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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저마다의 이타케를 향하는 이들에게 - 오디세이아

<오디세이아>가 던지는 몸만 자란 우리를 향한 질문

by 오금미 에디터
2026.08.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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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하며, 원작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경험으로 가득한 긴 여정'을 뜻하는 단어 '오디세이(Odyssey)'의 근원이기도 한 이야기는 막상 펼쳐보기엔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방대한 분량은 물론이고 복잡하게 교차하는 시점과 수많은 신과 인물들의 낯선 이름이 장벽처럼 붙잡고 서있기 때문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아우구스테 레히너의 『오디세이아』는 그 문턱을 단번에 낮춘다. 이 책은 원전을 직역한 형태가 아니라,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의 10년간의 방랑을 시간 순서로 재배열하고 시점을 통일하여 풀어지은 책이기 때문이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인물 관계도도 부록으로 배치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그의 모험에 동행하도록 도와준다.

 

앞서 말했듯 이야기의 중심에는 오디세우스가 있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략가이자 한 왕국의 왕인 그는 시련을 겪는다.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를 꾀로 물리친 뒤, 굳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 호기 탓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게 된 것이 원인이다. 그는 전지전능한 신이나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장수가 아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시련을 자초하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다.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10년의 세월 동안 그는 끊임없이 유혹과 위협을 맞닥뜨린다. 거센 파도와 괴물들, 그를 소유하고자 했던 키르케, 칼립소 등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를 향한 유혹보다 강했던 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확고한 의지였다. 신들조차 감정의 노예가 되어 서로를 질투하고 싸움을 벌이는 세상 속에서, 오디세우스는 점점 단단해진다.

 

그가 없는 빈자리를 틈타 아내 페넬로페와 재산을 탐하며 행패를 부리는 구혼자들의 모습, 그를 제지하지 못하는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는 읽는 내내 고구마를 잔뜩 먹은 듯한 답답함을 자아낸다. 본인이 떠나온 왕국이 이럴진대 쓸데없는 데 힘을 빼는 오디세우스를 보고 있자면, 집에 가고 싶은 게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과거의 오디세우스였다면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며 불같은 칼날을 빼들었겠지만, 지금의 그는 늙고 추한 거지의 모습으로 조심스레 기회를 엿보단다.

 

갖은 모욕과 멸시 속에서도 성정을 누르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침착함, 아들 텔레마코스를 독려하고 자신을 기다려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담대함을 보여준다. 마침내 자신의 삶을 재건하는 성장형 리더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오디세우스를 보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성장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가진 타인의 인정과 자랑에 대한 욕망은 어디서 오는가'. 겉모습은 어른이 되었지만 속마음은 여전히 덜 익은 채 흔들리는 우리에게, 기원전 서사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유효하다. 무수한 유혹 앞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때론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거지의 옷을 입을 줄 아는 겸손. 그것이야말로 긴 방랑 끝에 오디세우스가 얻은 가장 위대한 무기였다.

 

『오디세이아』가 끊임없이 영화나 소설로 변주되며 재해석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도 매일 저마다의 이타케를 향해 출항하고, 스스로 만든 고통 속에 좌절하며, 이를 딛고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오디세우스이기 때문이다.

 

곧 만나게 될 영화 <오디세이>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스크린 위에서 그의 광활한 귀향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극장의 불이 꺼지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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