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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 인간동물들

동물과 인간의 경계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인간과 동물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걸까.

by 한수빈 에디터
2026.08.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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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의 경계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인간과 동물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걸까.


『인간동물들』은 동물들이 범람하게 된 도시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드라마이다. 지금 세대의 ‘카릴 처칠’이라 평가받는 스코틀랜드의 희곡 작가 ‘스테프 스미스’가 작업했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인간 중심의 오래된 관념을 과감히 뒤집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시도하며, 생태 위기가 인간관계와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전통적으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희곡이나 연극은 인간의 관점에 주목해 왔다.

 

하지만 작가 스테프 스미스는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종차별’에 집중함으로써 동물과 인간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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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에는 6개의 의자와 비닐 재질의 천막, 그리고 풀과 식물들만이 놓여 있었다. 저번에 관람했던 『플리백』의 연출이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많은 소품과 배경을 덜어냄으로써, 오히려 배우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더 유심히 볼 수 있는 효과를 주는 연출방식이다.

 

잠시 뒤 조명이 꺼지고 6개의 그림자가 등장했다. 불이 켜짐과 동시에 의자에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진 배우들이 등장했다. 딱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어떤 캐릭터인지 잘 짐작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연극은 2명의 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각 인물의 상황과 관계는 가지각색이었다. 어딘지 모자라 보이는 '제이미'와 그의 여자친구 '리사',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낸시'와 그녀의 딸 '알렉스', 불친절한 듯 보이지만 따뜻한 구석이 있는 '존', 전염병을 막는다는 명목하에 동물들을 죽이는 기업 사장 '사이'까지.

 

인물의 숫자가 많지 않음에도 배역 하나하나에 담긴 에너지가 엄청났다. 그 에너지 덕분에 이야기가 더욱 꽉 찬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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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의 핵심 주제는 위에서 말했듯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있다. 동물들이 멸종하는 가운데 인간만은 왜 멸종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까. 결국 인간도 자연의 흐름 앞에서는 멸종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종인데 말이다.

 

연극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러한 이야기를 더 깊게 파헤친다. 조금만 있으면 전과 다름없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리사'. 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나빠졌다는 것을 말이다. 붕괴되어 가는 일상 속에서 사랑했던 '제이미' 또한 그 사실을 안다. 그는 그녀와 다른 방식으로 혼란 속에서 발버둥 친다. 동물을 몰래 키우는 방식으로 말이다.

 

결국 동물들은 모두 떠났고 리사와도 멀어지게 되지만, 그가 떠나가는 그녀에게 쥐여 준 작은 새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무너져 가는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을 망치며 스스로를 멸종의 길로 몰아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파괴되어가는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희망은 다른 사람의 손과 손을 타고 전해져 훨훨 날아갈 것이다. 인간의 파괴성, 그것과 손을 잡고 있는 다른 한편에는 연민의 가능성 또한 살아 있다.

 

죽어 가는 동물들을 통해 죽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겹쳐 볼 때, 현실을 바로 보고 그 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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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역의 윤성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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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역의 송영근 배우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뛰어나서 흡입력이 어마어마한 연극이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려 한 것 같아 더욱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작품이 말하는 주제 이외에도 캐릭터들의 관계 또한 촘촘하고 깊게 연결되어 있어 그 부분에 집중해서 보는 것도 추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이’ 역을 맡은 ‘윤성원’ 씨의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딸을 그리워하는 인간적인 면모와 동물을 학살함에도 초연한 파괴적인 면모는 입체적인 인물을 구성하는 좋은 요소였다. 단순히 그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기에는 생각할거리가 많아보인다.

 

그 외에는 ‘존’ 역을 맡은 ‘송영근’ 씨 또한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는 약간 불퉁해 보이는 이미지였다. 바에서 ‘사이’ 와 만날 때는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며 그의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파괴하며 스스로를 몰아넣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모습 또한 좋았다. 특히 마지막에 ‘리사’ 를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동물원에 데려가 권총을 쥐여 주었을 때가 가장 슬펐다. 그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유추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배우들 또한 정말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연극은 배우들의 역할이 큰 작품이었다.


동물과 인간의 경계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이 연극을 보고 난 뒤에는 그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희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고통을 바라보고 연민할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동물들』은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경계가 무엇인지 묻는 동시에,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관람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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