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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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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눈물 흘리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많지 않다. 어린이와 어른을 모두 끌어당기는 애니메이션 또한 귀하다. 이처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비결은 무엇일까?

모두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공감’을 필요로 한다. ‘가족’, ‘친구’, ‘변화’, ‘성장’, ‘사랑’ 등 모두가 쉽게 공감할 만한 공통적인 소재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개성 있는 캐릭터, 창의적인 세계관을 함께 덧붙이면 그 애니메이션의 팬덤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와 ‘픽사’, 그리고 ‘드림웍스’가 이러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업들의 위대한 유산을 이야기하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 같지만, 이번에는 영화 <엘리멘탈>과 <인사이드 아웃>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영화 <엘리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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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Elemental)>은 영화 제목처럼 4원소(element)를 캐릭터로 설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불 원소는 성격이 급하고, 물 원소는 감수성이 풍부한 것과 같은 성격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불 원소는 모래를 유리로 만들어내고, 물 원소는 사물 사이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점 등 과학적인 원리도 군데군데 엿볼 수 있다.

<엘리멘탈>은 각 원소를 인종에 빗대어 표현한 것 또한 흥미로웠는데, 그중 ‘불’은 그들의 문화 양식이나 ‘파이어타운’이라고 불리는 정착지의 모습이 아시아계 인종의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다. 불 원소 ‘앰버’의 부모는 엘리멘트 시티에 이주한 첫 세대처럼 묘사되는데, 언어가 완전히 다르고 다른 원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거주지조차 찾기 쉽지 않았던 소수 민족 이민자의 어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앰버’는 그런 부모의 희생을 이해하고, 부모가 열심히 일군 가게 ‘파이어플레이스’를 물려받을 책임을 당연하게 여기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자신과 거의 반대되는 성격의 물 원소 ‘웨이드’를 만나고, 우연히 파이어타운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로 가게 되면서, ‘앰버’는 전혀 색다른 세상을 새로 경험한다. 이를 통해 ‘앰버’는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되고 새로운 꿈을 가지지만, 가족의 뜻을 잇는 자신의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영화 <엘리멘탈>은 ‘앰버’의 꿈과 동시에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전개한다. ‘앰버’와 ‘웨이드’는 성질도, 성격도, 가정환경도 정반대인 관계이다. 그러나 둘은 오히려 서로의 다름을 매력으로 느끼고, 서로 닿으면 사라질 수도 있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 내어 다가간다. 항상 같은 원소끼리 가족을 이루던 배경을 부수고 새로운 조화를 이루어내는 둘의 사랑은 굉장히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여주인공이 꿈을 이루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4원소’라는 소재를 만나며 굉장히 특별해졌다. 특히 4원소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인종과 이민자의 이야기까지 함께 전개하며 <엘리멘탈>은 더욱 개성 있는 세계관을 형성하였다고 생각한다.

 
 
2. 영화 <인사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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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편이 개봉한 지 어느새 9년이 넘어가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각종 감정을 의인화하고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굉장히 기발하고 혁신적인 영화였다. 거기에 청소년기의 주인공이 각종 물리적인 변화와 심리적인 혼란을 마주하면서 발생하는 머릿속 갈등을 표현하며 많은 관객의 공감을 자아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또한 세계관이 아주 탄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각종 감정의 색이 들어간 기억 구슬들은 장기 기억 저장소로 이동되고, 그중 색이 사라진 구슬들은 매립지로 이동한다. 인간의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이 이러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에 매우 감탄하였다. 그와 동시에 핵심 기억으로 보관되는 구슬들을 통해 다양한 성격 섬이 형성되고, 각종 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 또한 애니메이션답게 흥미진진했다.

시즌1과 2를 거치며 <인사이드 아웃>이 말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이 세상에는 나쁜 감정도, 나쁜 기억도 없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한다. 시즌1에서는 ‘기쁨이’가 부정적으로 여기던 ‘슬픔이’ 또한 ‘라일리’에게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주된 스토리였다면, 시즌2에서는 빌런처럼 보이던 ‘불안이’ 또한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되, 잊고 싶을 정도의 기억 또한 나를 성장시킬 동력이 된다는 것을 추가적인 메시지로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또 다른 지점은 ‘라일리’의 모든 감정이 ‘라일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라일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안전해지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감정들을 보면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낀다. <인사이드 아웃>은 나를 가장 사랑해 주고, 나를 가장 위하는 존재들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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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애니메이션은 개성적이면서도 탄탄한 세계관을 형성하며 화려한 스펙터클을 제공함과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이다. 게다가 실사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애니메이션이라는 매개체로 실현화하면서 사람들에게 더욱 놀라움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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