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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그 아이는 나무에 오를 거야, 저 빛 속에 닿을 때까지 -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

'빛'과 '어둠'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하는 <디어 에반 핸슨>

by 임솔지 에디터
2026.09.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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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왼손에 깁스를 한 소년이 노트북으로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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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은 불안장애를 가진 소년으로,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상담 선생님이 내준 숙제인 ‘스스로에게 편지 쓰기’를 하던 중 그의 방에 엄마 ‘하이디’가 들어온다. 그녀는 바쁜 삶에 시달리며 에반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하이디는 학기 첫날 친구들에게 깁스에 사인을 해 달라고 하며 먼저 다가가는 것을 제안하며 그를 응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학교에서 그에게 사인을 해 주는 사람은 없었고, 심지어 반항적인 성향의 외톨이 ‘코너’가 오해로 인해 그를 바닥에 넘어뜨리기까지 한다. 이때 부르는 넘버 “Waving through a window’에서 그는 되뇌인다. 늘 그래왔듯이 낯선 사람에게 실수하고 최악의 내가 되어버리기 전에 그냥 피해 버리자고.


       

      Step out, step out of the sun (그래 피하는 거야)

      If you keep getting burned (뜨겁다 느낄 땐)

      Step out, step out of the sun (그래 피하는 거야)

      Because you've learned, because you've learned (넌 알잖아 알고 있어)

       


      에반에게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지만 동시에 너무 뜨거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걸음을 뒤로 옮기고 창문 밖에 홀로 서서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그저 손만 흔드는 처지이다.


      그 후 에반은 학교 컴퓨터실에서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시 쓴다.


       

      디어 에반 핸슨,

       

      오늘은 그다지 좋은 날이 아니었어.

      그런 게 내게 가능할 리가 없지.

       

      처음부터 모든 게 달랐으면 좋겠어.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중요한 말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이때 우연히 마주친 코너에게 편지 인쇄본을 뺏긴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에반에게 돌려주었던 것은 다음 날 그를 찾아온 코너의 부모님이었다. 그들은 코너가 자살했다고 말하며, 그 편지가 코너가 에반에게 남긴 유서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에반은 당황한 나머지 충분히 부인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코너 가족의 집에 초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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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의 엄마 ‘신시아’는 에반이 코너의 유일한 친구였다고 믿으며 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렇게 에반은 코너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이 장면의 넘버 “For Forever”에서 에반은 코너와의 완벽한 하루에 대해 지어 내는데, 코너를 가장 외로웠던 때 일으켜 주었던 친구로 묘사하면서 자기 자신마저도 그 거짓말에 위로받는다. 그렇게 그의 말이 처음으로 그와 코너 가족에게 중요한 말이 되기 시작하면서 거짓말은 점점 더 부풀려진다.


       

      All we see is sky for forever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We let the world pass by for forever (저 눈부신 빛이 우릴 비춰)

      Feels like we could go on for forever this way, this way (지금 이 순간이 영원토록 여기 이렇게)

      All we see is light for forever (붉게 빛나는 태양처럼)

      'Cause the sun shines bright for forever (멈추지 않는 바람처럼)

      Like we'll be alright for forever this way (계속 이대로 영원토록 함께)

       


      에반의 그 상상에서 태양은 붉게 빛나고 있었고, 두 사람은 그 빛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에반은 태양을 피하는 게 아니라, 친구와 함께 그 빛을 자유롭게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괜찮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에반은 자신이 정말로 바라던 이상적인 세계를 태양과 빛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빛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거짓말은 ‘가족끼리 친구’인 ‘재러드’에 의해 학교 전체에 소문으로 퍼진다. 그리고 자신이 코너와 가장 가까운 ‘지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알라나’와 함께 그를 기억하기 위한 ‘코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다 코너에 대한 연설까지 맡게 되는데 그 장면을 표현한 것이 “You will be found”라는 넘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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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en when the dark comes crashing through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

      When you need someone to carry you (길을 잃고 무너졌을 때)

      And when you're broken on the ground (우리가 함께 할게요)

      You will be found (그대 곁에)

      So let the sun come streaming in (더 이상 숨지 말아요) 

      Cause you'll reach up and you'll rise again (다시 일어날 수 있어요)



      이 노래의 희망적인 후렴구는 거짓된 연설이 아니라, 에반 자신이 가장 외로웠던 때에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말을 직접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또한 이것이 2절에서 에반의 뜻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파트로 바뀌면서 그 메시지가 에반에게 다시 돌아온다. 


      이 부분의 영어 가사에서는 어둠과 태양(빛)의 대비가 분명하게 등장한다. 어둠은 혼자 남겨진 채 외로운 상태이고, 태양은 그 어둠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let the sun come streaming in’, 즉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앞에서 에반은 태양을 피해 숨었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태양이 자신에게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 빛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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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에반의 거짓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코너를 추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에반은 서로를 돌보지 못하던 코너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고, 그들과 각별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코너의 부모님은 그의 대학 등록금을 대주고 싶어 할 정도였고, 코너의 여동생이자 에반이 전부터 짝사랑하던 ‘조이’와는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반대로 하이디, 재러드, 알라나와의 관계에는 소홀해지며 그들과 멀어지게 된다. 그러다 알라나가 독단적으로 코너의 유서(에반이 자기 자신에게 쓴 편지)를 인터넷에 올려 버린다. 이를 본 사람들은 오로지 에반만이 코너를 도와준 것이 아니냐며 코너의 가족들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로써 코너 가족은 다시 갈등하고 죄책감으로 아파한다. 


      에반은 이 모든 상황이 다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거짓말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실을 말했을 때 맞닥뜨리게 될 사람들의 외면이 두려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러자 코너의 형상으로 표현되는 에반의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서 묻는다. 팔은 왜 다쳤던 거냐고. 에반은 나무를 오르다 떨어졌다고 대답한다. 이에 코너는 다시 묻는다. 나무를 놓친 거냐고, 아니면 놓아버린 거냐고. 에반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코너의 입으로 “For Forever”의 첫 구절이 리프라이즈된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었던 거짓말이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에반에게 잔혹하게 돌아온다.


      결국 그는 자신이 했던 모든 짓을 코너 가족에게 고백한다. 넘버 “Words Fail”에서 에반은 자신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설명한다. 코너 가족이 그동안 가져본 적 없었던 소중한 존재가 되어주었기에, 그 행복이 언젠간 다 깨져버릴 걸 알면서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코너 가족이 무대에서 떠난 후 홀로 남겨진 에반은 이렇게 노래한다. 항상 다른 내가 되고 싶었다고. 왜냐하면 그게 어떤 모습이든 지금보다 나을 테니까.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도저히 마주 볼 수 없어서 그동안 자기 자신마저도 속여 왔다고.


       

      All I ever do is run (어떻게 해야 저 안에)

      So how do I step in (들어갈 수 있지?)

      Step into the sun? (저 빛 속으로)

       


      그렇게 매번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도망치기만 했던 에반의 빛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바램이 노래 속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피하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빛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작품은 마지막에 그 답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에반은 한때 코너와 함께 놀았다며 거짓말했었던 과수원에 처음 방문한다. 그곳에서 조이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조이가 떠난 뒤 혼자 남아 다시 한번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디어 에반 핸슨,

       

      오늘은 좋은 하루가 될 거야

      왜냐면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너답게 굴 거니까

       

      언젠가 또 어떤 아이가 이 나무 앞에서 너무 외롭다고 느낄 때

      처음부터 모든 게 다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그 아이는 나무에 오를 거야

      한 발 한 발 천천히 계속 올라갈 거야

       

      도저히 발 디딜 곳을 찾기 어려워도

      아무런 희망이 없을 것 같아도

      모두가 이제 그만 손을 놓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도

      계속 계속 올라갈 거야

       

      그 아이는 절대 손을 놓지 않을 거야

      저 빛 속에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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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에반의 대사 뒤에 “For forever” 의 후렴이 다시 흘러나온다. 


       

      All we see is light (우리 함께한)

      Watch the sun burn bright (완벽한 그 날)

      We could be alright for forever this way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그 때) 

      All we see is sky for forever (파란 하늘이 영원토록)

      All I see is sky for forever (눈부신 빛이 영원토록)

       


      해당 넘버의 가사는 처음에 에반이 만들어낸 거짓말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에반이 바라던 완벽하고 이상적인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말부에서 이 가사는 더 이상 거짓말도, 막연한 상상도 아니게 된다. 이제는 정말로 에반이 빛을 향해 묵묵하게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마지막 두 줄의 가사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주체가 ‘We’에서 ‘I’로 바뀌는 점은 거짓말 속에서 꾸며낸 모습이 아닌 진짜 현실 속 자신으로서, 회피하지 않고 자신답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렇게 에반은 좀 더 나은 내가 되고자 뜨겁더라도 빛을 향해서 한 발 한 발 걸어가 보기로 다짐한다. 

       

      작품은 이외에도 극 중 다양한 넘버들을 통해 점점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에반이 코너와 주고받은 가짜 메일을 만드는 넘버  “Sincerely, Me”에서는 “넌 매일 점점 더 좋아질 거야, 그리고 결국 네가 원하는 모습을 되찾을 거야”라는 가사가 반복 등장한다. “To break in a glove”에서는 야구 글러브를 길들이는 것처럼 뭐든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그렇게 <디어 에반 핸슨>은 제목 그대로 이 세상의 또 다른 에반 핸슨들을 지목하면서 위로를 건넨다. 점점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그리고 언젠가는 그 빛이 더 이상 뜨겁지 않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날이 올 거라고. 그러니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 더 이상 숨지 말고 밖으로 나와 햇볕을 마주하자고 말이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dearevanhansen__kr)

       

       

       

      컬처리스트 명함 임솔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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