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고, 물살을 가르고, 팔과 다리를 뻗는다. 브래드 월스의 사진 속 인물들은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가 카메라에 담는 대상은 움직이는 과정 한가운데에 있다. 분명 사진이 포착한 순간을 보면 역동적으로 느껴져야 하지만 그의 사진은 정적이고 평평한 감각이 밀려온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신체와 고요하게 정돈된 세계.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감각이 한 장의 사진 안에 공존한다.
그 기묘한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브래드 월스는 세계 주요 언론이 주목하는 항공 사진작가로 새로 개관하는 '그라운드 시소 용산'에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선보인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수직으로 내려다보며 새로운 시선으로 자신만의 프레임을 완성해 내는 작가의 세계는 전체적인 구도를 수없이 고민하고 인물의 위치와 간격부터 움직임의 방향, 색과 그림자까지 치밀하게 설계하며 하나의 회화 작품처럼 정교하게 작품을 재구성한다.
그는 건축과 스포츠를 넘어 발레, 아트스틱 스위밍 등 신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작업 범위를 확장해 왔으며, 2025년 선보인 대형 프로젝트

작가가 높이 올린 카메라는 하늘 위로 올라간다. 인간이 바라보는 익숙한 눈높이에서 벗어나 하늘에서 땅을 바라보는 수직에 가까운 시선으로 대상을 내려다본다. 그 순간 입체적인 세계는 납작하게 눌리며 거대한 평면으로 변한다. 공간이 평평해지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 역시 달라진다.
역동적인 동작을 하는 사람에겐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눈에 들어온다. 그가 움직이는 방향, 땀방울의 질감, 순간에 포착된 표정에는 감정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에 대한 정보는 지워진다.
춤추고 있는 누군가보다 화면 안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그가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모습은 어떤가가 중요해지고 한 사람의 개성보다 여러 사람이 만들어내는 리듬과 간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브래드 월스의 사진 속에서 인간은 점이 되고, 몸짓은 선이 되며, 프레임 속 세계는 하나의 면이 된다.
넓은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하얀 선과 트랙들은 '면'을 가로지르며 또 하나의 '면'들을 만들어 낸다. 조각난 면들은 대칭을 통해 같지만 또 다른 면들을 구성하며 대칭의 패턴으로 변환한다. 그 모습에서 '피에트 몬드리안'의 대표작인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을 떠올린다. 차가운 추상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불리는 몬드리안의 작품은 점, 선, 면으로 수직선과 수평선만을 통해 구성된 극단적인 추상화이다. 당시 사람들에게 예술로서의 충격을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인 작품이 되었다.
몬드리안이 현실의 형태를 수직과 수평의 균형으로 바라보며 질서와 조화를 표현했듯, 브래드 월스의 사진 속에서도 배경에 있는 선과, 인간의 몸을 통해 표현한 선, 그리고 동일하게 대칭되는 사람과 그림자의 위치를 통해 규칙성을 그려내며 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월스는 '반복'을 더한다. 그의 사진에는 같은 몸짓을 취한 사람 또는 동일한 사람이 반복해서 등장하며 같은 동작이 연속적으로 배치된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열 개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하나의 커다란 형태와 에너지를 만든다.
특히 아트스틱 스위밍의 모습을 담은 Blue Harmony 섹션에선 각기 다른 모양을 그리며 유영하는 물결 위로 획일화된 몸짓과 반복되는 컬러 패턴을 넣으며 물결과 사람의 모습이 조화로운 듯 대비되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반대로 마치 하나의 연꽃잎을 연상시키는 'Circle of Synchro' 작품에선 머리와 팔의 방향과 물결이 조화를 이르며 작품을 볼수록 물결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큰 에너지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월스의 사진 속 반복은 때때로 다중노출 사진을 연상시킨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동일한 동작으로 인해 생겨나는 연속성에서 한 사람의 움직임을 시간별로 한 화면에 겹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은 가장 역동적으로 담은 작품인


붉은 공간과 대비되는 하얀 발레복을 입고 동일한 동작을 취하는 발레리나들을 다양한 형태로 배치하며 수직으로 바라보았을 때 코트 라인이나 신체로 표현하던 '선'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 인물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선'은 기존의 작품들보다 입체적이기에 우리의 시선을 한 명 한 명에게 이동시키게 하며 보이지 않는 움직임의 궤적을 생성시킨다.
사진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움직임의 '순간'을 관객이 스스로 상상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공간은 평평해지지만, 순간이 만들어낸 시간은 깊어진다.
프레임 안은 평면적으로 느껴지지만, 우리의 시선은 월스가 만들어낸 선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하나의 인물에서 다음 인물로, 오른쪽에 있던 공에서 왼쪽에 있는 공으로 시선을 옮기며 묘한 리듬감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정지된 사진 속에서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게 된다.
이러한 특징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속성과도 비슷하게 맞닿는다. 셔터가 눌리는 순간 이전과 이후의 시간은 사라지고 하나의 찰나만이 남는다. 하지만 사진이 계속해서 사랑받는 이유는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눈을 통해 다시 움직이는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월스의 사진 또한 정지된 찰나 안에 반복을 배치함으로써 잘라진 시간들을 프레임 속에 다시 불러온다.


그렇기에 그의 사진은 역동적이면서 고요하고, 정지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움직인다. 평면 위에서 찰나를 붙잡으면서 수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커다란 패턴이 주는 에너지로 관객들을 이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매주 금,토, 일 진행되는 이머시브 라이브 발레 퍼포먼스를 통해 눈앞에서 직접 느끼는 발레의 에너지와 시선을 옮긴 사진에서 느끼는 에너지를 이어서 느껴볼 수 있다. 또 작가가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제작한 신작 시리즈 GYEOL 결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 댄스 스튜디오 ‘1MILLION DANCE STUDIO’와의 협업으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독창적인 시선을 완성해냈다.



익숙한 것을 낯선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브래드 월스 사진전>은 2027년 3월 1일까지 그라운드 시소 용산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