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의 시작과 끝 : 미술관에서 [음악]

글 입력 2023.01.01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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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생각해 보자.

 

평소처럼 사람이 가득한 미술관 말고, 사람 하나 없는 개장 전의 미술관. 새하얀 미술관을 채운 건 이른 새벽의 서늘함. 차갑도록 새하얀 벽과 멀찍이 떨어져 그 벽을 채운 그림들.

 

아마 현대 미술관일 것이다. 시간을 들여 쳐다보아도 짐작하기 어려운 그림들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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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Colde)의 <미술관에서>를 처음 들었을 때의 인상은 곡이 '감각적'이라는 것. 콜드의 나긋한 음색, 곡을 채워 주는 베이스, 현대미술 같은 앨범 커버까지. 아주 세련되고, 차갑도록 새하얀 현대 미술관이 떠올랐다.

 

<미술관에서>는 2021년 1월에 발매된 미니앨범 3집 <이상주의>의 타이틀곡이다. 아주 차가운 겨울에 많이 들었기 때문인지 지금도 쌀쌀해지면 생각이 난다. 이 곡은 사랑이 시작하는 찰나, 그리고 사랑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곡은 내게 드라마의 장면같이 그려진다. 특히 인상에 남는 부분을 위주로 한 편의 단편 소설로 풀어내 보고자 한다.

 


 

 

*

이번 글은 뮤직비디오와

일부 다르게 표현된 부분이 있으므로

뮤직비디오는 글을 다 읽은 후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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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개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조용했던 미술관은 이내 사람들의 말소리, 또는 제각기 다른 속도의 발걸음 소리로 가득 찬다.

 

전시를 천천히 관람하던 당신은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그림 앞에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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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바라보려던 당신의 시선은 그림 앞의 한 사람 앞에서 멎는다.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심장이 멎는다는 표현을 체감한다. 사람들의 소리로 시끄러웠던 공간은 한순간에 조용해지고 오직 두 사람만이 남겨진 듯하다. 아마 들리는 건 당신의 심장소리, 그리고 상대방이 만들어내는 모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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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은 예민해진 채 상대에게로 향한다. 고개는 앞에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시선은 자연스레 상대에게로 향하고, 털끝이 곤두서고 발끝도 무의식중에 상대를 향한다. 곁눈질로 보이는 상대의 미동에 나도 모르게 반응한다. 상대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마음은 감추어지지 않은 채 그렇게 전시된다.


서로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무의미하다. 둘은 그림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서로를 그렇게 한참을 쳐다본다. 서로의 마음이 같음을 확인하려는 듯이.


하지만 첫 만남의 강렬함은 과거의 이야기가 된다. 내게 꼭 돌아와 달라는,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은 닿지 않고 흩어진다. 그렇게 사랑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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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후 당신은 그때 그 미술관에 돌아간다. 그리고 함께 바라보았던 그림을 혼자서 오랫동안 바라본다.

 

하지만 이제는 이별을 받아들여야 할 때. 꽤나 시간이 지난 현재, 흐릿해진 기억은 사랑을 정리할 시간이 왔음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당신은 미술관을 떠난다. 첫 만남의 감각이 생생한 그 공간을, 사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미술관에서 당신과 그 사람은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늘 찾아 헤맸던 그림, 사실 늘 찾아 헤맸던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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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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