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관련한 두 개의 오피니언을 작성한 지 약 2년이 지났다.
[Opinion] chatGPT,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문화 전반]
[Opinion]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AI에게 맡긴 세상 [문화 전반]
그 이후로 인공지능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였고, 그에 따라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트렌드도 많이 변화한 것 같다.
인공지능의 진화 - ChatGPT를 중심으로
단순한 대화만 가능했고, 그 정보의 정확성도 파악하기 쉽지 않았던 시기에서 벗어난 ChatGPT는 더욱 다양해진 기능으로 우리를 마주하고 있다.
이제는 ChatGPT도 다양한 파일 생성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음성 스크립트, 코딩을 위한 프롬프트, 다양한 형태의 계획표까지. 심지어는 이미지 생성도 ChatGPT에서 가능하고, 다양한 그림체와 분위기를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기까지 하다.
또 다른 눈에 띄는 지점은 바로 ‘음성 모드 지원’이다. 텍스트로만 지원이 가능하던 대화형 인공지능이 이제는 다양한 톤의 음성까지 지원하며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심지어 더듬으면서 말해도 내용을 알아서 인식하고, 내가 중간에 말을 끊어도 잠시 말을 멈추고 경청하는 기능까지 있다.
마치 영상 통화를 하듯 카메라를 통해 비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정보를 분석하는 기능도 생겼다. TV로 송출되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보여주면 어떤 대회의 경기이며 어느 선수가 대결을 펼치고 있는지, 경기의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두 분석해 준다. 어떤 음식을 비추면 그것이 무슨 음식인지 맞히고, 그 음식의 레시피까지 말해준다. 기능을 사용하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데이터베이스의 한계가 명확하게 느껴졌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ChatGPT가 정보를 인용한 인터넷 사이트도 함께 제공해 준다. 그래서 최신 정보까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며, 정보를 인용한 인터넷 사이트도 네이버, 구글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이트이다. 하지만 여전히 ChatGPT가 제공하는 정보의 부정확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많고, 안타깝게도 ChatGPT는 자신이 제공한 정보의 부정확성을 전혀 경고하지 않는다.
인간의 변화
인공지능과 조금은 낯을 가리던 2년 전에 비해 이제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었다.
근래 2년간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가장 지배적이었던 트렌드는 단연코 ‘생성형 AI’였을 것이다. 유명한 가수의 목소리를 딥러닝 시켜 불러본 적 없는 다른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아예 노래 자체를 새로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 내 얼굴을 활용하여 실제 같은 새로운 사진을 만들거나, 특정 그림체를 활용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유행 또한 도드라졌다.
생성형 AI와 관련한 트렌드가 꽤 길게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사람들은 생성형 AI를 ‘실험’의 대상으로 보았다. 사람이 만든 결과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등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의 자연스러움을 따지기보다는 당연히 AI가 만든 결과물로 그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더 많이 보였다. 마치 과거에 다양한 유형과 주제의 ‘심리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듯, 인공지능을 통해 만든 이미지를 SNS에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AI와 관련한 부정적인 담론도 여전히 피해 갈 수 없다. 우선 수많은 저작물을 무작위로 크롤링하는 AI로 인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그 자체로 저작권 침해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AI를 통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첨부하는 파일들조차도 AI의 딥러닝을 위한 재료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새로 등장한 담론은 환경 파괴와 관련한 것이었다.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도 많은 자원을 사용해야 하고, 특히 AI가 지닌 무한한 데이터베이스를 고려하면 자원 사용의 양이 생각보다도 더 방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해 AI 개발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소비전력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5년 사이 48% 증가하였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인공지능이 점차 인간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게 되면서 그 유행도, 담론도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나는 여전히 인공지능이 불편하다
ChatGPT 등 직접적인 인공지능 프로그램 사용부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프로그램 내 AI 시스템을 통한 기능까지, 이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피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다.
확실히 인공지능은 편리하다. 혼자서 골머리를 앓으며 몇 시간 동안 끙끙거릴 일을 바로 처리해 주고, 다양한 솔루션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선택지까지 제공한다. 실제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일처리를 진행하니 더욱 간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불편한 마음이 든다. 몸은 편리한데 마음은 불편하다니. 왜 이런 모순적이고 이질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과연 인공지능이 개입된 나의 결과물을 온전히 나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였다. 마치 답안지를 베껴 시험지를 제출한 것 같은 찝찝한 마음이 든다. 어쩌면 인공지능을 사용함으로써 누군가와 아예 다른 출발선상에서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하다.
나는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의 발전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양한 담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결론이 확실히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무분별하게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맞을지 회의감이 생겨난다. 여전히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활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가 분명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행위는 끊임없는 논쟁거리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이제는 인공지능의 활용을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이를 적절한 영역에 잘 활용하는 것이 이 시대의 변화에 더욱 현명하게 발을 디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저작물을 사용하면 그 저작권을 표기하듯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범위를 명백하게 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된다면 이 불편한 마음도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