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음악에는 언제나 내일이 있다.
내일도 함께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친구, 사랑, 성장, 재회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들려준다.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 등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음악에는 현실에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특히 ‘Magic Island’는 동화 그 자체에 가깝다.
데뷔 때부터 좋아했던 그룹이었고 촘촘히 쌓인 세계관 복선들은 노래를 그저 노래로만 들리지 않고 하나의 서사를 뒷배경으로 한 뮤지컬 넘버를 듣는 기분이 들게 했다. 그런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올해 8년 차를 맞이하며 새로운 장을 시작하려 한다. 이 글에선 이들이 여태 보여준 행보를 돌아보며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라는 팀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팀인지, 동화 모티브로 어떻게 독자적인 캐릭터성을 공고하게 다졌는지 알아보겠다.
내 영원이 돼줘, 내 이름 불러줘.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초반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동화’였다. 당시 남자 아이돌의 강한 콘셉트들 사이에서 소년과 동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돋보였다.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남자 아이돌의 청량이라는 장르에 한 획을 그었고, 이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우정’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꿈의 장’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강점인 세계관 구축의 완성본이었다. 소년들이 함께 꿈을 좇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데뷔 앨범 『꿈의 장: STAR』의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춘기의 변화를 머리에 난 뿔로 표현했다. 어린 소년에게 변화는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이지만,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계기가 된다.
『꿈의 장: MAGIC』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더욱 선명해진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는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치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마법의 세계로 자신을 데려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Magic Island’에서는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또 하나의 마법의 공간으로 만든다. 현실에서 벗어나 친구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다. 앨범 자체가 소년들이 친구를 만나 함께하며 벌어지는 마법 같은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는 점과 뮤직비디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마주함으로서 이러한 동화적 세계관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동화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꿈의 장: ETERNITY』에 이르러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세계는 조금씩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Can’t You See Me?)’은 사이가 멀어진 친구와의 관계를 담고 있고,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처럼 이전의 동화적인 이미지 안에서도 어딘가 불안하고 낯선 감정이 나타난다. 친구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소년들은 이제 친구와의 갈등을 경험한다.
그리고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에 이르러서는 서먹해져 버린 관계를 다시 바라본다. 이 시기의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더 이상 마냥 밝은 소년들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특히 『minisode1 : BLUE HOUR』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조용해진 거리와 달라진 일상을 담아냈다. ‘날씨를 잃어버렸어’와 같은 곡을 통해 이전과는 달라진 세계를 바라보며, 당시의 시대상을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그 안에는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었던 친구와의 시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감정, 현실에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세계가 남아 있기에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얼음뿐인 이곳에서 넌 유일하게 빛나던 GLOW -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그리고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이미지의 탈바꿈을 시도한다.
『혼돈의 장: FREEZE』에서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이전보다 훨씬 정형적인 로맨스에 가까운 이야기를 가지고 온다. 특히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는 기존의 청량한 소년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팬덤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의 이야기가 친구와 함께하는 소년의 성장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세상이 무너지고 얼어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존재를 찾는 이야기다.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가 이야기하던 ‘너’는 더 이상 반드시 친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후 『이름의 장: TEMPTATION』에서는 유혹에 흔들리는 청춘을 이야기한다.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네버랜드를 떠나며’는 나이가 들지 않는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선택을 보여준다. 계속 꿈만 꾸고 싶은 마음과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소년은 흔들린다.
특히 ‘Sugar Rush Ride’에서는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차용해 ‘이리 와서 더 / 업고 놀자 더’라는 가사로 유혹을 표현한다. 이에 맞춰 펼쳐지는 전통 무용의 스텝은 낯설고 이질적인 것들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장점이 잘 드러난 구간이다.
이전까지가 10대 소년의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청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한 ‘이름의 장’에서 ‘Deep Down(머리에 자란 뿔은 사실 왕관이었다)‘라는 곡을 발표하며 사춘기를 이겨내고 비로소 나의 개성이 뿔이 아닌 왕관으로 받아들여지는 성장, 자아실현 서사를 마무리 짓는다. 이름의 장이라는 건 나의 욕구를 마주할 정도의 자아 성장을 나타내며 비로소 나 자체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사춘기 시절 우리는 친구가 아니면 죽을 것처럼. 그게 전부인 것처럼 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듯 사람이 왔다 가고 의외의 인연이 생기고 아쉬움을 머금고 보내줘야 하는 친구들이 생겼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는 홀로 우두커니 서 그 파도를 버티는 힘을 길렀다. 이름의 장은 그렇게 나를 정확하게 명명할 수 있어진 지금을 이야기하는 앨범이다.
‘이름의 장’이라는 제목은 결국 나의 욕구를 마주할 정도로 성장한 자신을 이야기한다. 더 이상 친구나 사랑, 혹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관계만으로 나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제는 나 자체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별의 장’에서 ‘너’를 찾는다.

안녕 네버랜드, 아름다웠던 그 모든 게 진실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 네버랜드를 떠나며
『minisode 3: TOMORROW』는 과거의 약속을 기억해 내고 함께 약속했던 ‘너’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과거의 기억을 다시 꺼내고, 그때의 ‘너’를 만나 내일로 나아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에게 ‘너와 함께하는 내일’은 희망이자 구원이 된다.
이때부터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재회 서사이고, 구원 서사이기도 하다.
마치 네버랜드를 떠나온 피터팬이 다시 네버랜드를 떠올리는 것처럼. 함께 한 약속을 떠올린 이들은 다시 누군가를 찾기 시작한다.
"우리 헤어져도 여기에서 꼭 다시 만나자."
시간이 흘러 소년들이 헤어지자 별은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밤하늘은 별빛을 잃고 사람들은 꿈을 잃었습니다.
…
소년들이 다시 만나고 별이 깨어났습니다. 소년들은 느꼈습니다.
"이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거야."
(데뷔 앨범 '꿈의 장: STAR' 수록곡 '별의 낮잠' 뮤직비디오 중)
그리고 그 재회의 이야기는 『별의 장』으로 이어진다.
『별의 장: SANCTUARY』는 별빛 아래 다시 만난 ‘너’와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꿈의 장』에서 시작된 우정, 『혼돈의 장』에서의 사랑의 실패, 『이름의 장』에서의 유혹과 성장,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나 마침내 다시 ‘너’를 만나는 것이다. 앨범은 결국 ‘우리’라는 관계를 다시 바라본다.
콘셉트 포토에서는 백마 탄 왕자님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통해 ‘나를 다시 찾으러 와주는 왕자님’이라는 재회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현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이 아니라,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가 다시 돌아와 약속했던 사람을 찾아가는 것처럼 재회를 그려낸다.
그리고 『별의 장: TOGETHER』에서 이 서사는 절정에 이른다.
『별의 장: TOGETHER』는 『별의 장: SANCTUARY』에 이어지는 ‘별의 장’의 마지막 페이지다. 이전까지 ‘너로 인해 달라진 나’를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너를 구원하는 나’로 나아간다. 서로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서로의 구원이 되는 이야기다.
결국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가 처음부터 이야기해왔던 ‘함께’는 다시 돌아온다.
친구와 함께 마법의 세계로 떠났던 소년은 성장하면서 혼자가 되는 법을 배웠고, 사랑과 유혹을 경험하며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너’를 찾아간다. 처음에는 ‘너’가 나를 구원해 주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내가 너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과거의 약속을 기억해 내고 우리가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다. 다시 만난 이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고 듣고 있는 노래에 서사를 부여한다.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항상 듣는 이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과거의 기억이 아닌 상상 속 친구를 만들어내게 하고, 현실이 아닌 환상으로 다시금 떠나고 싶게 만든다. 그것이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그들의 노래를 계속 청취하는 팬덤뿐 아니라 이들의 노래를 한동안 찾아듣지 않던 사람들마저 오래된 동화책에 먼지를 털어내듯 다시 꺼내듣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그런데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8년, 동화의 새로운 내일을 꿈꾸는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지난해 재계약 이후 새롭게 선보인 미니 8집 『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에서는 이전과 다른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모습이 나타난다. 7년 동안 이어온 시간을 돌아보며 가시덤불처럼 계속해서 자신들을 흔들었던 불안과 공허함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잠시 바람이 멈춘 순간을 바라본다.
타이틀곡 ‘하루에 하루만 더 (Stick With You)’ 역시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보여준다. 끝이 보이는 사랑을 붙잡고 싶은 마음, 이별을 준비하는 상대와 달리 아직 관계를 놓지 못하는 감정을 노래한다. 이는 이전까지의 청춘 서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감정이다.
성장을 이야기하던 소년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관계를 붙잡는 방법과 놓아주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다음은 어디일까.
친구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유혹에 흔들리고, 자신의 이름을 찾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너’와 재회했다. 함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서로를 구원하는 방법까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성장의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의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는 항상 듣는 사람을 현실에서 잠시 꺼내어 다른 세계로 데려갔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마법의 세계로 향하게 했고,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을 ‘Magic Island’로 만들었으며,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약속을 별빛 아래에서 이어갔다.
어쩌면 이제는 새로운 동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성장을 끝낸 뒤에도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다. 재회 이후에도 새로운 관계가 생길 수 있고, 구원 이후에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이미 별의 장을 완성하고 돌아온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에게 다음 이야기가 무엇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시 동화 속 이야기로 우리를 초대해 주기를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