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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회를 맞이한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이하 메가필드)이 8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성황리에 축제를 마무리했다. 그간 연세대 노천극장, 난지 한강공원 등 야외를 무대로 해온 메가필드는 올해 새로운 시도를 택했다. ‘실내 도심형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콘셉트 아래, 일산 킨텍스(KINTEX)의 넓은 전시장에서 개최된 것이다.

 

불볕더위와 폭우 속에서 비일상의 감각을 경험하는 야외 페스티벌의 대체 불가능한 매력도 분명 존재하지만, 한반도 역사상 가장 더웠던 올여름처럼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씨 앞에서는 선택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의 야외 페스티벌 역시 매년 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무대와 식도락에 몰입할 수 있는 메가필드는 분명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의심할 여지없이 음악 페스티벌의 전성기인 요즘이다. 작년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는 사흘간 15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고, 워터밤은 높은 대중 인지도를 확보하며 전국 투어를 진행했다. 각종 페스티벌 티켓은 연일 매진되고, 온라인 쇼핑몰에는 ‘페스티벌 룩’을 내세운 여름 의류가 넘쳐난다. 실내 페스티벌도 왕왕 개최되고 있지만, 메가필드는 그 중에서도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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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 이상의 스테이지가 운영되는 페스티벌에 가면, 욕심 많은 관객들은 타임테이블을 참고해 자신만의 일정표를 짠다. 이상적인 경우, 좋아하는 가수들의 무대가 한 스테이지에 연달아 배치되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나 스테이지에 겹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스테이지 간 이동 시간, 식사와 휴식 시간까지 고려한 동선 계획은 필수다. 물론 그런 바쁜 일정조차 페스티벌의 일부이자 묘미로 여겨지기도 한다.

 

메가필드는 킨텍스의 넓은 전시장 구조를 활용해 두 개의 스테이지를 나란히 배치했고, 두 무대가 번갈아 열리고 닫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덕분에 관객은 무대를 놓치지 않고 모두 관람할 수 있었고, 사운드체크와 세트 변경에 걸리는 시간도 10분 내외로 줄어들어 지연 없이 다음 무대를 바로 이어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또한 스테이지와 스탠딩존, 그 주변의 시팅존과 피크닉존 뒤로는 긴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대학 축제를 연상케 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점도 관람의 만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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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가필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이었다. 1일차에는 공원, 지수연밴드, 김뮤지엄×도유카, 윤산하, 홍이삭, 하성운, 정은지, 이승기, 이창섭이 서브 헤드라이너로 참여했고, god가 헤드라이너로 무대를 장식했다.

 

킨텍스행에 기꺼이 동참해준 친구와 나는 아이돌을 계기로 친해져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페스티벌을 계기로 오랜만에 얼굴을 본 우리는 간단히 배를 채운 뒤 스탠딩존으로 향했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막내에서 솔로 가수로 도약한 윤산하의 무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윤산하는 00년생이지만 10년차의 노련한 무대 매너로 화려한 댄스 무대와 달콤한 발라드를 오가며 40분간 무대를 채웠다. 친구와 나는 ‘돌덕’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들었고, 그렇게 점점 페스티벌의 분위기에 젖어들어 갔다.

 

하성운의 무대도 기꺼이 시팅존을 나와 스탠딩존으로 뛰어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룹에서 솔로로 활동을 시작한지도 어언 5년째인 그는 여전히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도 활기찬 무대를 선보였다. 2019년 발매된 그의 첫 솔로 앨범 「My Moment」에 수록된 「오.꼭.말」이나 2021년 활동한 타이틀곡 「스니커즈 (Sneakers)」 등 반가운 곡들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윤산하와 하성운의 무대는 이날 god 김태우의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와서 다른 가수를 보다 팬이 되는 게 페스티벌의 묘미가 아니겠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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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다양한 음악과 공연을 좋아하는 덕에 음악 페스티벌에 꽤 많은 돈을 태우며 음악 페스티벌 붐을 체감해왔다. 그 과정에서 갖게 된 인식은 음악 페스티벌은 힙하고 ‘쿨’함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젊은 층 중심의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메가필드는 분명 다른 색의 에너지를 전했다. 특히 헤드라이너였던 god의 영향으로 00년대에 소녀팬이었던, 여성 관객이 다수 자리했고, 가족 단위 관객과 중년 관객도 많았다.

 

그때문에 정은지와 이승기의 무대는 그날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으리라 감히 예상한다. 그룹 에이핑크로 활동해온 정은지는 2022년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log」의 수록곡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흰수염고래」를 선보였고, 배우로도 눈도장을 찍었던  「응답하라 1997」의 ost  「All For You」와 올해 3월 서인국과 다시 호흡을 맞춘 젝스키스 원곡의 「커플 (Couple)」까지 선보이며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을 자극했다.

 

이승기가 채운 1시간은 그시절의 온국민 대통합 광경이 재현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다. 한때는 자녀와 부모님이 함께 TV 음악방송을 함께 보았던 때가 있었다. 달리 말해 ‘국민가요’라고 부를 만한 대중적인 가요가 있었던 때다. 이승기는 「Smile Boy」, 「여행을 떠나요」, 「내 여자라니까」, 「결혼해 줄래 (Feat. BIZNIZ)」 등 국민가요급 세트리스트로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갔다. 2000년대를 지나온 관객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기억을 꺼내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 또한 부모님의 차 뒷자리로, 월드컵의 주제가가 흘러나오던 TV 앞으로 되돌아가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국민가요라는 타이틀이 붙기 힘들어진 요즘 같은 파편화된 음악 시장에서, 페스티벌 현장에 흐르는 아날로그와 2000년대의 감성은 역설적으로 신선한 에너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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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마지막 무대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장수 그룹 god가 채웠다. 스탠딩존과 피크닉존을 가득 채운 하늘색 풍선 응원봉, ‘하풍봉’의 물결은 god와 팬들이 함께한 세월의 견고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어느 페스티벌에 가든 가장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장면은 스탠딩존을 메운 관객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응원봉과 박수, 환호로 반응을 주고받는 순간이다. 페스티벌이든 콘서트든 그 장면에는 언제나 열정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종종 그 집단 안에 속하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를 느낀다. 그건 부러움이라기보다 가수와의 교감, 팬들 간의 암묵적인 연결감, 어떤 곡이 나와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치는 분위기에 대한 동경에 가까울 것이다.

 

그날의 공연을 보며 자연스레 미래를 상상하게 됐다. 언젠가 저들처럼 20년 뒤에도 여전히 공연장에 모이고, 다시 만난 친구들과 응원봉을 흔들고, 추억이 깃든 옛노래에 웃고 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꿈꿨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풍경이 될 수 있기를,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로 오래도록 이어지는 무언가를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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