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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아, 그거요? 몰라요! - 유다윤 바이올린 리사이틀 [공연]

9월이 깜짝 놀라겠다, 이러다 가을 뺏길라!

by 장유진 에디터
2026.09.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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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잠깐 감았다 떴다. 그게 새벽 6시 13분쯤의 일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두 번의 길지 않은 통잠을 자고 나니 이제는 4일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떠올려볼 때가 되었구나 직감하여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노트북을 들고 주방 테이블로 와 앉았는데, 혼자는 아니었다. 원래부터 기상 시간이 이른 아버지가 간단히 빵과 우유를 드시며 두꺼운 선으로 그려진 그림에 채색하고 계셨다.


      하얀 A4 용지 위에는 사과와 포도가 하나씩 있다. 나였다면 대체로 빠르게, 순간적인 느낌을 따라 색연필을 휙휙- 움직였을 텐데. 아버지는 색을 칠하기 전, 한동안 쥐고 있어야 할 색연필 하나를 고르기 위해 주욱- 나열된 36가지 색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때로는 내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사과를 청사과로 할까?”

      “좋지, 그럼 (색깔은) 이걸로 하면 되겠네.”


      나는 팔을 뻗어 연두색 계열 색연필 세 가지를 가리켰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더니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연둣빛이 도는 것으로 집으셨다.


      예전 같았으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하물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일도 내 일상에 이렇게 편안히 들어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쉬는 시간에 유튜브나 릴스를 보는 것보다 이런 것들―글, 그림, 음악―을 해야 나한테 좋지 않을까? 하는 흑심 어린 목적 아래에서 움직이곤 했다.


      그런데 해야 하는 일과 해내야 할 것들의 카테고리 안에 이것들을 계속 넣어두다 보니, 이제는 그냥 아침에 눈을 떠도, 자기 전에도 글을 생각한다. 눈을 뜬 뒤에는 제일 먼저 키보드 위를 또각-또각- 걷는다. 큰 재주 없이도 예술을 할 수 있으니 참 기쁜 일이다.


      그러니 특별한 재료를 쓰고, 내가 모르는 기교를 부리는 사람의 예술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또 얼마나 큰가. 4일에 딱-! 그런 일이 있었다. 생각만 해도 ‘아 진짜 왜 저래-’ 싶은 바이올린 한 대와 피아노 한 대가 있었다. 

       

      왜 웃음이 났냐고? 그들이 개그를 했냐고?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내가 무대 위와 무대 밖, 그들이 악기를 들었을 때와 내려놓았을 때 사이에서 재미난 포인트를 몇 가지 목격했기 때문이다.


      관객 A―그러니까 나―는 이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있다는 것을 몇 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 공연에서 어떤 곡이 연주되는지 미리 들어보려고 음원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바람에―제목이 어려워 애를 먹었다―4일의 레퍼토리를 원래 알던 곡인 것마냥 익힌 채 공연을 감상하게 되었다.


      이어폰으로 런스루를 한두 번 돌려봐도 딱! 감이 왔다. 오늘 프로그램은 흐름을 알아채기 쉽고, 또 내밀하다. 1부에서는 베를린을 노래하고, 그 도시에서 노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2부에서는 조금 더 바이올린 그 자체에 초점을 두겠구나.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듯 받아들이기 쉽다는 느낌이 있었다.


      9월 4일,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IBK기업은행챔버홀 출입문 옆쪽으로 가보니 프로그램 노트가 놓여 있었다. 거기서 내 시선을 끌었던 건 프로그램 노트를 가져가셔도 된다는 안내문 아래 적힌 손글씨였다.


      “유다윤 바이올리니스트가 직접 작성한….”


      ‘직접 작성’에는 밑줄도 있고, 양옆에는 별표도 있었다. 거기서 나는 소리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공연 기획 자체를 본인이 하지는 않았겠지만, 저렇게 본인의 의사가 가득 담긴 것을 보면 관객인 내 입장에서는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는 느낌을 넘어 ‘초대’를 받았다는 기분이 은은히 전달된다.


      특히나 공연이 있던 날이 금요일이 아닌가? 밤이 늦어져도 아직 남은 주말이 있고, 오늘은 좀 늦게 잠들어도―일찍 잤다―괜찮은 날. 평소보다 마음이 살짝 열린 상태로 뭐든 받아들일 여유가 있는 날에 바이올린 공연이라니! 그 자체로 이미 나는 들떠 있었고, 동행도 그러했다.


      우리에게 예술의전당에 들르는 일, 어떤 공연을 관람하는 일은 이제 영화 한 편을 보러 영화관에 가는 것과 거의 동급의 일상이 되었다. 다만 우리가 예매한 작품은 매번 생방송이고, 다시 똑같이 볼 수 없는 실연이다. 그래서인지 익숙하게 찾는 곳이어도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언제나 조금 더 활기찬 기대감이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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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7시 30분 언저리. IBK기업은행챔버홀에는 너무 노랗지도 하얗지도 않은 둥그런 조명이 탁- 하고 크게 떠올랐다. 안내 방송이 나오고 내 앞의 무대 위로 큰 원이 내려앉아, 내 세상 앞이 동그랗게 분명해지는 사이 나는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에어컨 바람은 솔-솔 나와 기분 좋게 시원했고, 오른편에는 오늘 공연을 함께 잘 즐길 수 있는 동행이 있었다. 곧 벌어질 기분 좋은 일과 멋진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일 조건을 갖춘 채였다.


      무대 오른편 벽면의 문이 열리고, 유다윤 바이올리니스트와 김준형 피아니스트가 차례로 무대 위로 들어왔다. 유다윤 바이올리니스트는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에는 땀이 살짝 말라붙어 있었는데도 별일 아니라는 듯 묵묵히 등장했다. 그 모습이 꼭 어디선가 날아온 사람 같았다. 그러니까 이미 어디서 1부 공연쯤은 마치고 지금 2부를 하러 온 사람처럼, 한 타임쯤 연주를 끝내고 온 사람 같았다.


      두 사람이 각자의 악기 앞에 섰다. 보통 연주가 시작되기 전 바이올리니스트가 튜닝하려는 듯 피아니스트가 앉은 왼쪽으로 상체를 돌리면, 나는 익숙하게 들리는 ‘이잉….’ 소리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가 다시 정면으로 돌아오는 동시에 <서푼짜리 오페라>가 바로 시작되었다. 띠용!

       

       

       

      쿠르트 바일 / 슈테판 프렝켈 - <서푼짜리 오페라> 중 7개의 소품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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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다윤 바이올리니스트

       

       

      가장 처음에는 베를린이 찾아왔다는 느낌보다, 아, 바이올린이 내 앞에서 살아난다는 그 사실 자체에 이미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음원을 듣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사람의 손에서! 악기가 연주된다! 그 생동감이 정면에서 펼쳐진다. 이건 직접 목격해봐야만 아는 소리가 있다.


      처음의 인사를 지나고 나면 꼭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연주가들의 직접적인 터치감을 맛볼 수 있다. 내가 홀로 들었을 적에는 살아 있지 않았던, 곡선이 꺾이는 지점에서 살며시 나타나는 딜레이! 두터운 선! 음원에서는 바이올린 아래에 은은히 깔려 잘 보이지 않았던 피아노의 리드미컬함도 실연에서는 또 다른 길을 열어준다.


      아, 진짜 카바레야 뭐야~! 둘이 각자 그리는 선 자체가 달랐다. 피아노는 짧은 선을 위에서 아래로, 콩-짝콩짝-! 바이올린은 아주 유-유하게 가로선을 풀어내고 잡아당긴다. 서로 다른 선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엮어 만들어내는 이 간질거림은 무엇인가?


      바이올린이 건반만큼이나 선명해지던 피치카토! 아주 높게 작렬하다가도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식으로 뒤로 물러나 수줍은 척 얇아지는 때도 있다. 그런데 유다윤 바이올리니스트의 소리 실루엣은 워낙 선이 명확하고 쨍-해서, 막 사라질 듯 물러나지는 않으니 어디로 갔나 아쉬워할 필요도 없었다.


      이게 다 겨우 첫 번째 곡의 첫 소품에서 발생한 일이니, 두 번째 소품이 진행될 때 나는 오늘도 진짜 만만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겠구나 싶었다. 그냥- 발라드를 노래할 적에는 편히 누렸다. 뭐- 뒤로 누우면 눕는구나, 앞으로 오면 이리 오는구나!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니 언제 어느 때에 들어도 기분 좋은 ‘폴리의 노래’가 내게 왔다. 소품 중에서는 그나마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들을 때와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곡이었는데, 피아노가 먼저 앞길을 걸을 때 내가 기억하던 버전보다 음표 하나가 그의 건반 위에서 아주 조금 늦게 나타났다. 거기다 이전에 들었던 것보다 은은하게 반짝, 반짝 윤기를 들여놓길래, 나는 바이올린의 크기를 살짝 조절해 뒤편의 말에도 귀 기울여보려 애썼다. 귀를 기울이면 더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여분이 너무도 많았다.


      탱고 발라드와 대포의 노래 때는 어땠냐고? 눈앞의 장면을 감상하느라, 튀어 오르는 바이올린 소리공을 잡아 담느라 바빴다. 키즈카페에 잔뜩 깔려 있어 개수를 셀 수도 없는 원색 볼풀공이 계속 날아온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한 번씩 그 공을 이쪽저쪽으로 쳐내는 동안 나는 그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아, 손이 바쁘다!

       

       

       

      보리스 블라허 - 바이올린 무반주 소나타, O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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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은 거의 자기소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본인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내 예상보다 더 확실히 내리찍는 인상이 먼저 왔다. 나는 오히려 무언가 춤추는 영역이 귀에 제일 먼저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서 있는 느낌이 가장 짙게 느껴졌다.


      펼쳐지는 영역은 상당히 많고, 하나가 노래된 뒤 다음 선으로 이어지기 전에 서로 달라붙는 잔향 때문에 소리 사방이 미스트처럼 옅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심에는 나무 기둥처럼 두터운 것이 똑바로 서 있으니, 그 심지가 진짜 단단하구나 싶었다.


      그러니 그가 버르토크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의 시작 부분 같은 대목을 노래했을 때, 나는 그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닮았는지 간접적으로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가 항상 젖어 있다. 특히 악기를 들고 있을 적에는 더 그렇다. 그는 어디에서 온 사람인가?


      여름 가장 깊은 곳에 서 있다. 우리가 눈을 감으면 보이는 다홍색 안쪽의 무더위 속에 서 있다. 그렇게 정열적인 사람이냐고? 그렇게나 뜨겁냐고? 그것보다는 7월의 긴장감을 가장 많이 닮았다.


      가을이 오고 있는 9월이다. 아직 한낮에 그늘 없는 자리라면 꽤 덥다- 싶지만, 아침저녁으로 해가 조금이라도 저물면 시원한 바람이 이곳저곳에서 불어온다. 언제 이렇게 무더위가 가버렸나 싶은데, 저 무대 위는 어째선지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이 시점에 뒤로 굴러간다. 가을에서 다시 여름으로 물러나고, 뜨거운 쪽으로 돌아간다.


      저녁에서 아직 황혼이 남아 있는 시점으로 물러난다. 이제 은은한 보랏빛이 자리할 시간인데, 코랄빛에서 오렌지빛 하늘이 남아 있는 그 시간대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는 계절을 되살려놓는 바이올린이라니. 본격적인 가을로 넘어가기 딱- 직전인 지금에 만난 저 올곧은 7월이라니! 9월이 깜짝 놀라겠다.


       

       

      윤이상 - <콘트라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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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도 놓은 채로, ‘저러다가 끊어지면 어떡하지?’ 싶을 정도로 강하게 소리를 ‘퉁!’ ‘띠용!’ ‘퉁!’ 하고 이곳까지 튕겨다 놓더라. 그걸 가만- 듣다 보니, 나는 이 흐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어디였지? 아, 뭐지? 생각하는 사이 내 머릿속 초점이 이 공간의 출입문을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로비로 나가 바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콘서트홀이 있는 방향으로, 리사이틀홀도 지나 옆문으로 나가 쭉- 하얀 광장을 건너 계단을 오르면 국악 공연장이 있다. 그래, 난 얼마 전에 저기서 한국무용 공연을 봤었지. 오색빛깔 무용수들의 발끝이 모아지고 오소소- 뒤로 물러가던 때, 가야금의 하얀 줄이 손가락에 눌려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손 안에서 퉁! 하고 튕겨져 나왔을 때의 그 ‘커다람’이 생각났다.


      어디서 온 해금 소리인가? 어디서 날아온 풀피리 소리일까? 싶은 노래가 울렁-울렁 이어질 때, 또 그가 바이올린으로 기어코 창(唱)을 할 때, 나는 종종 봐왔던 국악 공연에서 목격한 목소리들이 일렁-일렁- 이곳까지 불어오는 것을 봤다. 그가 한국에 뿌리를 둔 이의 노래를 한다고 했지. 그런데 이렇게까지 이 나라의 것을 불러 세워놓을 줄은 몰랐다.


      나는 그가 마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다니니 투린은 어디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 나는 바이올린으로 바이올린 소리만 내지 않는 바이올린을 좋아하는구나. 그 사실을 이 <콘트라스테>를 통해 깨달아버렸다.


      첫 곡을 지나 1부의 마지막 곡에 다다를 때쯤, 마침내 바이올린이 다 사라져버렸구나. 그래, 저 한(恨) 섞인 목소리 끝에는 이제 바이올린이 온데간데없었다!

       

       

       

      펠릭스 멘델스존 -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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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을 되돌아보기 전, 공병에 담긴 향수를 쏟아버린 바람에 그야말로 꽃이 되어버린 프로그램북을 꺼내 들었다. 그가 쓴 글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같이 나눠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말 그대로 ‘가사가 없는 노래’를 뜻합니다. (…) 오늘 이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장면과 감정, 그리고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선율은 오롯이 여러분의 것입니다. (프로그램 노트 일부 발췌)
       


      ‘오롯이’ 우리만의 것이라? 저 말 하나가 주는 만족감이 있다. 그렇다면 나의 것은 무엇이었나. 당신께 전해봐도 좋겠다.


      일단 나는 아까 사라졌던 바이올린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과, 이 곡을 연주할 적 바이올리니스트의 ‘비워둠’을 기억한다. 1부에서는 워낙 많은 긴장감이 있었다. 거의 자기 앞의 악보를 잡아먹을 듯 상체를 기울이기도 했던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입을 합- 하고 다물고, 어깨도 어디선가 움츠러들어 있었다.


      그런데 2부에서는 그가 딱-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 약간 비워둔 채였다. 아까는 바이올린에 제 몸을 다 내어주었다면, 이번에는 본인이 잠깐 뒤로 물러나 연주하는 손가락과 머리만 빌려주는 듯했다. 그런 연주가를 편안히 눈과 귀에 담았다.


      그가 자리를 비워준 동안 나는 바이올린과 눈을 맞추기도 하고, 갈색 천장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오른손바닥을 코끝 가까이에 살짝 펼쳤다. 잠깐의 틈에 발라두었던 핸드크림 향을 맡으면서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은은한 비누 향이 내게 오고, 그 너머로는 몸을 비운 채 나타난 세 가지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무척 편안했다.


       

       

      벨러 버르토크 -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Sz.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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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이 곡을 연주한다길래 나는 이 곡이 어떤 스타일로 연주될까? 그게 가장 궁금했다. 이 곡은 내가 클래식을, 그중에서도 현악기를 꽤 많이 좋아하게 되겠구나 하고 체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났던 곡이다. 내게 ‘노래를 듣다가 사람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게 해준 바람에, 엉겁결에 특정 연주가의 버전으로 이 곡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충 외워버렸다.


      그러니까 내가 기억하는 이 버르토크 바이올린 소나타는 굉장히 사납고, 외롭고, 춥고, 고독하다. 때로는 사라질 듯 끊겼다가 다시 이어붙여지고, 속도도 빨랐다. 그렇다면 유다윤과 김준형의 버전이라면? 한 번도 외롭지가 않다. 오히려, 오히려 요동치며 몰고 간다.


      유다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에서 자주 들리는 ‘앰뷸런스 소리’가 인상 깊게 들려온다. 내가 들었던 버전의 피아노는 잎사귀에 가까운, 순수한 곳에서 피어난 영롱한 빛깔만 같았는데, 이번에는 끝이 있기는 한 건지 알 수 없는 지하 동굴 같은 피아노가 함께했다. 나를 지금 대체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 건가 의심하면서도 홀린 듯 따라갔다. 같은 곡인데 사람 두 명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


      끊어지기보다 물러남 없이 이어지고, 새파란 길이 아니라 새빨간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어둡게. 그런데 또 너무 가라앉지는 않게, 너무 작아지지도 않게, 계속 살아날 수 있도록. 버려졌다는 느낌보다는 나를 내버려둔 채 이 안의 치열함을 마음껏 받아 적게 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내가 2악장에 다다랐을 적에는, 내 기억 안에서 아주 실낱같고 이명 소리와 닮아 있던 선이 이렇게까지 사람이 노래하는 목소리가 되어 내게 왔다는 것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왔다. 사라질 듯 투명도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자리에서 숨을 조절해 한들한들 흩날린 채로도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두 버전 모두 표정이 없는 것은 같았다. 그러나 내가 알던 버르토크가 파랗고 어두우며 수직으로 내달렸다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빨갛고 어둡게 횡단하는 끈질긴 버르토크가 나타났다. 늘 새로운 해석을 만나면 ‘이전 것이 낫다’, 아니면 ‘이번이 더 낫다’는 식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서로 섞일 수도, 공존할 수도 없는 것들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냥 내 세상에 또 하나의 ‘버르토크’가 나타났구나.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니 3악장에서는 아예 내가 다른 곡을 듣는 줄 알았다. 피아노가 바이올린이 닿을 새도 없이 아래에서 음을 둠칫거리며 튀겨내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새카맣게 건반과 현을 채워놓는다. 이건 대등하다 못해 그냥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게 정해진 악보대로 가는 것일 텐데, 왜 이렇게 즉흥 연주를 하는 것 같지? 그러니까 이게 맞춘다고 맞춰지는 타이밍인 건가 싶은 부분이 많았다. 분명 여기는 예술의전당인데, 저 앞에서 들려오는 음악만 보면 이 건물 너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어느 연습실에 사람 몇 명만 모아놓고 연주하는 것만 같다. 그들은 리사이틀의 마지막 곡을 연주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별일’ 아닌 것처럼 ‘별소리’를 내는 건가?


      아, 뭐야? 지금 이 흐름 뭔데! 하는 사이에 곡이 다 끝나버렸다. 뭐야, 나는 얼마 듣고 본 것 같지도 않은데.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응시하니 벌써 9시 30분이 다 되어 있었다. 그래, 밤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연이 다 끝나고 오늘의 연주가들을 예쁘게 카메라로 담아보려고―그들은 땀에 다 젖고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박수 틈 사이로 두 사람을 엿봤다. 허허. 아까의 그 케미스트리는 어디 가고, 수줍거나 혹은 무덤덤한 얼굴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두 남성 연주가들만 거기 남았다.


      함성과 짝짝- 소리가 꽤 길게 이어져 몇 번은 더 나와주실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한두 번 만에 들어가셨길래 (뭐야?) 나는 후다닥- 연주가분들의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유다윤 바이올리니스트께 특히 인상 깊었던 <서푼짜리 오페라>의 첫 소품과 버르토크 3악장 이야기를 꺼냈다. 대체 어떻게 그런 합과 타이밍이 나오는지 궁금해 여쭈어보았다.


      그런데 별일 아니라는 듯―그러니까 방금까지 그 곡을 그렇게 연주해놓고도, 할 만큼 다 하고 나온 사람처럼―“(웃으며) 몰라요!” 하고 답해버리시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김준형 피아니스트와 함께 포즈를 취해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아주- 그냥 ‘푸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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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다윤 바이올리니스트, 김준형 피아니스트

       

       

      클래식이 지루하다고 누가 그래? 이렇게 뜨겁고, 이렇게 개운하다! (꺄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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