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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꿈의 소멸은 무덤이라 부를까 축제라 부를까

꿈으로부터 완전한 졸업

by 조수빈 에디터
2026.09.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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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많이 지어내서 쓰다 보면 소설가도 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자소설이지.

       

      이러한 자조 섞인 농담이 지겨워질 때쯤에 취업했다. 그것도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이 창궐한 시즌에. 첫 취업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턴으로 일하던 곳에서 예상에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기업들은 자꾸 인력을 줄이겠다는 발표만 하고. 나는 여기가 내 자리인가보다 하고 그 자리에 남기로 했다.

       

      내가 합류하는 시점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했고 나름 재미있게 일했다. 그리고 딱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 먹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다짐이 드는 시간들이 있었다. 2년 만에 어딘가에서 정체됐다는 느낌은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신입으로 다시 들어갈 각오까지 마친 후 시작한 취업 준비는 많이 호된 시간이었다.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거 같고 내 자리도 딱히 없어 보였다. 그때 썼던 일기에 나는 "꿈을 꾸는 게 죄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리고 그때는 어떠한 말들도 위로가 안 되는 것 같아"라고 적었고 또 "나를 다독이는 것은 갈수록 까다로워진다"는 고백도 했다.

       

      행복하는 법은 제법 단순한 거 같은데 절망하는 방법은 어찌나 그렇게 다양한지. 첫 번째 취업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취업해서 그나마 나았다면 두 번째 취업 때는 어렴풋이 아는 것들 때문에 더 힘들었다.

       

      비교와 애매한 기대감.

       

      아무래도 나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아. 그 말을 처음 할 때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가져보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못 가져본 것들은 얄밉게도 반짝거려서 말이다. 계속 자신을 의심하는 시간을 견뎌야 했고 그 의심에 확신을 주는 결과를 많이 봤다.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나중엔 문자로 온 불합격 통보를 보고도 그냥 덮어놓고 마저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도망치듯이 읽었던 책이나 봤던 영상은 대개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가 취약할 때는 칭찬이든 욕이든 살을 꽉 깨물고선 잘도 파고 든다. 힘들다 말하는 것도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체력이 부족해서 자체적으로 소화시켜버리고 만다. 물론 소화가 되지 않고 명치께에서 꽉 막힌 채로 토해질 때도 있긴 하지만.

       

      그 때 읽었던 책이 얼마 전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내 재취업에 성공하고 다시 사서 읽으려고 했을 땐 절판되고 난 후였다. 괘씸하게도 중고시장에서 5만원 이상으로 팔리고 있던 GV빌런 고태경. 많은 앵콜 끝에 마침내 개정판이 등장했고 나는 감사하게도 5만 원보다는 싼 가격으로 책과 북토크 참여권을 함께 손에 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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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토크로 가는 길에 다시 책을 천천히 읽어봤다. 여전히 혜나의 실패가 아프고 쪽팔린다. 그냥 나같아서 그랬던 거 같다. 조병훈 앞에서 큰소리 한 번 못 치는 모습이 진짜 찌질해서 짜증났다. 분명 내가 가진 것 없어서 내세울 게 없어서 그런 건데...그게 죄는 아닌데. 한 방 멋있게 먹이지도 못하고 뭐라 할 타이밍을 놓친 채 어색하게 하하 웃고 마는 모습을 마주하기 싫었다.

       

      영화나 드라마가 상영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NG나 메이킹필름이 영상으로 떠돌기 시작한다. 그 NG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소비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성공했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비하인드씬 속의 그들을 관찰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보는 셈이다. 영화는 그렇게 잘 짜여진 이야기라는 것, 수많은 NG위에 선 오케이로 만들어진 이야기. 그런데 사람 사는 건 NG가 나도 오케이 해야 하는 순간밖에 없다. 내 삶은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황급히 채널을 돌리며 다른 영화로 드라마로 도망친다.


      북토크에서 정 작가는 실제로 영화를 공부했던 영화인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담담하게 영화를 졸업했다고 설명했다. 누가 해줬으면 했던 위로나 모든 준비생과 지망생들이 견뎌야 하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넘어서 해볼만큼 해본 실패의 선배의 입장에서 해주는 조언에도 미련이나 아쉬움보다는 완전히 마음을 정리하고 난 다음의 후련함 비슷한 게 느껴졌다.

       

      고태경에 이어 급류로 대성공을 거둔 정 작가는 급류의 연출 제안도 거절했다고 했다. 꿈으로부터 완전한 졸업인가 보다. 나를 쏟았고 좋아했고 아까워서 꼬깃꼬깃 접지도 못했던 꿈을 '아 이젠 괜찮아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마음을 나는 잘 모르겠다. 난 아직도 품 안에서 놓지 못하고. 놓지 못했다는 것을 보이는 것도 부끄러워져서 들춰 보지도 못하는 감정들을...

       

      아, 얼마나 자주 나의 꿈은 나를 사물로 만드는가. 그것도 현실을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에게서 독립해 있다는 사실 때문에...(불안의 책 중)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홍대는 여전히 붐볐다. 합정까지 타박타박 걸어오는 동안 나는 사라지고 희미해지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꿈을 꾸고 있었을 때 행복했냐고 누가 물으면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되묻고 싶다. 꿈의 소멸은 무덤이라고 볼까요 축제라고 볼까요. 손에 잡히지 않아서 자주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들에 이름을 붙이면 하나로 수렴할까.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답을 줄 수 없는 곤란한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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