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접어들었다지만 유난히 햇빛이 쨍쨍한 일요일이었다. 나보다도 더 음악을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의 일요일 공연을 다녀왔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올해로 2년째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개최된 뮤직 페스티벌이다. 작년에도 5개의 스테이지라는 대규모 공간에서 풍성한 라인업으로 즐겁게 관람했던 기억으로 남았었는데, 올해도 역시나 멋진 무대로 하나의 행성을 연출했다. 다양한 장르와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를 채우고 있어, 한 공간에 머물면서도 전혀 다른 음악적 세계를 오갈 수 있다는 점이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만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특히 이번에는 평소 즐겨 듣던 아티스트의 무대뿐만 아니라, 잘 알지 못했던 매력적인 아티스트를 새롭게 발견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페스티벌에서는 평소라면 플레이리스트에 넣지 않았을 음악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그 음악을 직접 듣고 난 뒤 다시 찾아 듣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그런 경험이 유독 많았다.
KARDI (카디)
인상적이었던 무대 중 첫 번째는 카디의 무대였다. 카디는 JTBC '슈퍼밴드2'라는 밴드 경쟁 프로그램에서 3등을 차지한 혼성 밴드로, 보컬, 기타, 베이스, 거문고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메탈의 느낌이 짙은 곡들이 많아, 어둡고 에너제틱한 분위기의 사운드 캠프 스테이지에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였다.
이전까지 잘 알지 못하는 밴드였지만 무대의 완성도가 매우 높고 팀 자체도 매력적인 아티스트라 그런지 금방 몰입해 음악에 몸을 맡겼던 것 같다. 한창 몸을 흔들거리다 보면 어느새 무게감 있는 거문고 소리에 고개를 들고 무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거문고 소리를 현장에서 들었을 땐 베이스 소리와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베이스보다 좀 더 단단한 소리 같기도 했다.
보컬의 목소리와 래퍼의 음색이 거문고와도 잘 어울려서 그런지 여전히 매력적인 무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고 싶은 아티스트였다.
Xdinary Heroes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라이브 무대를 가장 보고 싶었던 아티스트였다. ‘Voyager’라는 곡을 정말 좋아해서 매일 출퇴근길에 들었었는데,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서 실제로 들으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좋았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강점은 모두의 보컬이 탄탄하고 안정감 있다는 점에 있었다. 비교적 소음에 취약한 야외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보컬 멤버들의 목소리에는 탄탄한 안정감이 있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일몰 직전의 순간 들었던 ‘Save Me’는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곡은 ‘Rise High Rise’여서, 요즘 출퇴근길에 반복 재생으로 듣고 있다. 데이식스의 ‘Sweet Chaos’나 엔플라잉의 ‘Video Therapy’를 좋아한다면 이 곡도 분명 취향에 맞을 것이다.
ZUTOMAYO (즛토마요)
취향을 떠나 대단히 인상적이었던 아티스트는 바로 즛토마요였다. 즛토마요는 일본 밴드로, 보컬부터 작곡, 작사를 모두 맡고 있는 고정 멤버인 아카네를 주축으로 하는 프로젝트형 빅 밴드이다. 무대마다 선풍기나 전자레인지 같은 생활용품을 사용하는 점도 독특하다.
특히 마르고 작은 체구의 아카네는 무대에 올라 첫 곡을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성량을 보여주었다. 멋있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심지어 중간 멘트 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갖지 않은 채 70분이라는 시간을 내리 노래만 불렀다.
여러모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즛토마요만이 가진 독특하면서도 당돌한 그 분위기가 좋았다. 역시 밴드는 그 팀의 개성이 진하게 드러날수록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명대로 정말 이대로 계속 한밤중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올해도 여전히 뜨거웠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무려 5개의 무대를 사용한다는 규모감 자체가 하나의 음악 행성처럼 느껴지는 기획이다. 여러 스테이지를 오가며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다 보면 하루 동안 꽤나 많은 음악을 경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게 들어왔던 노래들을 직접 현장에서 듣는 경험은 여전히 귀하다. 동시에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평소 알지 못했던 음악을 우연히 마주하고, 그 아티스트의 매력을 곱씹어보는 경험까지 할 수 있었다.
결국 페스티벌이 주는 즐거움은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데에도 있는 것 같다. 이번 사운드 플래닛에서 만난 카디와 즛토마요처럼,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신선한 아티스트의 무대를 현장에서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