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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더없이 숭고한 가치 [영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함께 살아가자

by 정예진 에디터
2026.07.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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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986년 영화로, 한국에서는 2004년 개봉. 게다가 최근 2026년 1월 한국에서 재개봉하며 다시 한번 찬사받게 된 작품이 있다. 어렸을 적에 감상했을 때는 나이대에 맞지 않는 어렵고 복잡함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던지라 나에게 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힘겨웠던 작품이었다.

 

최근 본격적으로 영화관에서 감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OTT에서 우연히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었다. 풀리지 못한 실마리처럼 자연스레 하나씩 다시금 마주하고 싶었고, 평소에도 작품의 OST를 굉장히 애정하는지라 그 자리에 멍하니 시선을 빼앗기게 되었다.


‘로봇병’, 작품을 감상한 사람이라면 기억 속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꽤 자주 등장하여 큰 존재감을 비추었던,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영화 초반에 군대에 의해 오랫동안 붙잡혀진 여주인공 시타를 보호하기 위하여 ‘로봇병’은 명칭 그대로 인간에게 반격을 시도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격과 보복을 위한 학살 병과 다를 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 후반부에 ‘로봇병’은 완전히 다른 존재로서 등장한다. 파즈와 시타가 라퓨타에 도달하자, 사람을 공격하고 살상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로봇병은 생명과 정원을 돌보고 자연을 가꾸는 존재로 대지를 딛고 있었다. ‘위험한’ 로봇은 시타에게 작고 귀여운 한 송이 꽃을 슬며시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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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한 발전을 이루며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분명하다는 로봇, 이들은 정말 위험한 것이 맞을까? 과연 여기서 인간의 존재는 무엇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인가? 발전된 문명과 과학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활용하는지 그 과정과 그로 인한 대가는 전부 우리 인류에게 강한 책임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결코 배제할 수 없는 AI 기술 또한 작품에서 은은하게 정의할 수 있음을 느낀다. 작품의 주인공인 소년 파즈가 사는 마을은, 첨단 기술은 볼 수 없으며 온 마을 사람들이 직접 손수 제작한 기술과 기계들로 자급자족하고 있었다.

 

이는 사람의 손길이 철저히 배제된 채 자동으로 움직이는 첨단 기술로 터전을 이룬 라퓨타와는 완전히 대조된 모습이었다.

 

“너희 일족은 그런 것도 잊어버렸나? 정확히 말해 2500년 전에 라퓨타에는 사람이 없어졌지. 봐라, 이 뛰어난 기계들을. 여기서 라퓨타 인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생산되고 있었어.“

 

최근 시간의 흐름에 편승하여 가장 많이 듣고, 떠들게 되었던 이슈 중 한 가지는 바로 AI일 것이다. AI가 이끄는 성공적인 미래, 인류에게 주는 크나큰 희망적인 이점. 이 모든 것에 인류는 점차 익숙해지고 있고, AI를 통한 편리성은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 지켜야만 하는 보배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무스카가 이야기한 방금의 대사는, 현재 AI의 발전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것이고 결국은 이것이 직업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을 빼앗게 될 것 혹은 그렇지는 않을 것’ 이라는 논쟁의 소용돌이와도 크게 관통한다.

 

 

AI 기술은 노동과 생명에 대한 모독입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감독은 ‘천공의 성 라퓨타’ 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어떻게든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알리려 애썼다. AI가 삶의 편의성을 흩뿌리며 많은 인격과 방대한 노력을 대체하고 있고 인간의 생각은 서서히 몰개성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현실에 맞섰다.

 

첨단 기술은 볼 수 없지만 온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손길이 거쳐 움직이는 파즈의 마을은, 강인한 생명력과 동시에 많은 사람이 잃어버렸고 또 잃어가고 있는 노동의 가치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부유하지 않지만, 온정으로 서로를 돌본다. 작품 속 여주인공 시타가 자신을 잡으러 온 군대에게 신랄하게 쫓기자 엄격히 이를 남의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파즈의 삼촌 격인 아저씨는 시타를 지키기 위하여 군대와 맨몸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공동체의 문제를 나의 일처럼 극복하고 깊은 정을 나누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통하여 미야자키 감독은 노동의 드높은 가치를 관객들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새길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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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피날레 부분에서, 시타와 파즈가 멸망의 주문을 함께 외치며 전쟁의 참혹함은 끝이 나게 된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특징 중 하나는 대다수의 작품 주인공이 어린아이라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경험’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경험이 많은 자들의 성품을 자신의 내면에 담아두어 행동으로 옮기기를 바란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에게 특정 무언가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의 선망이 되는, 뜻이 높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소위 말하는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 ‘어른’은 당연하게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보다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훨씬 강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어른보다 ‘아이’의 순수함과 성품에 감탄하며 그들의 가치를 높이 살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순수함’, 세상에 존재하는 경험에서는 절대 찾아낼 수 없는, 모르기 때문에 뛰어넘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 무언가를, 그것도 아주 많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시행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수함은 모르기 때문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식하고 시도할 수 있는 힘.

 

주인공인 시타와 파즈는 부모 없이 스스로 삶의 주최자가 되어 궤적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여기서 파즈는 시타를 도우면 자신이 큰 피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리고, 희생의 대가를 함께 치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또한 마지막 피날레 부분, 시타와 파즈는 멸망의 주문을 외치며 최첨단 기술의 위대함을 가차 없이 버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희생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을 단지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천진난만함을 내세우며 당당히 평가내릴 수 있을까?

 

아이들이 가진 꾸밈없는, 강렬한 이 ‘순수함’은 아이들이 미성숙하기만 한 생명력이 아니라 수많은 현실의 유혹으로부터 제일 강력한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다가올 강대한 이점을 모두 포기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뜻에 따라 망설임 없는 선택을 고수하는 것, 경험에서는 결코 우러나오지 못할 것이다.

 

자연은 끝없이 대지를 향해 뿌리내리며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 제작을 마친 미야자키 감독은, 이 영화를 감상한 많은 아이들이 인류가 대지를 상실하게 된다면 생명과 자연을 전부 잃게 된다는 것을 배우고 느끼길 원했다.

 

실제로 작품을 감상한 아이들은 먼 우주로 날아가 버린 라퓨타 성을 보고, ‘라퓨타에 존재하는 그 많고 많은 생명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한 것인가요?’ 슬픈 표정의 질문을 건넸다고 한다.

 

 

"인간은 대지를 버리고 살아갈 수 없는 거예요!" - 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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