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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락의 시대는 온다 -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

체리필터가 해방시킨 영혼, 김준수가 확장한 음악의 행성

by 이소희 에디터
2026.09.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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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의 시대는 온다.”


      체리필터가 예전부터 늘 해오던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무대에 선 체리필터는 뜨겁게 호응하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락의 시대가 이미 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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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은 2026년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서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주었다. 무대 위 아티스트들은 기타와 드럼 소리에 자신을 온전히 던졌고, 관객들은 함성과 몸짓으로 그 에너지를 받아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박자에 뛰고 소리치는 동안 공연장은 거대한 해방구가 되었다. 사람을 반쯤 미치게 만드는 뜨거운 에너지, 쌓여 있던 감정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카타르시스가 그곳에 있었다.


      사실 나는 락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다양한 락 밴드의 음악을 섭렵한 것도 아니고, 락 페스티벌엔 처음 와봤다. 그런 내가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서 락을 배웠다. 아티스트가 무대 위에서 터뜨린 감정을 관객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다시 함성과 움직임으로 돌려주는 음악이었다.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자유로워지고, 영혼이 잠시 해방되고, 이유 없이 벅차고 행복해지는 경험이었다.

       

       


      한국의 락을 보여준 체리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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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필터는 첫 곡 ‘오리 날다’부터 관객을 거침없이 락의 세계로 초대했다. 전주가 울리자 객석 곳곳에서 함성이 터졌고, 익숙한 멜로디 위로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졌다. 무대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공연장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엇보다 조유진의 보컬이 압도적이었다. 카랑카랑하게 뻗는 목소리는 시원했고, 강렬한 고음에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질감이 있었다. 시크한 표정과 여유로운 태도까지 더해지자 ‘진짜 멋진 락커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넘어, 한순간에 관객의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보컬이었다.


      체리필터는 공연 도중 자신들을 처음 보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손을 들자, 이번 공연을 통해 세대 차이를 허물면 된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는 이날 무대의 의미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오랜 팬에게는 추억 속 음악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고, 체리필터를 처음 접한 관객에게는 한국 락의 강렬한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음악을 업으로 삼아온 이들에게 무대는 반복되는 일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체리필터의 공연에서는 익숙함보다 관객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이 먼저 느껴졌다. 정해진 곡을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공연이 아니었다. 체리필터가 에너지를 터뜨리면 관객이 함성과 움직임으로 응답했고, 그 반응을 받은 체리필터는 다시 더 강렬한 사운드를 쏟아냈다. 아티스트와 관객은 말보다 먼저 반응하는 영혼의 흐름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날, 체리필터는 가장 뜨겁고도 시원한 공연을 보여줬다. 함께 소리치고 몸을 움직이는 동안 일상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빠져나갔다. 사람을 반쯤 미치게 하고, 영혼을 잠시 해방시키는 음악. 체리필터는 그날 내게 락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줬다.

       

       

       

      무대로 증명한 이름, 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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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수의 무대는 또 다른 방향에서 페스티벌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초반에는 댄서들과 함께하는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동작은 힘이 있으면서도 정교했고, 여러 명의 댄서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온 아티스트의 노련함이 춤과 표정, 동선 하나하나에서 드러났다.


      김준수의 목소리는 높은 음역의 미성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특히 돋보인다. 날카롭게 뻗으면서도 어딘가 애틋한 음색은 곡의 감정을 깊게 전달했다. 초반을 화려한 퍼포먼스로 예열했다면, 중후반에는 발라드 중심의 선곡을 이어가며 공연의 온도를 서서히 낮췄다. 덕분에 무대는 단순히 신나게 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잔잔한 여운까지 남겼다.


      락 페스티벌에 맞춰 준비한 밴드 세트와 락 버전 편곡도 인상적이었다. 익숙한 노래가 강한 드럼과 기타 사운드를 만나자 한층 흥이 돋았다. 자신의 대표곡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 머무르지 않고, 페스티벌의 성격에 맞게 무대를 새롭게 설계했다는 점에서 프로페셔널한 태도가 느껴졌다.


      공연 도중에는 아티스트의 인이어에 문제가 생겨 본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했다. 노래하는 아티스트에게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김준수는 무대를 끝까지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후에도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돌발 상황 속에서는 오랜 무대 경험과 실력이, 관객에게 건네는 말에서는 공연을 소중히 여기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이 홍대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롤링홀의 역사에서 출발한 축제라는 점도 언급했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2025년 롤링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처음 개최됐고, 올해에는 총 5개 스테이지와 약 70팀 규모로 확장됐다. 김준수의 말을 통해 이 행사가 단순히 유명 아티스트를 한곳에 모은 대형 페스티벌이 아니라, 오랫동안 인디음악과 라이브 공연을 지켜온 공간이 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유래를 직접 설명해준 데서 김준수가 이번 무대의 의미와 인디음악의 출발점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대형 무대에 선 유명 아티스트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페스티벌의 뿌리로 돌려주는 순간이었다.




      다섯 개의 무대에서 발견한 새로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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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의 재미는 한 무대에만 머물지 않는 데 있었다. 플래닛, 캠프, 브리즈, 크로마, 버스킹까지 성격이 다른 다섯 개의 스테이지가 운영됐다. 인디음악부터 대중적인 밴드 사운드, 헤비메탈까지 여러 장르를 오가며 평소라면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았을 음악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다.


      한 공연이 끝난 뒤 다른 무대를 찾아 돌아다니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탐험처럼 느껴졌다. ‘My Sound, My Planet’이라는 슬로건처럼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과 공간을 발견하는 행성이었다.


      공연 사이에는 레슬링 프로그램도 펼쳐졌다. 음악만 연속해서 보여주는 일반적인 페스티벌과 달리, 예상하지 못한 볼거리가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밴드가 D82이다. 무대에 등장했을 때는 멤버들의 눈에 띄는 비주얼에 먼저 시선이 갔지만, 공연이 시작된 뒤에는 보컬의 실력과 음악이 더 오래 남았다. 엔플라잉을 떠올리게 하는 청춘의 에너지와 푸릇한 분위기가 있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찾은 페스티벌에서 처음 알게 된 음악을 마음에 담아 돌아오는 것. 이것이 여러 세대와 규모의 뮤지션을 함께 세운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의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락스피릿이 계속 빛날 수 있도록

       

      나는 체리필터와 김준수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두 아티스트의 무대만 보고 돌아가지는 않았다. 체리필터에게서는 온몸으로 반응하는 락의 해방감을 배웠고, 김준수에게서는 장르에 맞춰 자신을 새롭게 확장하는 무대의 힘을 보았다. 다섯 개의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이름을 몰랐던 밴드를 발견했고, 헤비메탈과 인디음악의 생생한 에너지도 마주했다.


      락을 잘 모르던 사람도 어느 순간 주먹을 들고 몸을 흔들게 만드는 힘.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낯선 사람들과 같은 박자에 뛰게 만드는 힘.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서 만난 락스피릿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음악 앞에서 마음껏 자유로워지는 순간이었다.


      롤링홀에서 쌓아온 라이브 음악의 역사가 더 큰 무대로 이어졌듯, 이 행성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미 사랑받는 아티스트뿐 아니라 아직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인과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에게도 꾸준히 빛을 비추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한다.


      음악이 가득한 행성에서 스트레스를 힘껏 날려 보내고 싶다면, 다음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서 온몸으로 락스피릿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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