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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앎과 행의 궤(軌) -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도서]

겹겹이 쌓인 세월에서 행해진 대화의 결실을 마주한다.

by 안지영 에디터
2026.08.3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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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의 존재는 수업을 통해서 처음 인식하게 되었다. 역사 수업을 들을 때면 이야기와 함께 유물 사진이 자주 등장했다. 특히 '백제금동대향로'는 발굴 당시의 사진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사진으로만 봤던 유물 및 문화유산 실제로 본 것은 가족 여행, 그리고 학교에서의 소풍과 체험 학습을 통해서였다. 경복궁의 근정전 앞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무언가 압도된다는 경험을 했으며, 부여와 공주에서 백제 유적지를 비롯하여 경주의 신라 유적지에서의 각 장면은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유물과의 대화는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촌과 북촌으로 불리는 동네 곳곳을 산책하였고, 수성동 계곡을 따라 청운공원으로 향하면 성곽길을 마주했다. 또한 동대문으로 불리는 흥인지문 공원에서 낙산공원으로 향하는 낙산성곽길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이처럼 유물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경험은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를 읽는 내내 좋아하는 곳을 발견하는 반가움과 새롭게 듣게 될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와 현대의 중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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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유산을 촬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사진을 본 사람들이 그 안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으니 사진을 매개체로 삼았으면 한다. 내 사진을 보고 호기심이 생기고, 자료도 찾아보고, 또 직접 가보기까지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즉 ‘우리 문화유산이니까 중요하지’가 아니라 ‘과거의 시간을 넘어 현대와 호흡하며 교감하는 곳이니까 중요하지’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각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 때도 내 촬영 의도가 주효했다고 한다.

     

    p.69

     

     

    '궁궐'을 거닐 때면 과거와 현대가 중첩되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책 속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경복궁의 전경을 비롯하여 눈이 온 다음 날 찍은 창덕궁의 대조전, 그리고 계절을 담은 한정당의 모습까지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궁궐이 더 이상 거주의 기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곳을 찾는 수많은 발길은 흔적을 머금고 있다. 그렇게 공간은 사람의 온기를 받아들인다. 

     

    이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 곳이 바로 '조선왕릉'이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선정릉과 큰 도로와 인접한 헌인릉, 숲길을 거닐 수 있는 동구릉 등의 왕릉은 시간이 멈춘 거 같은 느낌을 준다. 앞서 궁궐이 각각의 시간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이 공간은 그 자체로 역사에 머무른다. 궁궐보다는 좀 더 주변과 단절된 거 같은, 어우러지는 것보다는 그 시간과 일대일로 또는 있는 그대로 마주한 느낌이다. 현대로 치환하자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는 역사를 한 지점을 지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이 시간도, 그때 머무르는 공간도 세월을 관통한다.

     

    당시의 기록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도 감각된다는 것은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의 힘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진은 기록이자 예술이다. 기억하기에 유용하고,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움이 깃든 저자의 사진 속에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자신만의 시각을 어떻게 한 장에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다. 

     

     

     

    빛과 시간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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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지닌 은유는 사진의 존재 의미 자체를 좌우하기도 한다. 창호를 예로 들자면 빛이 없는 창호는 그저 평범한 창문이나 문일 뿐이다. 빛 없이는 창호를 가지고 아무런 은유적 표현도 만들어낼 수 없다. 나는 사진의 구성 요소 중 내용을 제외하고는 빛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 안에 빛을 넣기 위해 애쓴다. 그 빛의 광원은 태양일 수도 있고, 촛불이나 인공조명일 수도 있다.

     

    p.99

     

     

    사진에서 '빛'은 밝기를 조절하는 것을 넘어서 피사체의 구조 및 형태, 색감과 공간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빛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렌즈 너머에 담고 싶은 피사체를 그릴 수 있다. 빛은 밤과 낮이라는 시간에 영향받고, 빛의 양과 방향에 따라서 같은 물체의 색도 달라진다. 사진에서 빛은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소이다. 저자의 글처럼 '빛의 광원은 태양일 수도 있고, 촛불이나 인공조명일 수도 있다.' 이는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곳곳의 사진 작품과 연결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문화유산이 품고 있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 전조등 불빛으로 찍은 고창 고인돌, 태양 빛으로 붉게 물드는 찰나의 수원화성, 도시의 야경을 품은 한양도성(인왕구간), 그리고 국가 문화유산 보유자분들의 시선을 담은 사진에는 사라져 가는 것을 지키는 결의와 유산이 지니는 기품이 느껴진다. 빛이 물체에 닿아 일부 파장은 흡수와 반사를 거쳐서, 그 빛이 눈으로 들어와 신호를 해석하고, 물체의 색과 형태를 보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은 빛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동시에 고유의 빛을 뿜어내는 '눈'을 통해서 대상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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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면 지나온 삶의 순간순간마다 오늘의 나를 빚어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 덕분에 헤매거나 곁길로 빠지지 않고 한길을 묵묵히 걸어올 수 있었다. 그 많은 분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나는 늘 새벽에 일어나 촬영 계획을 점검하고, 그날 찍을 문화유산을 공부한다. 다들 우리 문화유산이 진부하고 고루하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우리의 미래를 담고 있는 더없이 낯설고 새로운 그릇처럼 보인다.

     

    p.285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것에 더 애정을 가져보는 것, 하고 싶은 일에 잘하고 싶은 마음을 키워가는 것. 더불어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일에 대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내게서 시작된 과제를 완성하려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며,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야만 진정으로 완성할 수 있다'(p.272) 저자의 글과 닿아 있다. 문화유산의 용도를 제대로 알고 해석하는 일, 본인의 생각을 펼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보는 것은 겹겹이 쌓인 30년 동안의 세월에서 행해진 대화의 결실이다. 앎은 행하는 것과 궤를 같이할 때 큰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책을 통해서 좋아하는 것을 확인하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을 발견하는 과정은 자신만의 질문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올해 남은 시간 동안 '반구대암각화'와의 대화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눈에 직접 담고 싶은 소망과 함께 앞으로 문화유산(유물)과 마주할 때면 건넬 질문과 대화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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