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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나의 플레이리스트 : PANIC - 틀에 머무르지 않았던 음악 [음악]

사춘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패닉의 음악에 끌렸던 이유

by 이호준 에디터
2026.09.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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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시절 밴드부 활동을 하며 이적의 음악을 많이 연습하고 듣게 되었다. 당시 남자 스쿨밴드의 커버곡으로는 윤도현과 이적의 곡이 양대산맥이라 할 만큼 자주 연주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적의 음악을 접할 기회도 많았다.


      그러던 중 이적이 오래전 ‘패닉’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적의 곡이라고만 알고 있던 ‘달팽이’, ‘왼손잡이’ 등이 모두 패닉의 곡이었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패닉 '달팽이'

       

       

      단순히 이적이 과거 패닉이라는 그룹에서 활동했고, 당시에도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는 사실 정도로 알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패닉의 음악을 하나둘 찾아 듣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적의 솔로 음악과 패닉의 음악을 서로 별개의 독창적인 음악으로 인식할 만큼 패닉이라는 그룹에 상당한 애착을 갖게 되었다. 오히려 이적의 이름으로 발매된 음악보다 패닉의 음악을 더욱 즐겨 듣곤 했다.

       

      지금도 패닉의 음악을 들으면 사춘기 시절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의 음악을 듣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허구한 날 사랑 이야기만 반복하던 당시의 대중음악 사이에서, 다양한 철학적 주제와 사회에 대한 시선을 담아낸 패닉의 음악은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패닉 'UFO'

       

       

      2집의 타이틀곡 ‘UFO’는 이러한 패닉 음악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가사에서는 부패한 기득권과 그들이 만들어낸 부조리를 여과 없이 비판하고 있으며, 반음씩 상승하는 코드 진행은 곡의 긴장감과 리듬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인트로의 베이스 라인과 피아노 리프는 발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상당히 세련되게 느껴진다.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가사와 독창적인 음악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당시 이적의 음악적 특징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패닉의 1집과 2집에서는 김진표의 음악적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패닉의 앨범으로 발표되기 전, 이적의 솔로 앨범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던 곡들이 상당수였고, 이후 김진표가 합류하면서 패닉이라는 그룹이 결성되었기 때문이다.

       

      패닉 2집 이후 이적과 김진표는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김진표는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래퍼로서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넓혀갔고, 이적은 김동률과 함께 ‘카니발’을 결성했다. 이적은 카니발 활동을 통해 ‘그땐 그랬지’, ‘거위의 꿈’ 등을 발표하며 패닉 시절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사운드와 사회비판적인 가사에서 한발 벗어나, 보다 대중적이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이후 패닉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음악적 경험을 쌓은 두 사람이 다시 모여 발표한 3집은 이러한 고민과 성장이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전작에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면, 3집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음악으로 들려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느껴진다. 이적이 패닉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와 시선은 유지하면서도, 이를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멜로디와 정제된 편곡을 사용한 것이다.

       

       

      패닉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이러한 변화는 타이틀곡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가사에는 여전히 이적 특유의 철학적인 시선과 내면에 대한 탐구가 담겨 있지만, 음악은 이전보다 훨씬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패닉 특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이 곡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3집 이후 7년 동안 이적과 김진표는 다시 한 번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음악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당시 두 사람은 각자 음악적으로 성숙한 뒤 다시 패닉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고, 실제로 그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적과 김진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넓혀갔다.

       

       

      패닉 '정류장'

       

       

      그리고 7년 만에 발표된 4집의 곡들은 이전 앨범들과 비교해 한층 정제되어 있으며 대중적인 색채가 짙어졌다. ‘정류장’, ‘로시난테’ 등의 곡은 이러한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적의 곡 작업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음악적 경험을 통해 이전보다 더욱 성숙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그 결과 더욱 호소력 짙은 감정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당시 이적의 인터뷰를 비롯해 패닉의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온 팬들은 2집을 가장 ‘패닉다운’ 앨범으로 꼽는다. 나 역시 패닉의 앨범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1집의 파격, 2집의 날카로움, 3집의 성숙함, 4집의 정제된 대중성은 서로 다른 모습의 패닉을 보여주지만, 그중에서도 2집에는 두 사람이 자신들의 음악적 욕구를 가장 거침없이 드러냈던 순간이 담겨 있다.


      아마 내가 패닉이라는 이름에 처음 매료되었던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을 것이다. 대중음악이라는 틀 안에 있으면서도 그 틀에 순순히 머무르지 않았던 것. 사랑이나 이별이라는 익숙한 이야기 대신 세상과 인간,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던 것. 그것이 내가 사춘기 시절 패닉의 음악에 끌렸던 이유였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음악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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