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답신을 보내요
글 입력 2024.11.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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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통은 인터뷰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두 번의 특별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늘 앉아있던 쪽의 반대편에 앉아있었죠. 하던 가락이 있어서 노트북을 펼쳐두기는 했지만서도 자판을 두들기지 않은 것은 좀 어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네, 인터뷰에 임하는 기분은 조금 긴장됐고 새삼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제게 어떤 기대감을 가졌을지 이해가 됐죠. 내가 아무렇게나 말해도 잘, 괜찮은 이야기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그런 기대감 말입니다.


늘 남의 이야기를 옮기고 있어서 제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어렵고 조금 버벅거리게 됐습니다. 그래도 이야기하는 건 늘 즐겁단 걸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글 뒤에 있는 나마저도 읽고 싶어 한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 시기에 했던 고민을 똑같이 따라오던 누군가가 문득 제가 궁금해진 거겠죠. 혹은 저와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던 어떤 사람이 저를 궁금해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지금 저 사람은 이럴 때 무엇을 할까. 저 사람은 지금 어떤 사람일까, 같은 것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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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를 인터뷰해 주신 두 분께 궁금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궁금하실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우연히 읽게 될 다른 분들에게도 제 소개를 좀 해보자면요.


저는 올해 서른이 됐습니다. 달라진 건 크게 없고요. 엄청난 인내심으로 머리를 좀 길렀습니다. 7시간 이상의 숙면과 적당한 운동, 규칙적인 식습관의 중요성을 조금은 더 깨달았습니다. 술병으로 머리를 부여잡는 일은 줄었고 이젠 12시 전에는 집에 오려는 절제력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군것질이 조금 늘었고요. 성질은 여전히 급합니다.

 

오늘은 성질 급한 부분이 결국 사고를 쳤는데 엘리베이터가 2층을 가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버튼을 누르지 않고 몸부터 빼내느라 엘리베이터가 손등을 내리찍고 말았습니다. 차도 아니고 엘리베이터에 치이다니 헛웃음만 나오더군요...영화 같이 멋지게 엘리베이터를 손으로 잡아타는 건 엘리베이터가 많이 노후화됐거나 힘이 세야 한다는 것을 몸소 깨우친 셈입니다.


아,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을 하나 소개해 볼까요. 언론고시 준비를 할 때 많이 읽었던 피로사회의 또 다른 버전입니다. 에로스의 종말이라는 책인데요. 그간 말 그대로 문자를 읽기만 했을 뿐...제대로 그 책을 '이해'했다고 보긴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피로사회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굉장히 어렵고 철학적이에요. 한 문장만 제대로 이해했다고 해도 만족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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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작가는 "이제 사랑은 상처와 급습과 추락의 부정성을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휘발적인 관계와 쉬운 만남에 대한 회의는 세대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사랑함으로써 내가 완전히 깨어지고 부서진다는 의미를 공유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도 어려운 사랑을 선택하려고 하지 않아요. 붕괴되는 것은 무섭잖아요.


그렇지만 말입니다. 사랑은 '안락할 수 없다'는 것이 그저 '도파민에 미친 사람'과 동일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한 만남, 쌓일 듯, 날아갈 듯, 그 사람을 위해 나를 포기하는, 어려운 둘만의 서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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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말고 '마침내'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사랑을 위해 무언가를 기꺼이 포기하고 (나를) 파괴하는 것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슬프다, 라는 것이 제 감상입니다.


11월이지만 반팔을 입고 이 답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하철 안은 더웠는데 운동 하려고 나오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추워졌군요. 뭐든 적응보단 변화가 빠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두서없이 하고 싶은 말을 적었습니다. 퇴고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지만 완벽한 글보단 솔직한 글을 보내고 싶어 이번 글은 이례적으로 퇴고 없이 보냅니다.

 

두 번의 인터뷰는 제 글과 글로 만난 사람들과 진행한 최초의 인터뷰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고마운 용기에 대한 답신이고요. 그저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제 생각을 마음껏 쏟아내고 왔을 뿐인데... 그 만남이 제가 쓴 것들이 다리가 되어줬다고 생각하니 수없는 시간을 기뻐하게 되더군요. 글을 쓰고 싶지 않을 때 그 만남들을 많이 돌이켰습니다. 글을 쓰고 싶을 때도요.

 

제 첫 인터뷰들은 여기에서 끝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는, 점심에 만나요. 환해져요*...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 안미옥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中 만나서 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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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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