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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는 사진가 협동조합으로, 193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사진 컬렉션을 비롯하여 소속 사진가들의 이야기가 기록된 아카이브를 전개한다. 그들이 기록한 사진은 실체적인 현상이자, 개인과 사회의 움직임을 포착한 동적인 이미지이고, 동시에 '포토북'이라는 하나의 물성으로 남겨진 역사의 총체이다. 이번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34 - 2025》 전시는 이처럼 오랫동안 쌓인 문화의 양상과 '사진'이라는 매체의 다양성 및 특수성을 관람할 수 있다.

 

▶ 다변적인 관계로 얽힌 각각의 사진과 문자는 사진가의 시선에서 하나의 중첩된 주제 및 이야기로 창조된다.

 

▷ 당대의 현실 세계에 등장한 '포토북'은 기록의 역사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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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사진가들은 포토북을 통해 다큐멘터리 사진과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경계를 확장하며, 이 매체의 진화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겨왔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결합, 아카이브와 인터뷰의 활용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진가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작업이 어떻게 보이고 해석되는지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포토북을 적극 활용해 왔다. 젊은 세대 사진가들 역시 디지털 시대의 감각으로 이를 계승하며, 포토북이 단순한 이미지의 집합을 넘어 창작과 비판, 역사적 사유를 이끄는 몰입적 경험임을 보여준다.

 

_ 뮤지엄한미, 《포트북 속의 매그넘 1943-2025》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 - 2025》는 뮤지엄한미, 매그넘 포토스, 그리고 기획자로 참여한 사진작가 마틴 파와 천경우가 제시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큐레이션 된 150여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다. B1 층에 위치한 공간에서는 포토북의 열람이 가능한 'PART 1. 매그넘? 매그넘'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의 문화와 각 시대의 역사적·사회적 순간을 담은 포토북을 소개하는 'PART 2. 시대 속의 매그넘', 그리고 역동적인 매체의 특징을 갖고 있는 포토북의 다양한 역할을 보여주는 'PART 3. 마틴 파와 2000년 이후 포토북'을 전시한다.

 

1층의 'PART 4. 매그넘의 아이코닉 이미지'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정면을 향하여 수많은 사진을 마주한다. 조금 멀리서 봤을 때, 전시실 벽면에 걸린 사진의 모음은 하나의 컬렉션처럼 조화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좀 더 가까운 위치에서 바라보는 순간, 각각의 사진에 담긴 대상과 구도에서 프레임 너머에 있는 사진가의 시선이 담겼다.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고, 때로는 정지된 듯한 장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 이는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감각이다.

 

'PART 5. 미출간 프로젝트 『Eye to Eye』'에서는 끝내 출간되지 못한 포토북 『Eye to Eye』(가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전시된 여러 자료에서 매그넘과 작가들의 협업 방식과 소통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PART 6. 라이프-타임'의 주제는 다양한 시공간과 다면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인류의 삶을 기록한 사진을 전시한다. 총 12권의 포토북에서 펼쳐지는 '삶'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타인, 다른 나라, 국경을 넘어서고, 때로는 경계에 선 모든 것에서 다가오는 공감 및 낯선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일상의 순간은 가장 독창적이다.



Alec Soth (알렉 소스), Sleeping by the Mississip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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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배경으로 떠난 로드트립에서 포착한 '미시시피강'의 모습을 담아낸 포토북으로, 인물 및 풍경과 실내·외의 공간을 넘어서는 경계를 잘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책 표지의 노란빛 색감은 밝고 화사하며, 어쩐지 책의 제목처럼 몽환적인 느낌마저 든다. 미국 중부를 남북으로 흐르는 거대한 강을 따라서 떠난 여정은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목격이며, 일상을 보다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경험이다. 가까운 일상은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좀 더 멀리 떨어져서 걷게 되면 낯선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도, 훌쩍 떠난 여행지에서도 기록의 순간마다 붙잡을 수 있는 장면을 하나씩 저장해보면, 그 목록이 모여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구성할 수 있다.

 

 

『Olivia Arthur(올리비아 아서), A Pocket of Their Own 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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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아서의 포토북은 B1과 1층에서 모두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1층의 마지막 전시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는 포토북은 종이 네거티브 공정을 활용하여 빈티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손으로 채색하여 감각적인 느낌을 살렸으며, 연결된 책자 형식으로 창작되어서 펼쳐서 보기 좋다. 이 모습 그대로 방으로 옮겨 전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작품이다. 사진의 다양한 촬영 기법과 공정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일상의 영감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흘러가는 삶의 오늘을 기억하고 꿈을 기록한다.



『Cristina de Middel (크리스티나 데 미델), Afrona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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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대한 환상적인 꿈, 1964년 독립을 막 이룬 잠비아에서는 아프리카 최초 우주인의 탄생과 함께 달로 가겠다는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을 추진한 인물의 이상을 지지하고 함께 한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 결국 오랜 시간 동안 사진 속에서 머무르게 된 이 꿈의 모험은 크리스티나 데 미델로 하여금 현실 세계로 등장했다. 또한 동명의 작품은 2014년 SF 단편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포토북과 함께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꿈을 꾸는 자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시작'한다는 것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ohrab Hura (소랍 후라), Life Is Else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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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랍 후라의 포토북에서 활짝 핀 꽃잎과 흩날리는 꽃잎의 표지를 만날 수 있다. 이와 연결하여 포토북의 제목은 '생은 저편에', '인생은 다른 곳에 있다'와 같이 해석한다. 어떤 사진으로 구성되었길래 이런 제목으로 이어졌을까? 감성적인 표지와 한 편의 이야기를 내포하는 듯한 제목에서 사진에 대한 궁금증은 커졌다. 사진가의 시선에 담긴 이야기는 "나의 삶, 가족, 사랑, 여행, 그리고 곧 사라질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은 절실한 욕구에 대한 기록이다."라고 설명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흘러가는 삶을 연결하고, 내 삶의 조각들을 모아서 기록하는 것. 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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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은 당대에도 문화·예술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로 불리며, 매그넘 포토스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그의 행보는 '사진'을 매개로 현실성과 예술성을 모두 사로잡았다. 특히 사진집 'The Decisive Moment (결정적 순간)'은 사진 역사상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표지를 '앙리 마티스'가 디자인했다는 것에도 많은 주목을 받으며, 두 예술가의 협업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하루에도 몇 번씩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일련의 행위는 사진에 더욱 가까워지는 환경을 조성한다. 실시간으로 자료가 보도되고, 개인이 창작자이자 기록자가 되는 일상은 '사진'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더 나아가서 앞으로 다가올 매체의 변화에 대한 담론을 확산시킬 것이다. 텍스트와 이미지, 아카이브 이외에도 마주하는 정보에 대해서 보다 투명성과 진실성으로 점철된 것들을 더 많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매그넘 포토스에서 지향했던 창의적 자율성과 다양성이 확장되고 지켜져야 한다.

 

한편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한국 전쟁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작가 '베르너 비쇼프'의 포토북은 이전에 흔히 접했던 포토북과는 결이 달랐다. 현실을 직면하고,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상을 담아내는 프레임 너머의 시선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시공간의 어느 한 장면으로 관람자를 인도한다. 조금은 슬프고 아픈 한순간일지도 모르는 곳으로 말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그곳에 머무르면 이내 우리의 '삶'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기다리는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 주목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았으면 몰랐던 이야기가 이 순간에도 일어난다. 매그넘 사진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느 순간에라도 포착했던 프레임 너머의 시공간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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