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PRESS]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을 들이키고 -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 [공연]

Welcome to The Jungle

by 이진 에디터
2026.09.30 14:42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01.45840914.1 02.jpg

       

       

      뮤지컬보다 쇼에 가깝다. 관객은 무대에 오르고, 배우는 객석으로 내려오며 관객도 공연의 일부가 된다. 캐릭터가 아닌 배우의 본명이 호명된다. 대본과 설정으로 시작된 공연은 배우의 진짜 이야기로 끝난다. ‘배우들을 가까이서 보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재밌다’라는 평과 ‘내향인 학대’라는 양극단의 ‘웃픈(웃기고 슬픈)’ 평이 공존한다. 알콜이 아닌 음악과 춤과 퍼포먼스에 흠뻑 취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몸이 부서져라 무대를 누비는 배우들의 열정이 그중 가장 진짜다.


      신시컴퍼니 초연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이 9월 18일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에서 개막했다. 2027년 1월 3일까지 관객을 만나는 작품은 비영어권 최초로 공연된다.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초연 후 호주·뉴질랜드·미국을 거쳐 영국 웨스트엔드를 섭렵, 2022년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콰이어 오브 맨>은 펍 ‘더 정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콰이어 오브 맨>의 특색이자 개막하자마자 빠르게 소문이 난 가장 큰 이유는 프리쇼(Pre-show)다. 공연 전 MD 부스에서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드링크 쿠폰 구매에 성공하면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무대 위, 즉 더 정글 바에 올라갈 수 있다. 티켓을 수령할 때 받은 성인 인증 팔찌를 차고 있으면 더 정글 바에서 제로 맥주(무알콜 탄산음료)를 받는다. 배우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 컵 쌓기 퍼포먼스도 구경하며 더 정글 바의 일원이 된다. 이는 관객 참여와 이머시브(Immersive : 몰입형 공연)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체험이다.

       

       

      NISI20260923_0002248092_web.jpg

       

       

      프리쇼가 끝난 후, 본 공연이 시작되면 아홉 명의 배우는 처음엔 역할로서 무대에 오른다. 대사의 대부분을 소화하는 이야기꾼 POET을 비롯하여 ROMANTIC · JOKER · MAESTRO · HARD MAN · BEAST · BARMAN · HANDYMAN · BORE까지. 개성 뚜렷한 이들은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며 라이브 노래를 소화한다. HANDYMAN이 추는 탭 댄스 또한 고퀄리티 퍼포먼스 중 하나다. 기승전결이 담긴 서사 대신 퍼포먼스로 무대를 채운 것 또한 작품의 뚜렷한 특징이다.


      예매 페이지엔 캐릭터의 영어 이름이 쓰여 있지만, 무대에선 배우들의 본명이 불린다. 사전에 소개된 캐릭터 특성이 무대에서 드러나는 인물은 POET과 ROMANTIC 정도다. 톰 브랜든 해외협력연출은 ‘배우들의 실제 이름을 사용하면 무대와 객석의 관계가 훨씬 개인적이고 특별하게 바뀐다. 관객이 캐릭터가 아닌 인간으로서 이들을 마주하게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더 정글 바는 배우와 관객의 놀이터이자 ‘집’이다. 캐릭터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고향과 집을 이야기하는 후반부 ‘홈 스피치’는 작품 하이라이트다. 연습 전 배우들이 작성한 집에 대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작가 벤 노리스가 오직 한국 공연만을 위한 맞춤형 대본을 완성했다. 배역과 배우, 무대와 객석, 전통적인 연극과 이머시브 공연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먼 나라의 잘 모르는 지역이 아닌, 익숙한 지명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객 또한 자신의 집을 생각한다. 이는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다.


       

      <콰이어 오브 맨> 넘버 리스트


      Welcome To The Jungle (원곡 : Guns N’ Roses)

      Save Tonight (원곡 : Eagle-Eye Cherry)

      Wake Me Up (원곡 : Avicii)

      Teenage Dream (원곡 : Katy Perry)

      The Impossible Dream (원곡 :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50 Ways To Leave Your Lover (원곡 : Paul Simon)

      제발 (원곡 : 이소라)

      Escape (원곡 : Rupert Holmes)

      I’m Gonna Be (원곡 : The Proclaimers)

      Under The Bridge (원곡 : Red Hot Chili Peppers)

      Chandelier (원곡 : Sia)

      Bring Tomorrow On (<콰이어 오브 맨> 오리지널 곡)

      Dance With My Father (원곡 : Luther Vandross)

      Somebody To Love (원곡 : Queen)

      You’re The Voice (원곡 : John Farnham)

      Some Nights (원곡 : fun.)

      The Parting Glass (Traditional Folk Song)

       

       

      <콰이어 오브 맨>을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널 넘버 ‘Bring Tomorrow On’을 제외하면 전부 원곡이 존재한다. 록, 포크트로니카(포크와 일렉트로닉의 결합), 팝, 뮤지컬, 발라드, 아카펠라, 포크 송까지 다양한 장르가 ‘귀 호강’을 시켜준다. 이중 눈에 띄는 노래는 이별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ROMANTIC이 부르는 이소라의 ‘제발’이다. 슬로우 모션과 아카펠라 편곡으로 완성된 장면은, 원곡의 건조하고 고독한 분위기와는 다른 이별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알리스테어 히긴스 해외협력음악 수퍼바이저는 ‘제발’을 작품 넘버로 선정하고 편곡한 이유에 대해 ‘관객이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고유한 무대를 보게 하고 싶어 한국 노래 삽입을 오래 고민했다’라며 ‘여러 곡을 찾던 중 해당 곡(제발)의 가사에서 내면의 연약함이 깊게 묻어나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관객에게 이미 잘 알려진 곡이고, ROMANTIC의 서사와도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이 노래 없는 공연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라며 ‘제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콰이어, 즉 합창단이란 단어가 제목 중 일부인 만큼 5차 오디션에 걸쳐 선발된 배우들의 탄탄한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 <콰이어 오브 맨>이다. 어마어마한 연습량이 짐작 가는 뛰어난 퍼포먼스와 지칠 줄 모르는 폭발적인 에너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우정이 담긴 팀워크까지. 이들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하모니와 앙상블이 작품에 특별함을 더해주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악기 연주, 탭 댄스뿐 아니라 맥주잔을 활용한 단체 퍼포먼스 장면은 <콰이어 오브 맨>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다.

       

       

      01.45840909.1 01.jpg

       

       

      관객을 즉석에서 간택해 한 곡 내내 무대에 올리는 본 공연의 적극적인 연출과 이머시브 요소가 있는 프리쇼로 작품은 개막과 동시에 큰 화제가 됐다. 배우들의 팬은 물론 이머시브나 참여형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들, 뮤지컬 애호가들까지 꾸준히 극장을 찾았다. ‘100분 내내 커튼콜 같다’, ‘1년 치 에너지를 100분 만에 다 쓴 것 같다’, ‘내향인 학대’라는 유쾌한 평들이 이어지는 이유는 공연의 독특한 형태와 무대를 불사르는 배우들의 에너지 덕분일 것이다.


      알리스테어 히긴스 해외협력음악 수퍼바이저는 ‘우리 작품은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악과 요소가 가득하다’라며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배우들과 뜨겁게 교감하고 연결되며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처럼 <콰이어 오브 맨>은 내향인 또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무대다. 1층 1열 좌석들과 통로석만 피한다면 ‘내향인 학대’를 겪지 않고 안전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콰이어 오브 맨>은 관객과도 적극적으로 교감하며 오직 그날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한 번뿐인 순간을 합창한다. 치열한 연습으로 완성한 경이로운 공연은 이들이 무대를 위해 흘린 땀방울의 양을 짐작하게 한다. 영국에서 시작한 작품인 만큼, 몇몇 개그나 장면은 한국 관객의 정서에 딱 들어맞지 않기도 하지만 뮤지컬의 본질인 음악과 생생한 현장감은 진짜다.


      낯선 형태지만 익숙하게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작품과 음악, 배우들의 진정성에서 온다. Bring Tomorrow On. 폭발하는 오늘과 내일을 더 정글 바에서 들이킬 수 있을 것이다.

       

       

       

      이진_PRESS.jpg

       

       

      이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이진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Interview] 3년 만에 돌아온 베토벤 2.0, 시크릿은 없다 - 뮤지컬 ‘베토벤’ 길 메머트 연출
      2. 02 [Interview] 나의 프라임 세포는 자신감과 고집 -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최재림
      3. 03 [PRESS] 난 너를 사랑하겠노라, 죄가 될지라도 - 뮤지컬 ‘아몬드’ [공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