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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60억 분의 1'의 확률 - 넷플릭스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드라마/예능]

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어이없을 만큼 쉬웠어요.

by 정예진 에디터
2026.05.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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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

  

영원한 사랑을 믿으시나요, 돌고 돌아 서로에게 다시 닿는 사랑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내가 진정 사랑했던 것은 누군가가 아니라, 과거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찬란히 빛나던 나 자신이었을 뿐, 영원을 약속할 만큼 상대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믿으시나요. 나는 과연 어느 쪽을 향해 손을 들게 될까.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 노래에 영감받고 제작하게 된 드라마 ‘First Love, 初恋', 아름다운 겨울 풍경으로 유명한 일본의 삿포로를 배경으로 한다. 여담으로 나는 우타다 히카루라는 가수를 참으로 좋아한다, 하츠코이를 알기 전에도 ‘First Love'를 종종 듣곤 했었다. 삿포로라는 배경이 주는 호기심과 내가 좋아하는 곡이었던 First Love를 주제로 한 드라마라는 호기심이 만나 기꺼이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 가사 中>

 

最後のキスは タバコの flavorがした

마지막 키스는 담배 맛이 났어요

ニガくてせつない香り

씁쓸하고도 애절한 향기

明日の今頃にはあなたはどこにいるんだろう

내일 이맘 때면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요

誰を想ってるんだろう

누구를 생각하고 있을까요

You are always gonna be my love

당신은 언제나 내 사랑으로 남아있을 거예요

いつか誰かとまた恋に落ちても

언젠가 내가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더라도

I'll remember to love

사랑하는 법을 기억할게요

You taught me how

당신이 가르쳐준 것이니까요

You are always gonna be the one

당신은 언제나 내게 소중한 사람일거예요

今はまだ悲しい love song

아직 슬픈 사랑 노래이지만

新しい歌 うたえるまで

새로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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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를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다. 겨울이라는 계절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하면서도 선명한 특유한 분위기를 유난히 사랑하는 탓에, 언젠가 반드시 가보고 싶던 곳이었고 볼만한 영화를 구경하던 도중 삿포로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퍼스트러브 하츠코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남자 주인공 ‘나미키 하루미치', 하루미치는 고교 시절 여자 주인공 ‘노구치 야에’를 만나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소중한 연인 관계를 지속해 온다. 하루미치는 야에가 근사하다고 감탄한 항공자위대에 입대하고, 야에는 일반 대학 생활을 보낸다.

 

하지만 달라진 서로의 일상에서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한 두 사람은, 어느 날 오랜만의 만남 끝에 끝내 크게 다투고 만다. 그렇게 야에는 하루미치를 뒤따라가던 도중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고, 결국 하루미치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다.

 

하루미치는 야에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지만, 야에의 엄마는 이를 야에에게 전해주지 않는다. 결국 둘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결별하게 되고 야에는 하루미치에 대한 기억을 상실한 채, 의사인 남편을 만나게 되어 결혼한다.

 

그러나 지속되는 시댁의 압박과 남편의 외도 암시를 비롯한 정서적 상호작용의 단절로 야에는 고통받게 되고 끝내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야에는 택시업에 종사하며 중학생인 아들 한 명을 홀로 키우게 된다.

 

하루미치는 이후 자신이 상담을 받던 곳의 상담가였던  ‘츠네미’와 사귀게 되고,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하루미치의 마음 한 켠에는 아직도 야에가 존재하고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하루미치는 택시를 운전하는 야에를 발견하게 되고, 그와 그녀는 기적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야에는 더 이상 하루미치를 기억하지 못했다. 과거의 야에를 기억하는 사람은 하루미치 혼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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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랑 공통점이 있는 사람과 만날 확률은 20만 분의 1이래.

그리고 그 사람과 알고 지낼 확률은 2백만 분의 1이야.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 건 2천만 분의 1이고, 친구처럼 가까워질 확률은 2억 분의 1,

그리고 베프가 되는 건 20억 분의 1이야.

거기에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확률은 몇이냐 하면... 60억 분의 1이래!"

 


사실 나는 정말 마음 깊이 애정하게 된 작품을 만나면, 그 감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해 이별을 끝없이 미루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작품 편식도 굉장히 심한 편이지만 끝까지 완주하지 못한다. 정말 좋아해서 아련해 미칠 지경인 작품이면 더욱더 그러하다.

 

하츠코이는 내게 사실 그 정도의 작품은 아니었다. 사랑이 뭣도 모를 때여서 그런가, 사실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고 스스로가 아직은 감정에 서투른 어린아이 같다고 느낀다. 매번 복잡한 심연 속 사랑을 다루는 작품 특히나 첫사랑에 대한 미련, 그리움이 주제가 되는 작품은 감상할 때마다 공감하기 어렵고 큰 울림을 주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사랑’, 왜 사람들은 첫사랑에 그렇게나 열광하고 집착할까. 물론 모든 사람이 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꽤나 많은 사람이 이것을 아련하게 생각하고 평생 잊을 수 없다는 듯 가슴 속 깊이 묻어둔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적부터 이러한 감정의 순환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한 사람을 가슴 한편에 묻어둔다는 것은 내가 현재, 혹은 미래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문제이지 않을까?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본다면 나는 그럴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내가 아니라 잊을 수 없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직 위와 같은 생각은 유효하므로 하츠코이를 감상할 때도 아주 조금의 불편감이 내 생각을 뒤덮곤 했다. 마지막 화 이전에 야에는 우연히 ‘First Love' 노래를 듣게 되고 하루미치와의 모든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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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노래는 감정적 트리거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노래였다. 단순한 음악이 아닌, 하루미치와 야에는 학창 시절, 그 음악을 함께 들으며 사랑을 키워왔기 때문에 감정에 깊게 연결된 산산이 부서진 조각 중 결정적인 조각이었다.

 

이 장면은 '퍼스트러브 하츠코이'에서 클라이맥스로 다가서는 명장면으로 꼽히며, 많은 사람에게 눈물을 안겼다. 나 또한 감상하는 내내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울음을 터뜨렸고 지나친 여운을 남기고 싶지 않아 마지막 화를 감상하는 걸 어느새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 미뤄두고만 있었다.

 

마지막 화를 감상하게 된 계기는 사실 최근 우연히 접한 '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이었다. 이른바 ‘우결’로 불리며 내가 어렸을 적 꽤 호불호가 강하고 논란이 되며 유명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응원하고 좋아했던 두 아이돌이 등장하여 엄청난 반응에 휩싸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 시절, 그 두 명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그런지 나는 그 둘의 비주얼 합과 함께하는 모든 장면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였고, 왜 논란에 휩싸이는지 솔직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물론 열렬히 응원하던 팬들에게는 조금 힘겨운 소식일 수는 있겠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들은 청춘이었으며, 지금의 내 나이대와 얼추 비슷한 시기였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상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사랑을 하도록 붙여놓고, 서로에게 깊은 정이 스며들게 만든 뒤 갑작스럽게 이별을 받아들이라 강요하는 일은, 청춘 한가운데에 있던 그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었다.

 

아직 잊히지 않는 건 그들에게 쏟아진 무수히 많은 비난이었다. 그들의 진심을 왜곡하고 대본이라는 논란과 당시 미성숙한 네티즌들의 악플은 어렸던 내가 보아도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어렸을 적 이후에 처음으로 그들의 영상을 다시 재생하게 되었는데, 유년기 때는 악성 팬들의 '대본일 뿐이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역시나 평범한 사랑 연기일 뿐이겠거니, 무신경하게 넘기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 어느새 그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어 다시 이 장면들을 바라보니, 어째서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을 단순한 대본이라 여기며 함부로 의심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너무나 진심이었다.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과 행동에는 순수한 영혼이 담겨있어 투명하게 사랑을 표현하였고, 적어도 내게는, ‘아, 이 둘은 정말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구나.’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연기일 수가 없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감정의 깊이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도 아직은 온전히 알지 못하는 나조차 두 사람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둘은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 되었던 듯했다, 모든 상황과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 환영받지 못했던,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그들을 보고 있자니 하츠코이가 떠올랐다. 원래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첫사랑이라는 감정에 큰 감흥이 없는 편이었는데,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너무 어렸던 청춘, 지켜내지 못한 첫사랑, 서로의 진심을 왜곡하는 수많은 가시밭길. 비록 앞으로 걸어가게 될 길은 서로 달라질지라도,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것을 한낱 꼬꼬마 팬이었던 나도 깨닫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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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이륙 속도 중에 V1이라는 게 있어. 운명을 가르는 속도지.

V1 이하라면 이륙을 취소할 수 있어.

하지만 V1을 넘어가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날아가야 하지.

인생에도 아마 그렇게 중요한 순간이 있을지 몰라.

나도 그렇고, 네게도 말이야.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불확실한 바람을 마주할 거야, 아님 순풍을 기다렸다가 바람에 실려 갈 거야?”

 

 

“역시 운명은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지겨운 제 직장에 특별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 사람 덕분에 저는 출근하는 게 기다려졌어요.

그걸 운명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장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인생은 그런 식으로 의미 있는 만남의 연속이에요.”

 

 

그러하다. 나는 운명이라 함은 용기가 필연적으로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바꿀 수 없는 주어진 틀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개척하는 빈도에 따라 내가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용기에 따라 인생의 궤도가 바뀌고 후회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여러 상황에 용기를 내기가 버겁다. 하지만 이 것만큼은 확실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내포하는 범위 내에서는 자존심을 부리고 싶지 않다. 그 상대가 이성이건, 친구, 가족, 그 어떤 사람이든 좋아한다는 마음을 진심으로 구현해 내고 싶고 솔직함을 내보이고 싶다. 어쩌면 이는, 결국 나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지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성 간의 사랑이야말로 그런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형태인지도 모른다. 보통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 마음과 미처 닿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어딘가 비극적인 감정으로 기억되곤 하니까. 드라마 ‘하츠코이’에서는 기적적으로 서로가 다시 만나 독자들이 선호하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기에, 조금만 더 솔직하게 다가갔더라면, 그 찰나의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무언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후회. 우리는 결국 그런 마음속에서 첫사랑을 떠올리고, 오래도록 저리는 가슴을 가만히 붙잡는다. 사랑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내에서 순수한 솔직함을 내보이는 사람이 얼마나 멋있고 동경할 만한 사람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인생에 한 점 후회가 없도록, 죽음 직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사실은 그러한 사랑을 한 번쯤 겪을 수 있고 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소수의 주어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나게 큰 행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루어지지 못했더라도 곁에 있지 않더라도, 반짝이던 그 시절 추억할 수 있는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다음의 무대로 전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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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지만 인연은 쉽게 잊히지 않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의 표면이 희미해질 뿐 ‘사람’에 대한 총체적 기억, 우리가 간직하려 애쓰는 고유한 기억은 언제나 늘 내 곁에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야에와 하루미치는 서로 다른 시공간 위를 멀리 돌아 흘러가다가도, 끝내 평행하던 두 개의 선 끝에서 다시 서로의 손을 맞잡는 데 성공한다. 그들의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었다, 의지라는 강렬한 힘이 끝내 단단한 결속을 이루게 되었다.

 

사실 하츠코이라는 영화는 의미 있는 인연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다. 잔잔한 배경음악과 고요하면서도 빠져들게 하는 등장인물들의 담백한 대사는 차가운 마음을 서서히 녹이는 듯 슬며시 다가온다.

 

사랑에 대한 애절한 감각을 아우르는 전체적 묘사 또한 감탄스럽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 또한 인상 깊게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야에의 어머니는,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딸의 무조건적인 행복을 빌었다.

 

그것은 이혼 후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자신의 삶과는 다른 길 위에서, 딸만큼은 능력 있는 사람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루미치의 편지를 모두 받았으면서도, 딸에게 전해주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야에는 이를 돌파한다.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야에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하루미치는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는 아우성을 듣게 되었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현실과, 아이의 양육, 생계에 대한 고민 끝없는 고민이 야에를 붙잡아 두었고 야에는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고이 묻어두었다. 감추어두고 외면한 채 살아간다면 언젠가 사라질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에 따라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이미 많은 무게를 짊어져 어깨가 무거운 야에에게 선을 넘는 듯한 행동이었다.

 

야에는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과 대면한다. 굳게 닫힌 상자의 문을 연다. 미래의 자신에게 후회라는 감정을 남기지 않도록, 진심의 결을 끝내 놓지 않은 채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방향을 향해 주저 없이 달려간다.

 

둘 사이에는 잃어버린 공백의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람, 마음을 간지럽히고 떨리게 하던 설렘의 가장 찬란한 순간은 희미해졌을지라도 그 감정은 끝없이 농축되어 끝내 애달픔만이 깊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그녀의 곁에 영원토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 꾸밈없는 마음만이 남았다.

 

하루미치와 야에는 공항에서 재회한다. 그들만의 특별한 상징, 뜨거운 여름날 함께 푸른 하늘을 활공하던 비행기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그 둘. 파일럿을 꿈꾸었던 하루미치. 공항은 두 사람의 세계를 표상하는 공간이다.

 

오래 돌고도 돌았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루미치, 당신이 내 첫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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