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유구하게 여름에 종속되는 단어이지만, 드라마 <난홍>만큼은 첫사랑과 가을이 잘 어울리는 조합임을 증명한다.
가장 빛나는 계절인 여름을 지나야만 완숙한 계절인 가을이 오기 때문에, 두 주인공인 원이판과 쌍옌은 여름과도 같았던 학창 시절을 지나 마침내 추운 계절에 다시 만난다.
쌍옌에게 첫사랑과 풋사랑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의 진심은 여전히 원이판의 삶을 구하고 싶어 했다.
원이판의 삶은 항상 가을 혹은 겨울과 같다. 행운보다는 항상 불행이 많고 그래서 그 불행에 쌍옌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서웠다.
그녀의 진심은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저녁에 하늘을 바라보며 ‘그 애가 별을 갖고 싶다고 말하면, 별이 내려와야 한다’라는 말처럼 그녀도 마음 깊숙한 곳에 쌍옌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이 괜찮은 그의 삶에 괜한 어려움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 원이판의 진심이었다.
드라마의 초반부엔 쌍옌은 원이판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원이판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그녀는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의연하고 인내심 있었으며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쌍옌만 원이판의 삶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넉넉한 삶임에도 남들에게 항상 예민한 쌍옌에게 원이판은 그에게 가르침을 주는 인물이다.
계절이 몇 바퀴를 돌아 다시 만난 두 인물은 추억의 회상과 현재와의 분투 그사이를 오간다. 그 과정에서 둘의 서사는 설득력을 더하고, 어쩌면 두 인물의 만남은 여름이 아닌 가을이 되어서야만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원이판에게 쌍옌의 다정함은 어쩌면 무섭다.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다짐하는 그녀를 자꾸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군가를 믿어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행운으로 해결되는 것들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그녀를 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이판은 누구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강한 마음의 벽을 세운 것 뿐이었기에 되려 이런 심리적 부담을 극복할 때 그녀의 마음도 성장한다.
그래서 그의 다정함은 그녀를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린다. 그가 그녀의 퇴로가 되어준다.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이맘때쯤 시작하기 좋은 드라마이다. 깊은 감정선의 첫사랑이라서 흔하지 않은 소재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