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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유영(游泳) 1. 찬민 [음악]

절망과 희망 사이를 유영하는 음악

by 김효주 에디터
2026.09.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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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游泳) 시리즈 :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헤엄치고, 그 안에서 나의 취향을 발견합니다.

       

       

      수많은 곡들 사이에서 내 취향에 꼭 맞는 음악을 찾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어쩌다 아끼는 동생 덕분에 알게 된 싱어송라이터 ‘찬민’의 거의 모든 음악은 내 취향에 꼭 맞았다.

       

      그날 이후로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찬민의 음악이 하나둘 늘어났다. 처음에는 한두 곡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그의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 듣고 있었다. 비슷한 결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한 아티스트의 음악 대부분이 이렇게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은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찬민은 슈가레코드 소속 1인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그의 음악을 몇 곡 듣고 나면 ‘멜랑콜리하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깊은 우울과 불안, 그럼에도 끝내 놓지 않는 희망이 한 곡 안에 함께 존재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내가 특히 애정을 갖는 세 곡을 소개해 보려 한다.

       

       

       

      파도

       

      인디 신에서 ‘파도’라는 제목의 음악은 굉장히 많다. 그중 찬민의 ‘파도’는 깊은 두려움을 말하며 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절망과 두려움에 침잠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누구든 ‘파도’에 깊이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파도가 또 다시 나를 삼키려 할까

      두려워 이곳에서 영원히 잠들고 싶어

       

      - '파도' 中

       

       

      도입부터 화자는 파도를 몹시 두려워하는 채로 곡이 시작된다. 파도는 화자를 단숨에 삼켜버릴 것처럼 밀려오고, 그는 그 물결에 휩쓸려가지 않기를 기도한다. 기어코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늘 같은 곳에 떠 있는 태양이 되기를 바란다.

       

      종종 자연물을 메타포로 활용하는 가사들을 듣다 보면 그 숨은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나 찬민의 ‘파도’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물의 은유 속에 폭 빠져 한 폭의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리도록 유도한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나면 비로소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정서에 가닿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절망이 얼마나 깊었는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내 안에서도 절망이 몸집을 키우던 시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파도’를 찾아 들었다.


       

      이 운명은 어디로 날 데려가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서

      어디서 멈추게 될까

       

      - '파도' 中

       

       

      그 많은 가사 중에 유독 입가에 맴도는 가사다. 한 사람을 둘러싼 불가항력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자유의지는 얼마나 큰 힘을 가질까. 지독한 절망은 한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자각을 꺾고 삶이라는 파도에 그저 몸을 내맡기게 한다.

       

       

       

      낙하

       

      ‘파도’로 찬민의 음악에 입문했다면 그다음은 반드시 ‘낙하’를 듣기를 바란다. 찬민 특유의 멜랑콜리한 분위기 위에 희망적인 비트와 멜로디를 더해 벅차오르는 감정을 선사한다.

       

      특히 곡 전체를 밀도 있게 꽉 채운 비트와 멜로디는 실제 무대의 라이브로 청취해 보길 권한다.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악기 소리는 그 자체로 감동을 전해준다. 개인적으로 찬민의 곡 중 라이브 무대가 가장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멍든 하늘이 남긴 잔재들 속에

      다시 새롭게 태어난 작은 빛을 봤어

       

      펼쳐지지 않는 날개라는 걸 알아도

      다시 너를 안고 낙하하게 되려나

       

      - '낙하' 中

       

       

      일반적으로 ‘낙하’라는 움직임을 떠올리면 추락이나 하강과 같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심상을 떠올린다. 상승의 반대인 하락은 다소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때로는 낙하하지 않으면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살기 위해 떨어지는 것. 누군가에게는 그저 추락일 뿐이지만 화자에게는 다시 살고자 하는 희망이다. 날개가 없어도 우리를 기꺼이 낙하하게 하는 존재는 무엇인가. 두려움의 파도를 헤치고 기꺼이 다시 살게 하는 헛된 꿈이 내게도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Angel

       

      ‘Angel’은 올해 9월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곡이다. 찬민이라는 아티스트에 소위 ‘입덕’한 후로 하염없이 ‘낙하’만 듣던 내게 단비 같은 그의 신곡이다.

       

       

       

       

      사랑해 너의 꺾인 날개들을 다

      사랑해 너의 모든 가시들을 다

      사랑해 너의 작은 발버둥을 다

      잊지 마 변하지 않아

       

      - 'Angel' 中

       

       

      이전 곡들에 비해 가사는 다소 직관적이고 직접적이다. 화자는 이 곡에서 어떠한 대상을 진정으로 사랑하고자 하고 심지어 이미 사랑해 마지않아 그 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 곡을 듣는 누군가에겐 그 대상이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혹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일단 품으면 가시처럼 화자를 찌른다. 그럼에도 화자는 그의 꺾인 날개와 가시와 발버둥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설령 그것이 날개를 잃은 천사일지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만큼만 나와 내 사람들을 사랑할 수는 없을까. 부족하고 서툴고 때로는 날카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아 주는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늘 말과 행동은 그 반대편에 있다. 그런 점에서 ‘Angel’은 사랑의 형태에 대해 늘 곱씹게 한다.

       

      ***

       

      찬민의 음악은 우울이나 희망의 단편만을 말하지 않는다. 슬픔이 밀려오는 날 끝없이 슬픔에 잠기도록, 동시에 인생에 한 번의 희망을 더 걸도록 한다. 절망을 모른 척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작은 빛을 남겨두고, 상처 입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살고 싶게 하는 것. 찬민의 음악은 그런 힘을 가진다. 여전히 홍대 소극장에서 들었던 그의 무대를 기억한다. 좋은 음악을 발견했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한, 올해의 반가운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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