정한 사회로의 과정”이라 말하며, 서로 배우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책으로 읽었던 고민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참여한 관객들의 마음 자체가 곧 따뜻함이라는 작가의 회답은 장내를 훈훈하게 채웠다. 타인의 자리에 서보려는 작고 다정한 노력들이 모일 때 비로소 모두가 소외 없이 같은 공간에서 웃고 즐길 수 있다는 진심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 시간이었다.

 

또한 2시간 가까운 영화의 음성해설 대본 80여 페이지를 감정을 배제한 채 균일한 톤으로 3시간 반 동안 낭독해 낸 박정민 배우의 노고 등 제작 현장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정보 전달을 위해 개인의 감정을 누르고 목소리의 볼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음성해설 낭독의 특성은, 이 작업이 수많은 이들의 세심한 계산과 절제 위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 역시 음성해설을 오디오북처럼 즐기며 소장한다는 이야기가 더해졌다. 접근성으로 시작된 소리의 언어가 결국 모두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음성해설이 지닌 가능성을 한번 더 되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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