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우승콜은 무엇입니까?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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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기아 타이거즈가 승리하며 2024시즌 프로야구는 막을 내렸다. 매년 승리를 확정 짓는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그 시즌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남아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장면으로 남곤 한다.
이와 더불어 팬들의 마음속에 영원토록 간직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우승 확정을 알리는 캐스터의 해설, 일명 ‘우승콜’이다.
1. 2024 V12, KIA 타이거즈
["1978년 이후 지난 37년 동안 이곳 광주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 기아 타이거즈가 2024년 정상에 오릅니다. 광주,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이었습니다. 그런 기아 타이거즈가 7년 만에 프로야구 챔피언에 오릅니다."] - 한명재 캐스터
위 내용은 이번 시즌 한명재 캐스터의 우승콜이다. 우선 기아 타이거즈는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을 포함하여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팀이지만, 과거 존재했던 중립 구장 경기 진행으로 인해 홈 광주에서는 37년 만에 트로피를 들었다. 거기에 더해 연고지인 광주광역시가 가진 지난날의 아픔을 담아내었다.
이처럼 우승콜에는 해당 구단과 연고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와 배경을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시즌, 다른 팀의 우승콜에도 이와 같은 감동의 멘트가 줄곧 함께해왔다.
2. 2023 V3, LG 트윈스
["10살 어린이 야구팬이었던 어린 팬은 어느덧 자녀의 나이가 10살이 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30대의 가장은 어느덧 환갑의 나이를 훌쩍 넘겼고, 우승이 무엇인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지금 20대의 팬들이 있습니다. 그토록 긴 시간, 29년의 시간, 일곱 명의 대통령을 맞이했던 시간이었고요, 고 구본무 회장이 아와모리 소주를 담가놓고 다음 우승을 기다린 지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1994년 가을,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그리고 오늘, 당신은 누구입니까. 긴 세월에도 포기하지 않고 간직해 온 가슴속 깊은 곳의 외침. 29년 만의 메아리. 2023년 통합 우승 챔피언은 LG 트윈스입니다."] - 김나진 캐스터
2023시즌은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김나진 캐스터의 우승콜에는, LG가 트로피를 되찾기까지 걸린 29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멘트와 함께 그 긴 세월 우승을 기다렸을 팬들에게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3. 2022 V5, SSG 랜더스
["왕의 귀환, 그들이 4년 만에 왕좌에 돌아옵니다. SSG의 이름으로 완성한 첫 통합 우승 랜딩. 2022년에 야구가 시작된 첫날부터 오늘, 그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챔피언의 이름은 SSG 랜더스입니다."] - 김나진 캐스터
2022시즌 SSG랜더스는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시즌이 시작된 첫날부터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까지, SSG는 단 한 경기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시즌을 보냈다. 2000년대 우승 왕조를 이루며 인천 야구팬들의 자부심이었던 SK 와이번스가 모기업 변경과 함께 SSG 랜더스로 재창단되는 아픔을 느꼈을 팬들을 위로함과 동시에 압도적인 성적으로 다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팀에 대한 잃어버린 자부심을 되찾아주는 멘트였다.
4. 2019 V6, 두산 베어스
["뚝심의 베어스. 미라클 두산이 2019년 가을, 자신들이 써 내려간 기적 같은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베어스 왕조의 완성을 선언하는 통합 우승, V6. 2019 시즌 KBO 리그의 진정한 챔피언, 두산 베어스입니다."] - 이광용 캐스터
2019 시즌 두산 베어스는 지난 2년 연속으로 준우승에 머물며 우승에 대한 팬들의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러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두산은 시즌 막판 선두와의 9경기 차 열세를 극복하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 이후 한국시리즈 또한 우승하게 된다. 두산은 2015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며 2010년대 프로야구의 왕조 팀 반열에 오르게 된다.
5. 2011 V5, 삼성 라이온즈
["보고 계십니까. 들리십니까. 당신이 꿈꿔왔던 이 순간. 2011년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입니다."] - 한명재 캐스터
마지막으로 소개할 우승콜은 아마 가장 많은 야구팬들이 감동하고, 기억하고 있는 멘트일 것이다. 해당 멘트에서 언급된 ‘당신’은 삼성의 우승 순간으로부터 약 두 달 전 작고한 삼성의 레전드 장효조 감독이다. 그는 전성기 시절 삼성에서 줄곧 활약한 팀의 대표 선수이자, 은퇴 이후 2000년 삼성으로 돌아와 타격코치를 맡았다. 이후 2005년부터 그가 별세한 2011년까지, 삼성에서 스카우트 및 감독 활동을 이어갔지만, 그가 지도자로서 함께한 팀과 선수들의 우승 장면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명재 캐스터는 위와 같은 우승콜로 다시 한번 그를 추모하였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왕좌에 올랐고, 이때마다 한명재 캐스터는 같은 멘트의 우승콜을 하며 팬들이 당시의 여운을 더욱 오래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호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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