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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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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부터 재밌게 읽었던 웹툰 <소녀의 세계>가 어느덧 10주년을 앞두게 되었다.

 

나의 학창 시절과 함께해온 이 웹툰은 내가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연재 중이지만, 만화의 주인공 ‘오나리’는 여전히 고등학생으로서 우리에게 다양한 공감대를 건네고 있다. 이번 오피니언에서는 ‘나리’의 이야기를 더욱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보려고 한다.


역시 10년 동안 연재해 온 웹툰답게, 이 만화는 고등학생이 겪을 만한 거의 모든 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리가 있었다.


신입생 나리의 이야기의 메인 키워드는 ‘우정’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리가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옛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다가 이를 해소하는 이야기를 포괄하고 있다. 나리와 친구들은 각자 가지고 있던 마음의 상처를 서로를 통해 치유하고, 행복한 추억을 쌓아나가는 이야기가 1부의 핵심이다.


고등학교 2학년, 나리의 앞에는 두 명의 남학생이 등장하며 키워드가 ‘연애’로 변화하게 된다.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나리의 남자친구는 누가 될 것인지 추리하는 재미를 보이면서도, 그 사이에 나리가 학생회 활동을 하고 학생회장 선거까지 도전하는 성장기를 놓치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의 키워드는 단연코 ‘입시’가 중심에 서 있었다.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교실의 분위기가 특징으로, 더 나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다른 추억을 쌓기보다 1분이라도 더 공부하는 것을 택하고, 같은 반 학우를 끌어내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 특유의 이기심도 묻어나온다. 그러나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나리는 특유의 살가움과 정직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만화의 테마는 당연히 ‘나리의 성장물’이다. 어렸을 적 뚱뚱하다는 이유로 놀림받아 자존감이 낮았던 나리가 다양한 인물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자존감을 확장하고, 비로소 진정한 ‘나’를 탐색하고 인정하며 올바른 길로 성장하는 길을 우직하게 걸어간다. 그렇기에 <소녀의 세계>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면서도 현재의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과 위로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나리는 만화 속 주변 인물들뿐만 아니라 작품 바깥 독자들에게도 가끔씩 눈초리를 받는 인물이다. 특히 독자들 사이에서 나리는 ‘너무 우직해서 오히려 답답하다’, ‘복수를 하지 않으니 좀처럼 사이다가 터지지 않는다’라는 평을 많이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나리의 우직함에 많은 감명을 받아왔다. 소외된 친구들을 챙겨주고, 어른들에게는 살갑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그러면서도 지금의 학교 교육에 충실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마치 모범생의 정석 같았다.


물론 나리의 이야기는 지나가는 순간마다 ‘사이다’가 터지는 것은 아니다. 나리도 때로는 실패하고, 좌절하고, 찌질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리는 그런 순간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또 다른 순간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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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해서 최선을 다한 과정들이 없어지는 건 아냐.”

 

“그거 전형적인 실패자들의 정신 승리 멘트 아냐?”

 

“쿨한 척하는 것도 정신 승리하는 것도 아냐. 그냥 실패를 받아들이는 거지.”

 

“근데 이 상황을 봐봐. 언니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어. 지금 모습 꼴사납고 한심해, 알아?”

 

근데 그게 나야. 네가 꼴사납게 여기는 그 모습들이 전부 나라고. 나는 내가 이만하면 괜찮거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난 정말 열심히 했고 이제 그 결과를 받아들일 차례겠지. 이걸 다 합쳐야 노력이라고 한다 하더라고.”

 

<소녀의 세계> 2부 90화 중

 

 

매 순간이 성공적이고 ‘사이다’만 터질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시련이 다가오고, 이를 나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해소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중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해도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며 상처받지 않을 힘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조금은 즐겁게 살아갈 지혜라고 생각한다.


나리의 고등학교 이야기는 언제쯤 끝을 맺게 될까? 어떤 방식으로 끝을 맺게 될까? 그 형태가 무엇이 되었든, 나리는 그 결말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리의 모습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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