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콘텐츠 대홍수 시대이다. AI의 발달과 인터넷 플랫폼의 증가로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도서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의 저자 고나무는 이러한 콘텐츠 대홍수 시대에서, 매일 글과 씨름하는 글쟁이들에게 실패 없이 꾸준히 써나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과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신문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한 그는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원작을 집필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본질부터 실제 창작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전 노하우까지 이 책에 담아냈다.
캐릭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가. 대부분은 캐릭터의 성별이나 외형, 직업 등 외적인 요소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예컨대 로맨스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자연스레 원하는 이미지의 두 인물을 상상하게 된다.
물론 캐릭터의 겉모습도 중요하다. 하지만 캐릭터가 스토리 안에서 스스로 서사를 만들어가고, 이야기의 깊이와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면세계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백스토리)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현대 웹소설 독자가 빠른 전개를 좋아하고 먼치킨 캐릭터를 선호하더라도, 모든 캐릭터는 근본적 결핍이나 욕망을 가져야 합니다.
-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68p
저자가 말하는 '근본적 결핍'과 '욕망'은 캐릭터를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완벽한 존재가 아닌 인간다운 면모를 갖추게 하며, 동시에 그 결핍이 캐릭터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는 필자의 글쓰기 방식과도 매우 닮아 있다. 필자 역시 이야기를 구상할 때 가장 먼저 주인공의 결핍을 상정한다. 예컨대 현대 로맨스를 구상한다면 '어린 시절 대부분을 운동선수로 살아 사회 경험이 부족한 남성'과 '자신의 나약함을 들키기 싫어 일부러 날카롭게 행동하는 여성'처럼 인물을 규정하는 핵심 결핍부터 설정한다. 이렇게 중심축을 세워두면 어떤 사건이 전개되더라도 인물의 대사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야기의 개연성 또한 한층 탄탄해진다.
이야기를 완성하는 실전 노하우
그렇게 고심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도, 캐릭터를 만드는 것만으로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캐릭터를 하나의 스토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설계하는 과정 역시 필요하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이나래, 이낙준, 유재홍 작가의 집필 방식에 대한 소개였다. 일반적인 작법서가 글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실제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집필을 시작하고 작품을 완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세 작가의 집필 착수 방식을 비교해보면서 생각보다 작가들의 작업 방식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예비 작가라면 로그라인과 시놉시스를 작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렇게 써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 다양한 집필 방식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AI는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이처럼 이야기의 기본기를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자는 최신 창작 환경에 맞는 AI 활용법까지 함께 소개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AI를 활용한 캐릭터 구축 방식이다. 책에는 제미나이 API를 활용해 특정 남성 캐릭터의 성향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 세 개를 만들어 달라는 프롬프트와, 이에 대한 AI의 답변까지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AI를 활용해 글을 쓸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막상 채팅창을 켜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은 그러한 독자들에게 AI를 창작의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다만 AI가 이야기를 대신 써준다는 접근보다는,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책에 실린 프롬프트를 응용해 이전에 구상했던 소설 속 등장인물을 ChatGPT에 입력해 보았다. "형과 늘 비교당하며 자란 18세 남성"이라는 설정을 제시하자 AI는 단순히 상황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D는 자신의 결핍을 자각하지 못해야 더 입체적이다"라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중요한 건 D는 자신의 결핍을 자각하지 못해야 합니다. 독자는 '아, 형과 비교당하며 자라서 관계에서도 먼저 포기하는구나.'를 느끼지만, D 본인은 "난 원래 귀찮은 걸 싫어해서." 정도로 합리화하는 편이 더 입체적입니다. (Chat GPT 답변 중)
이는 웹소설에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원칙을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직접 활용해 보니 AI는 이야기를 대신 써주는 존재라기보다,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확장해 주는 보조 도구로 활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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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창작을 돕는 시대가 되었지만, 결국 이야기의 방향을 정하고 인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다.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는 이를 바탕으로 단순히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작법서가 아닌, 캐릭터를 구축하는 법부터 이야기를 설계하는 방법, AI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까지, 실패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안내하는 실전형 작법서에 가깝다.
매 챕터마다 마련된 '예비 작가를 위한 실습' 코너 역시 배운 내용을 곧바로 적용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실용성이 높다.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예비 작가나 스토리 창작에 입문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