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언제였던가. 도시의 불빛에 익숙해진 우리는 별을 본다는 행위 자체를 잊고 산다. 그런데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를 그림으로 남긴 것은 놀랍게도 기원전 2300년, 지금으로부터 4천 년도 더 된 일이다.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조앤 베이커의 책 『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북플레저, 2026)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스페이스X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문명이라 부를 만한 것을 갖추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화에서 과학으로, 그러나 여전히 경이로움으로
칠판을 가득 채우는 수식들이 실제로 밤하늘에서 눈으로 본 별빛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인지 나는 좀처럼 확신할 수 없었다.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연구 현장을 떠나 과학 학술지 편집자로 일하며 자신이 느꼈던 갈증을 풀어내듯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은 그 갈증을 설명하듯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천문학자》
인류는 별이 움직이고 밝기를 바꾸는 신비로운 현상을 두고 시대마다 다르게 풀이해왔다. 어떤 시대에는 그것이 신화가 되었고, 어떤 시대에는 종교가 되었으며, 마침내 새로운 학자와 학설, 천문대와 망원경이라는 도구가 등장하면서 별은 신비의 대상에서 분석의 대상으로 옮겨졌다. 저자는 과학의 객관적 언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우리 선조들이 실제로 올려다보았던 그 밤하늘을 다시 보여준다.
내 몸의 탄소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문장, "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는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물리적 사실이다. 빅뱅 직후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 같은 가장 가벼운 원소들만 존재했다. 탄소, 산소, 철처럼 우리 몸과 지구를 이루는 무거운 원소들은 그보다 훨씬 뜨겁고 밀도 높은 환경, 즉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거치며 만들어졌다. 별이 진화하며 헬륨을 태워 탄소를 만들고, 더 무거운 별에서는 산소와 규소를 거쳐 철에 이르는 원소들이 차례로 합성된다. 그리고 그 별이 초신성으로 생을 마감할 때, 새로 만들어진 원소들은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져 다음 세대의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체의 재료가 된다.
즉 내 손톱의 칼슘도, 피의 철분도, 한때는 어느 별의 중심부에서 수백만 도의 온도를 견디며 만들어진 물질이었다는 뜻이다. 우주 어디를 가든 원자의 성질은 동일하다. 지구에서 발견되는 탄소와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탄소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별과 전혀 무관한 존재가 아니라, 별이 만들어낸 물질이 오랜 시간을 거쳐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묘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우주에서 어떤 존재일까. 우리는 별을 바라보는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별의 일부이기도 하다. 밤하늘의 별을 이해하려는 일은 어쩌면 바깥을 향한 탐구인 동시에,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졌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 일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별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인간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허무 앞에서, 그래도 궁금해하는 존재
138억 년의 우주 시간 앞에서 한 사람의 생애란 찰나에 불과하고,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하는 은하들 사이에서 지구라는 작은 행성은 너무나 미미해 보인다.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오늘 어떤 실패를 했는지, 무엇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지조차 우주의 규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궁금해한다.
에드바르 뭉크, 《별이 빛나는 밤》
우리가 별의 잔해로 이루어진 존재라면, 우리의 삶 역시 거대한 우주의 역사에서 우연히 나타난 한순간에 불과할까. 그렇다면 그 사실은 삶을 허무하게 만드는 것일까.
기원전 2300년의 이름 모를 관측자부터 오늘날의 천체물리학자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신이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게 된 뒤에도 하늘을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았다. 신화로 설명하다가 종교로, 다시 수식과 관측 장비로 도구를 바꿔가면서도 그 질문의 본질—"우리는 어디서 왔고, 이 반짝이는 것들은 무엇인가"—은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문명이란 어쩌면 이 집요한 호기심이 세대를 거쳐 쌓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별을 바라보는 일
책을 읽고 나서 인간의 삶은 한편으로 더 작아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상하리만큼 소중해진다. 별이 만들어낸 원소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하나의 생명이 되고, 그 생명이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기원을 묻는다. 우주는 우리를 만들었고, 우리는 다시 우주를 이해하려 한다. 어쩌면 이것이 『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가 말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