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당신은 누구인가요?

내가 만든 책으로 보는 2024년 회고록
글 입력 2024.12.29 19: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차가운 바람이 창밖을 스치는 연말, 지난 한 해 동안 나를 담아낸 세 권의 책을 하나씩 펼쳐 들었다. 첫 번째 책은 나의 취향을 담은 잡지다. 페이지를 넘기며, 좋아하는 것들, 아끼는 사람들 그리고 마주한 세계가 떠올랐다. 두 번째 책, 에세이는 나의 내면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기록이었다. 거기에 담긴 내 생각과 감정들은 마치 내면 깊숙한 곳에서 꺼낸 작은 불꽃들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세 번째 책은 내 심리를 분석한 작품집이었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내면을 들여다본 글들은 나를 낯선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이들을 읽으면서 나는 어딘지 모르게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이 글들이 나의 조각일까. 문장들은 너무도 유려하고 세밀하게 내 심리를 관통하고 있었다. 세 권의 책 속에서 나는 마치 여러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밖으로 드러난 나와 내면의 나, 겉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내면에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불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중 하나다.


 

 

1. 나를 정리하는 6가지 미션 <마이 컨셉진 캠프>


 

[크기변환]KakaoTalk_20241229_194331476_01.jpg

 

 

미션캠프에서 운영하는 <마이 컨셉진 캠프>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만들어 보는 캠프이다. 6주 동안 진행되며, 한 주마다 강의와 작성 방법이 미션으로 공개된다. 강의를 보면서 나를 대표하는 사진이나 글, 자신과의 인터뷰 등을 작성,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해 보는 과정은 평소 생각지 못한 나를 찾아보도록 돕는다.

 

잡지를 만들던 8~9월은 개인적으로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쁜 나날이었는데 그 시간이 어느덧 지나 이렇게 결과물을 6권을 마주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단순히 바이라인에 내 이름이 적힌 책 한 권을 만들어 보고자하는 마음은 점점 취향의 집합소가 되면서 잘 만들어 싶다는 마음을 자극했다.

 

지난 6주 동안 허투루 쓴 글자는 없다. 모두 나를 위해서, 저 무수한 책들 속에 당당히 '오금미'란 이름으로 오금미에 대한 책을 꽂아 놓을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뷰포인트 코너다. 나도 모르는 나를 타인의 관점으로 들을 수 있단 게 새로웠다. 무엇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어서, 낮아지는 자존감을 무럭무럭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담긴 오금미는 비록 나의 일부이지만, 그 일부가 제자리에서 반짝이는 소임을 다하고 있음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 나는 꽤 단단한 사람이었다고, 그러니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미래에 펼쳐 볼 독자, 나에게 이 짤막한 러브레터를 연말 선물로 바친다.

 

 

 

2. Record your story <에세이 캠프>


 

[크기변환][회전]KakaoTalk_20241229_194331476_02.jpg

 

 

역시 미션캠프에서 진행하는 <에세이 캠프>는 한 달 동안 매일 주어지는 하나의 단어로 짧은 글을 쓰고, 나만의 에세이 책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일상에서 얻은 생각과 감정을 1,000자 내외로 작성하게 되는데, 30개의 단어 중 24개 이상 글을 쓰면 나만의 에세이집을 제작할 수 있다.

 

에세이집 『힘이 닿는 한 좋은 마음』의 시작은 격주로 발행하던 독서레터 <마니브러리>의 '쉼표와 따옴표' 코너다. 연재하던 에세이를 한데 모아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는데, 마침맞게 주제에 맞는 에세이를 고르고 다시 쓰고, 걸러낼 기회를 잡았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좋은 마음'이란 주제를 다시 한번 곱씹으며 내가 조금씩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때는 기분이 태도가 되던 날들이 있었다. 사회인으로서 좋은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던 나날들이었다. 그런 노력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에 아주 작은 조각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본문 中)

 

떠올리기조차 싫었던 사건들이 이제는 별 의미 없이 지나가 버린 듯 느껴진다. 매번 다짐하던 말과 생각들조차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은 결국 내 삶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힘이 되었다. 이 책으로 그 여정의 흔적을 되돌아보며, 한 걸음씩 더 좋은 마음을 목표로 2025년도 힘을 다해 한 발 한 발 내디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3. 심리X예술작품집 <미파인>


 

20241229205418_ewuvemka.jpg

 

 

미파인 프로젝트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심리학자, 작가, 화가, 포토스토리텔러, 디자이너가 함께 모여 의뢰인의 마음을 책 한 권에 담아 선물하는 프로젝트다. 책을 만들기 전, 나와 주변 지인들이 성격검사에 참여한다. '다면성격검사'를 통해 '내가 바라보는 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는 두툼한 책은 실제 나의 성격과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 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높은 개방성'과 '낮은 정서 안정성'을 가진 사람으로 풀이되었다. 나만의 확실한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사람. 삶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기를 추구하며, 나만의 세계관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 호기심이 많은 나를 정확히 대변해 주는 듯했다.

 

반면 부정적인 자극에 예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잘 받지만, 그만큼 위험한 상황을 미리 알아채고 피하는 사람인 나는 완전함과 치밀한 계획성을 가진 고슴도치와 같다.

 

지인들은 다면성격검사 외에도 특별한 질문이 몇 가지 주어졌는데 그중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변이 뭉클했다.

 

상록수 같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나이테를 하나씩 더해가면서 어느새 자라있고

여름에는 녹음이 겨울에는 트리가 되어 곁에 있고.

 

비슷한 아픔을 가진 그는 아름답게 반짝였다.

매일 읽고 쓰고 문장을 섬세히 고르고 감정을 돌보는 사람.

그의 조약돌 같은 단단함은 사유에서 왔으리라.

 

마치 한 편의 시처럼 고요히 흐르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들은 음악처럼 울려 퍼졌다. 차분한 어조 속에 숨어 있는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스며들게 하는 답변은 전문가의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동을 주었다.

 

*

 

이 책들을 내 삶의 기록으로 삼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다. 바쁜 일정을 쫓아가며 마감이 다가오면 늘 급하게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그런데도 한 해를 돌아보는 데 이렇게 완벽한 작업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모든 나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어져 있었다. 순간이 모여 내가 되었다.

 

 

 

오금미_컬처리스트.jpg

 

 

[오금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5.02.0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5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