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보이는 것의 탁월한 활용 – 영화 ‘사진의 얼굴’

사진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체험하는 것

by 류나윤 에디터
2026.08.28 12:27
최근 본 글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사진의얼굴_메인 포스터 (1).jpg

     

     

    ‘사진’이나 ‘카메라’를 생각하면 어떤가? 나는 요즘의 사진이 아우라를 잃은 장르라고 생각한다.

     

    가끔 유튜브를 보다 보면 나오는 옛날 뉴스 짜깁기 영상들을 보면, 과거에는 멘트를 하는 기자들의 뒤로 카메라를 신기한 듯 응시하며 지나가거나, 화면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웃음을 지어 보이는 시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새삼 이질감을 느끼는 이유는, 요즘은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뷰에 응한 시민이 아닌 이상, 지나가는 화면에 군중으로 포함되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한 번 찍힌 사진과 영상이 복제되는 범위가 과거보다 넓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는 한 번 촬영한 이미지를 몇 번이고, 셀 수 없는 미디어에 사용한다. 널리 퍼져 나간다는 것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명 ‘사진에 찍히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라는 속설의 최신 버전인 것 같다. 다만 과거에는 낯선 기계에 대한 공포 또는 경외에서 온 것이었다면, 요즘은 조금 더 실체적이고 법리적인 침해에 대한 두려움 또는 짜증에서 나온 것에 가까워 보인다.

     

     

    11.jpg

     

     

    그러나 이런 사진을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전환한 작가가 있다. 프리랜서 사진가로서 미나마타병을 취재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구와바라 시세이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주간 아사히 잡지에 실린 ‘미나마타병을 보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실제로 미나마타를 찾아가 미나마타병을 보았고, 자신이 본 것을 사진으로 남겨 세상에 알렸다.

     

    일반적으로 보도 사진이라는 것은, 그 명암이 확실한 편에 속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사진은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기는 하지만, 그 담아내는 찰나의 순간이 너무 부각되어 왜곡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노련한 사진가여도 그 검을 사용할 때마다 고민하며, 검을 사용한 대가를 치르는 순간들이 있다. ‘보도 윤리 논쟁’에 휩싸이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구와바라 시세이가 훌륭한 사진작가임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그의 사진에는 그가 미나마타의 사람들과 형성한 관계가 탁월하게 담겨 있다. 미나마타를 촬영한 그의 사진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미나마타병 환자의 눈을 클로즈업한 사진인 이유 역시 바로 그런 것일 것이다.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 사진은 이야기와 함께 머릿속에 각인된다. 영원히 그 이야기와 함께 사진의 이미지가 맴도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단 한 장의 사진에도 복잡한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데 탁월한 사진가이다.

     

     

    04.jpg

     

     

    그의 이런 탁월함은 한국의 역사 역시 포착한다. 한국의 정치적 격동기인 60년대에 처음 한국 취재를 시작한 그는, 최근까지도 한국을 취재한다. 많은 사람이 왜 그가 하필 ‘한국’을 담았는가, 특히 개발 이전의 청계천을 다루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그가 찍은 장소가 아닌 동기에 집중해 보면, 그가 그런 장소들을 촬영한 이유는 사람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구와바라가 촬영한 사진 속 장소는 사진에만 남아 있지 않다. 그 공간들은 작가의 삶에 영원히 남아 있다. 그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미나마타를 방문한다. 한국도 방문하며, (그의 또 다른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동두천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무연고 묘지를 찾아가 그들의 넋을 기린다. 이처럼 그는 과거에 들여다보았던 사람들을 계속해서 굽어본다.

     

    이쯤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사진이라는 예술 그 자체가 폭력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진을 잘 다루는, 아흔이 넘는 노령에도 두 발로 단단히 사다리에 올라가 사람들을 굽어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가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진에는 그 사진을 촬영한 사람의 시선이 드러나 있다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이 개념의 가장 짜릿한 점은, 평생 내가 경험해 볼 수 없는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와바라 시세이가 촬영한 한국의 사진을 통해서는 한국인이라면 결코 경험할 수 없을, 한 발짝 멀리서 바라본 한국의 노골적인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어떠한 한국적인 경험보다도 더욱 한국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류나윤_컬쳐리스트.jpg

     

     

    류나윤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 옴브리뉴는 ‘잘’ 추는 게 아닙니다
    2. 02 [Opinion] ‘정숙한 세일즈’가 보여주는 발칙한 세계, 그 너머 [드라마/예능]
    3. 03 [Opinion] 대안 가족의 대안, ‘침몰 가족’ [영화]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