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던지자, 영화 한 편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해피 해피 브레드>입니다. 작은 마을 쓰키우라에 자리 잡은 '카페 마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죠. 이곳은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안고 찾아온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치유를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이니까요.
카페의 주인 리에와 미즈사마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정성스레 구운 빵과 커피를 제공하며, 차분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카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편의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깊은 성찰을 안겨주죠.
리에의 마니는 어릴 적 본 동화책의 주인공입니다.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마니를 찾고자 하지만 점점 막막하게 조여오는 현실 속에 리에는 마니의 존재를 부정하게 돼요. 어쩌면 마니란 행복의 근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즈사마가 쓰키우라에 가자고 했을 때, 그때부터 마니를 찾기 위한 여정은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달이 예쁘게 뜨는 곳에 마니라는 카페를 열고, 둘은 부부로 생활하지만 실제로는 거리를 두고 있어요. 리에와 미즈사마의 관계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행복을 찾지 못한 리에의 모습을 보여주죠. 그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미즈사마는 빵을 굽고 그 빵을 항상 리에에게 나눠 주며 마음을 대신합니다.
리에가 처음 쓰키우라에 왔던 그때처럼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마음 한구석 어딘가 텅 빈 상태입니다. 첫 번째 손님 '가오리'는 같이 오기로 한 남자에게 바람을 맞고 마니에 찾아오죠. 실연의 아픔을 독특한 방식으로 푸는 모습을 마니의 단골손님 '도키오'가 자주 목격하게 되고 서로 알게 모르게 의지하는 사이가 됩니다.
떠난 그 남자가 전부였던 것처럼 펑펑 울던 가오리는 마니의 빵과 커피로, 도키오와의 대화로 점점 안정을 찾아가요. 도쿄 생활의 고달픔을 토로하면서도 직장 동료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야 된다며 동네를 쏘다니는 행동을 보면 현실의 묶여지는 현대인의 모습이 떠오르죠. 그래도 떠날 땐 웃는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는 걸 보면 텅 빈 곳이 채워질 준비가 되었음을 알게 해줘요.
두 번째 손님인 '미쿠'는 엄마가 떠난 것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엄마가 만든 호박 포타주가 먹고 싶다는 미쿠는 리에와 미즈사마가 만든 호박 포타주를 마주할 수 있게 되지만 엄마가 만든 것이 아닌 그 음식에서 계속 엄마가 떠올라 다신 안 먹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빠도 엄마의 부재가 크지만, 성숙해져 버진 미쿠의 모습이 가슴 아프죠. 카페 마니의 작은 도움으로 식탁에 마주 앉게 된 둘, 드디어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게 됩니다.
'나 사실 엄마가 없어 슬프다고'. 그래서 같이 울고 싶었다는 미쿠의 말이 쿡쿡 마음을 쑤십니다. 미쿠가 아버지를 미워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다는 것이라서 다행이었다고 느끼면서요.
세 번째 손님인 노부부는 살아갈 희망을 잃고 찾아왔습니다. 죽으려고 했지만, 마지막 할머니의 '빵이 맛있다', '내일도 먹고 싶다'라는 말은 할아버지의 게획을 바꿔버리죠. 생전 빵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할머니가 빵을 먹는 모습이 인간은 죽음을 앞두고서까지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아버지는 회고합니다. 그리고 미즈사마가 말한 캄파뉴의 뜻 '동료'가 같이 나누어 먹을 사람. 즉, '가족'을 뜻하는 것 같다고요. 할아버지도 할머니라는 가족의 소중함, 삶의 소중함을 그제야 눈치채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처럼 카페 마니를 찾는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와 치유를 경험합니다. 리에와 미즈사마는 이들에게 그저 빵과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죠.
영화를 보면, 행복이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카페 마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은 서로 온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해요.
카페 마니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찾고자 하는 '마니'를 상징하는 공간이 아닐까요. 이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누구나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 여정은 끝이 없으며 어린아이부터 백발노인까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찾은 행복의 조각들은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길을 안내해 줍니다.
리에의 마지막 말처럼 "찾았다, 마니!"를 외치는 그날이 올 거란 걸 언젠가 우리도 알게 되겠죠. 그럴 것이라 믿으며 새해에도 나아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