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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방황하는 청춘들과 만화 [만화]

내 톱니바퀴는 언제쯤 돌아가는 걸까?

by 양예지 에디터
2026.03.04 15:48

 

 

만네필이라는 단어가 은은하게 화제에 올라오고 있다.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씨네필과, 만화의 합성어로 '만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만화'에 대한 은근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판만화 시장이 2000년대 전후로 거의 사장되고, 웹툰 시장이 빠르게 그 자리를 메꾸면서 만화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었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의 출범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중화되면서, 많은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되는 만화에도 슬슬 붐이 찾아오는 것 같다.

 

나 역시 만화를 읽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거의 웹툰만 찾아보았는데, 한 번 만화의 매력에 빠지니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다.

 

만화라는 매체는 참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글이나 그림, 둘 중 하나 만으로도 이미 한없이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되는데, 그 둘을 한꺼번에 소화한다니.

 

백지 한 장을 상정하고 칸칸이 나뉜 만화 속에서는, 다양한 인간상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외로운 청춘들을 만날 수 있다. 왜일까?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고독한 작업이라 그럴까?

 

오늘은 읽어봤다고 하면 만화 좀 봤네 소리 들을 수 있는 재밌는 만화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1. 이시구로 마사카즈, 네무루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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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가지고 아르바이트와 밴드 활동을 하는 선배 루카와, 별 다른 꿈 없이 대학에 진학한 후배 이리스가 기숙사의 룸메이트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천국대마경』,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등으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캠퍼스물 만화이다.

 

작년 9월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잠자는 바보』의 원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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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될지 모르는 앞날과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 사이, 그 알 듯 말 듯한 불안과 그 속에서 빛나는 청춘의 감각과 공감이 빛나는 작품. 벌써 20년이 지난 만화이지만, 어쩐지 이들의 삶은 2026년에 읽어도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삽입된 음원들로 구성된 앨범도 발매되었는데, 무척 좋으니 한 번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시구로는 어딘가 분명히 존재할 것만 같은 만화 속 생활의 디테일을 무척이나 잘 살리는 작가이다. 만약 『네무루바카』를 재밌게 보았다면, 그의 또 다른 코믹만화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2023년 애니화된 디스토피아물『천국대마경』 역시 강력 추천한다.

 

 

 

2. 이자혜, 밀알의 양식을 주옵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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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혜 역시 만화 좀 보았다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알 만한 작가이다. 특유의 적나라하고 파괴적인 감성과, 신박한 개그 코드가 독보적이다. 보통은 『미지의 세계』를 더 추천하겠지만 앞서 캠퍼스물을 소개하기도 했고,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밀알의 양식을 주옵시고』를 선정하였다.

 

『밀알의 양식을 주옵시고』는 늘 궁상맞게 살아가던 평범한 오타쿠 취준생 한밀알이, 직장에 입사하게 되며 미식의 세계로 뛰어드는 요리 만화이다. 조금 더 소프트하게 이자혜의 감성을 즐길 수 있는 만화이기도 하다.

 

어리숙하고 가진 것 하나 없는 사회초년생 한밀알이 '음식'을 통해 삶을 탐미하는 과정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재미와 삶에 대한 통찰이 유쾌하게 담겨 있다.

 

이자혜의 캠퍼스 만화와 그의 파괴적인 감성의 정수가 궁금하다면, 『미지의 세계』 역시 꼭 한 번쯤 봐야 할 작품.

 

 

 

3. 후지모토 타츠키, 체인소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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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나 만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보았을 후지모토 타츠키의 『체인소맨』이다.

 

앞서 극장판인 체인소맨- 레제 편으로 완전히 대반열에 오른 작품이기도 한데, 굳이 그의 다른 작품인 『안녕 에리』나 『파이어펀치』(개인적으로 이쪽이 타츠키 감성의 정수라고 생각하고, 체인소맨보다 훨씬 애정을 갖고 있다.)를 고르지 않은 이유는 『체인소맨』만큼 현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후지모토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대중적인 면이 강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대중성'을 겨냥한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기에 더 가치를 갖는다. 영화나 만화, 다른 매체를 통해 연결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체인소맨』은 가진 것 하나 없는 불행한 소년 덴지와 그의 유일한 친구 악마 포치타. 시궁창 인생을 살아가는 그의 인생이 급변하며 다크 히어로로 활동하게 되는 액션 만화이다. 키치하고 예쁜 작화와 시원한 액션 씬,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재밌는 이야기로 이미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은 젊은 청춘들, 더 이상 무엇도 바라지 않는 현 세대를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덴지에겐 꿈도 없고, 명예나 권력 같은 대단한 목표도 바람도 없다. 그저 바라는 것은 지금보다 조금 나은 삶. 현재를 즐겁게 해주는 쾌락, 그뿐이다. 그런 덴지의 모습은 언뜻 우리와 닮아 있지 않은가?

 

싸구려 쾌락과 자극으로 즐겁게 보내지만, 어쩐지 감출 수 없는 공허. 그러나 『체인소맨』은 그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미 『체인소맨』을 즐겁게 보았다면, 그의 다른 작품인 『파이어펀치』, 『룩백』, 『안녕 에리』 역시 추천한다.

 

 

 

4. 임주연, 씨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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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작인 임주연의 씨엘은 약간은 사심 픽이다.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현대 배경이 아닌 판타지 학원물, 순정만화이기 때문이다.


『씨엘』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탁월한 머리와 미모를 지닌 소녀 이비엔이 로우드 마법학교에 입학하며 벌어지는 판타지 순정 만화이다. 언뜻 흔한 순정만화네 싶지만, 주인공 이비엔이 펼치는 '허무'에 대한 감각과 묘사가 매우 출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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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대풍요의 시대이다. 부족함 없이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는데, 어딘지 마음 속의 공허는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비엔이 지니고 있는 이 '허무'는 우울증에 대한 묘사 같다고 느낀다.

 

함께 즐겁게 웃고 떠들다가도 때때로 찾아오는 이 헛헛함. 『씨엘』을 보며 이런 이비엔의 공허에 깊이 공감하고, 위로받았다.

 

임주연의 『씨엘』은 한국 순정 만화 계보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작품이다. 순정만화 역시 감정의 세밀한 폭폭을 그려내는 무척 섬세한 장르이지만, 괜히 시작하기 어렵다면, 이 작품으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

 

만화, 영화, 문학, 다양한 매체들이 존재하고, 이것들을 보는 이유는 결국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만화는 '오타쿠' 이미지 때문에 쉽사리 추천하기 어려웠지만,  서브컬쳐가 대중화되는 시기인 만큼 이만큼 좋은 만화가 많이 있다고, 꼭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만화는 정말 재미있는 장르이다.

 

이 기회에 '만네필'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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