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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깃발과 함성과 비눗방울로 가득한 행성 -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

바깥과 완전히 유리된 새로운 세상에서

by 김그린 에디터
2026.09.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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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과 잔디, 나부끼는 총천연색의 깃발들, 구호와 함성, 공기 중을 떠도는 비눗방울들, 바깥과 완전히 유리되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이는 기분. 떠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 선명한 장면들이 페스티벌을 찾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아는 장면, 아는 기분, ‘아는 맛’을 어김없이 느끼기 위해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의 현장을 찾았다.


      씨엔블루를 만나기 전에는 반드시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한다. 가만히 서서 여유를 부릴 겨를도,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무대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을 함성과 뜀박질로 채워야 하는 까닭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모든 이들을 절로 일어나 뛰게 만드는 씨엔블루는 어김없이 메인 스테이지의 모든 이들을 향해 ‘에바뛰’를 외쳤다. 곡과 곡의 사이마다 더위를 느낄 관객들을 걱정하며 차가운 생수를 객석 곳곳에 전해 주기도 했다. 에너지와 연륜을 고루 갖춘 프로의 무대는 지루할 틈이 없다는 사실을 씨엔블루는 오늘도 입증했다.


      명불허전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과장이 아닌 록의 대부 YB는 해가 진 이후의 메인 스테이지를 뜨겁게 달구며 다시금 페스티벌의 정수를 완성했다. ‘Rebellion’, ‘담배가게 아가씨’ 등을 비롯한 강렬한 대표곡들에 맞추어 관객들은 슬램과 뱃놀이, 강강술래로 드넓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미발매 신곡 ‘부력’의 무대는 그날 현장을 찾은 관객들만 맛볼 수 있는 일종의 선물 같은 순간이기도 했다.


      이튿날 아침에는 밴드 맥거핀의 여름 산들바람에 걸맞은 셋리스트와 함께 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강렬한 사운드와 청량한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뛰어난 합을 자랑하는 드래곤포니가 그 뒤를 이어 메인 스테이지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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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가장 뜨거워질 즈음 크라잉넛이 무대에 올랐다. 직접 눈으로 목격하기 전부터 이미 특유의 보컬과 펑크 사운드, 유니크하면서도 한없이 친숙한 멜로디만으로 이미 무대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동시대를 산 모든 국민이 함께 따라 외칠 수 있을 ‘룩셈부르크’를 비롯한 크라잉넛만의 펑크 록이 객석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크라잉넛의 무대가 중반부에 접어들 즈음 실내 스테이지에서는 카디 (KARDI) 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하다 못해 귀를 의심케 만드는 기타와 베이스 라인에 거문고 리프가 더해지며 나오는 카디만의 사운드, 공간을 장악하는 보컬과 모든 멤버의 합은 오직 카디의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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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와 체리필터가 관객들에게 조금의 쉴 틈도 허용하지 않으며 연이어 메인 스테이지에 올랐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그간의 발매곡 중 가장 산뜻하고 감성적인 곡들로 무대를 이어 나가나 싶더니, ‘감성적인 부분은 여기까지’ 라고 선언하고는 순식간에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며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특유의 곡들로 분위기를 반전시켜 놓았다. 체리필터는 ‘말을 많이 할수록 이상해질 테니 노래를 열심히 하겠다’는 너스레를 떨며 ‘이물질’과 ‘피아니시모’ 등 페스티벌에서 비로소 200% 즐길 수 있는 곡들로 무대를 펼쳤다.


      같은 시각 실내 스테이지에서는 브로큰 발렌타인과 국카스텐이 대미를 장식했다. 브로큰 발렌타인은 ‘알루미늄’, ‘Body and Soul’과 같은 대표곡에 더해 ‘Alien’처럼 그간 페스티벌에서 자주 접하지 못했던 곡들을 함께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그 이름에 어떤 의구심도 들지 않고 오직 한없이 기대하게만 만드는 밴드 국카스텐은 ‘거울’, ‘KICK OUT’을 비롯한 국카스텐만의 사운드로 스테이지를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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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과 함성이 가득한 공간에 몸을 묻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이틀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있다. 하지만 그 찰나의 기억이 앞으로 오래도록 평범한 일상을 지탱할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깃발과 구호와 비눗방울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온몸을 부딪힌 기억은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이 그날의 공연장을 향해 걸음한 관객들에게 선사해 준 선물이다. 그간의 많은 페스티벌이 그러했고, 앞으로 찾게 될 많은 페스티벌이 그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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