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한 번씩 방을 정리하고 있다.
단순히 무언가를 쓸고 닦는 청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건을 새로이 배치하고, 오래되었거나 쓸모없는 물건은 버리는 일이다. 물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처럼 쌓여만 가는데, 아쉽게도 내 방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할 정도의 대인배는 아닌 듯 싶다.
사실 무언가를 버리는 일에는 능숙지가 않다.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일부터 사소하게는 휴대폰에 담아둔 사진과 영상을 휴지통으로 옮기는 일까지.
무언가를 버리기 전 자꾸만 이유를 꼬리처럼 길게 붙인다. ‘얘는 언젠가 또 쓸 수도 있으니까’, ‘얘는 소중한 거니까(딱히 긴 시간을 들여다보는 물건은 아님에도)’, ‘얘는 예쁘니까’ …. 그렇게 자꾸만 처분을 보류하는 물건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런 너그러운 마음으로 버리지 못한 물건만큼 새로 들여오는 물건들도 많았다. 온갖 형태와 내용의 물건이 그 안에서 어지러이 뒤섞이며 내 방은 점차 수용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아름답지만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온갖 추억들을 붙잡으며 그 시절을 자꾸만 그리워했다.
미련을 품고 살아가던 중, 어느 날엔가 갑자기 방 정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추억을 명목으로 구석에 처박아둔 물건들을 한데 꺼내 버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한순간에 상쾌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서글펐던 것도 같았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신했다. 추억은 그 순간일 뿐이지, 물건이 아니라고. 물건은 낡고 헤져도, 추억은 바래지지 않는다고.
그리고 물건을 하나하나 버리면서 깨달았다. 현재의 나를 위해서는 분명 손을 놓아야 하는 기억도 있다는 것을. 기억을 완전히 지우겠다는 뜻은 아니다. 잠시 눈에 닿지 않는 곳으로 옮기는 것뿐이다.
그 이후로 그 미련스럽던 미련(未練)을 조금은 덜어냈다. 여전히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까운 마음이 들지만, 언젠가 새롭게 쌓아갈 또 다른 즐거운 추억들을 위해서 내 물건을 비롯한 마음과 기억을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내 공간을 정리할 때 조금은 후련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