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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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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친구가 버섯을 안 먹는다. 나는 버섯 전골에 환장하는데, 친구는 팽이 버섯 말고는 먹지 않는다. 다른 버섯은 안 먹는데 왜 팽이 버섯만 먹을까. 느타리, 목이, 노루궁뎅이, 새송이… 친구에게 선택받지 못한 수많은 버섯들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다. 왜 하필 팽이만이 친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까. 버섯의 물컹한 식감은 어디서 온걸까. 버섯은 균인데, 누가 처음 버섯을 먹을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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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존재하던 은은한 궁금증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버섯 독립 선언문으로 시작을 알리는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버섯이 쓴 버섯 잡지이다. 오랜동안 버섯을 식물로 분류하던 인간 과학계의 무지를 알리며, “우리는 버섯이다!” 라고 외치는 버섯들의 이야기. 그 신비로움을 극대화해주는 환상적인 일러스트. 눈이 즐거운 페이지들이 한 무더기로 쏟아진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책의 구성이다. 백과사전과 잡지 그리고 그림책을 모두 합쳐놓은 듯하다. 2024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데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이 독특한 컨셉일 것이다. 친근하고 귀여운 그림들에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들.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아이들이 읽기에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 물론 그 불친절함이 적극성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교육의 훌륭한 길잡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버섯의 실사를 보기 위해 구글을 키고, 등장하는 용어들의 정확한 의미와 관계를 알기 위해 맨 뒷장을 뒤적거린다.

 

전문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한다기보다는, 딱딱하지 않게 풀어낸다. 유희와 예시를 통해서 유연하게 전달한다. 잡지의 특성상 부분부분을 뜯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무엇보다 탄탄히 깔려있는 감수성과 재치가 매력적이다. 버섯들은 버섯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한 번 터진 입은 주체할 줄 모르나보다. 버섯 인터뷰, 버섯 시인이 쓴 시, 버섯의 신화, 버섯을 활용한 실험 다양한 주제로 기획된 코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흥미로운 버섯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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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나는 버섯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발광 버섯은 80종 정도이며, 모두 죽은 식물체를 분해해서 먹고 산다고 한다. 유독 신기한건 부채 버섯(목재부후균)인데, 미국에서만 초록빛을 낸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버섯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빛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북미에 이 버섯을 즐겨 먹는 흰꼬리 사슴과 서로 무언가 신호를 주고 받는 것은 아니냐는 과학적 가설이 있다는 점도 재밌다. 어쨌든 이 부채 버섯에 매료된 나는, 미스버섯 유니버스에서 당당히 한 표를 줄 것을 결심했다.


놀라운 이야기가 많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버섯이자 유기체를 기록한 잣뽕나무버섯은 1988년 기준 965헥타르에 무게는 수백톤에 달하고(1988년 기준), 가장 비싼 버섯을 기록한 흰 트러플은 1.5킬로그램에 33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한다(2007년 기준). 달력 형식으로 버섯의 한 해를 보여주기도 하고 (다가오는 3월은 느타리 버섯의 달이다.), 개미의 뇌를 갉아먹는 좀비개미곰팡이를 소개해주고, 버섯의 갓으로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빵을 굽고, 맥주를 만들고, 항생제를 제조하면서 효모들의 노동에 보상하지않은 모든 제빵사와 양조업자 그리고 제약업자들을 향해 "인간을 고발합니다"라고 말하는 버섯들의 마음은 어떨까-하며 상상해보기도 한다.

 

 

 

운명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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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와 곰팡이의 만남이 인상 깊었다. 편집자는 ‘지의류 공동주택’의 주민인 조류(Algae) 부인과 곰팡이 씨를 인터뷰했다. 둘은 노부부처럼 투닥투닥거리며 대답을 했고, 결국 편집자에게 불씨가 튀어 급하게 마무리된 흐름이 유쾌하다.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주목할 만 가치를 갖고 있는 듯하다.


지의류는 조류와 균류의 공생체이다. 둘은 강하게 공생하여 거의 하나의 개체처럼 보이는 생명체이다. 그 둘은 분명하게 역할이 나뉘어져있다.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조류는 태양광 패널과 요리를 담당한다. (균류와 달리 광합성을 할 수 있기에 먹이를 생산한다.) 균류는 그 둘이 사는 집을 유지한다. (집과 몸을 만든다.) 힘을 합친 둘은 흙 없는 바위에서도, 사막이나 고산지대에서도 살 수 있다. 처음 접하는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추가적으로 구글링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우리가 과학 시간에 쓰는 그 리트머스 종이가 지의류(리트머스 이끼)를 갈아서 정제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어서 등장하는 나비와 지의류의 관계에 대한 관점도 꽤나 감동적이다. 꽃을 피우지 못하는 지의류에게 꽃이 되어주는 나비의 이야기. 디사욱세스 안실라 나방을 통해서 스스로는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몹시 원할 때, 그걸 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보라는 메시지를 준다. 마치 작은 숲과 같은 지의류의 세상은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것들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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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버섯에서 시작해 균, 곰팡이, 지의류, 조류, 효모, 점균류…. 넓은 생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버섯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결코 버섯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인상 깊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도 아마 인간 잡지를 만든다면 인간이 아닌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새삼스럽게 모든 생명이 숲으로 함께 엮여있음을 느끼고, 하나는 전체이고 전체는 하나라는 (강철의 연금술사) 말이 떠올랐다.

 

 
“숲은 누구에게나 넉넉하단다. 그걸 기억해라.” 할아버지가 내게 말씀하셨다. “다만 오지 않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아. 우리는 기쁨을 찾으러 숲으로 가는거야.”
 

 

마라탕에 넣는 버섯 정도를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결국 숲을 보게 됐다. 버섯이라는 작은 존재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넓은 생명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책은 숲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버섯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도, 버섯을 싫어하는 친구에게도 이 책은 좋은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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