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뭐예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모두들 한 번씩 들어본 질문일 테다. 코비드19 이후, 한국에서 MBTI는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스몰토크 주제로 자리잡았다. 나와 상대의 성향이나 성격에 대해 가볍게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MBTI가 사람을 함부로 분류하고 프레임화한다는 입장도 있다.
필자는 MBTI를 비롯한 성격유형론을 매우 좋아해, 팬데믹 이후 MBTI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MBTI와 에니어그램과 같은 성격유형론을 통해, 나자신의 특성과 부족한 점, 그리고 보완해야 할 점을 알 수 있고 타인의 시각을 보다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MBTI에 대한 오해와 낭설이 너무 퍼져 있어, "MBTI는 비과학적이다", "MBTI는 사람을 프레임에 가둔다" 식의 오해 섞인 말을 들을 때마다,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나다. 이 글을 통해 MBTI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리기를 기원한다.
1. MBTI, 한국에서 왜 이렇게 인기인가?
MBTI는 20세기 초 칼 융이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히는 MBTI의 기본 원리가 되는 "인간의 인지와 행동 경향을 설명하는 '심리 기능(Thinking, Feeling, Sensing, Intuition)'과 '태도(Extraversion, Introversion)'" 개념을 칼 융이 제시한 것이다. 융은 1921년 출간된 저서 『심리 유형』에서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 개념을 MBTI라는 학문으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미국의 심리학자인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이다. 이 둘의 이름을 따 마이어-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약자인 MBTI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이 이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이 성격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개발되었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진로를 위한 진단적 도구로 주로 사용되었다. 한국에서도 역시 어릴 적 학교에서, 혹은 진로 상담에서 약식 검사를 진단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MBTI가 갑작스레 인기를 끌게 된 시기가 있다. 바로 코로나, 코비드19 팬데믹 이후이다.
2020년, 갑작스레 자가격리 시대에 들어가며 집에 갇힌 사람들은 집에서 놀 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외부로 향하던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자기자신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때, '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심리테스트가 유행하며 MBTI가 급격하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나에게로 골몰하게 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나와 다른지 진단하는 MBTI는 집 안에 갇힌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놀이였다. 이를 기점으로 MBTI에 관련된 다양한 덩보와 밈이 우후죽순으로 퍼지며, 전국적으로 MBTI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확산되었으나, 그만큼 오염된 정보도 많이 퍼지게 되었다.
2. MBTI에 대한 오해와 말말 - MBTI는 학문이다
'MBTI를 맹신한다'는 말 자체에는 큰 어폐가 있다. 애초에 MBTI는 신앙이나, 과학적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심리학의 범주 내에 포함되는 인문학적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MBTI를 '과학적 근거가 없다', '맹신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식으로 폄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MBTI라는 학문 체계에 대한 존중 없이, 자가진단 결과와 자기 자신만을 표본으로 삼아 무분별하게 해석하고 소비한 결과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만 MBTI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방이나 자신의 특성을 유형 자체의 문제나 본질로 착각하기 쉽다.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자가진단 결과를 근거로 자가진단과 자신의 특징에 맞춰 MBTI 낭설을 발언할 때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처럼 와전되는 경우가 많다. 즉, MBTI에 대한 이러한 오해가 퍼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MBTI를 학문적 탐구의 영역이 아니라, 가벼운 놀이 문화로만 치부하기 때문이다.
MBTI를 주제로 궁합 영상을 만들거나, 유형별 특징으로 밈(Meme) 콘텐츠를 만들거나, 짧은 숏폼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 역시 흔하다. 그러나 이런 영상들의 소스가 되는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 상의 가짜 정보와 MBTI 유머에 기반한 근거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빠른 소비를 위해 과장된 숏폼 콘텐츠는, 과장되거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식으로 제작하기 쉽다.
방송에서 역시 MBTI는 흔한 토크 주제이지만, 전문가나 정확한 지식을 동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연예인의 자가적인 진단 결과와 개인 의견을 근거로 토크를 이어간다. 이것은 심각한 정보 오염을 낳는다. 잘못된 정보들이 계속해 확산되며, 이에 기반한 또 다른 잘못된 정보들이 연속적으로 생겨난다.
물론 사람을 유형화하는 과정에서 MBTI 각 유형별 특징을 유머러스럽게 꼬집을 수도 있다. 그러나 MBTI에 대한 제대로 이해 없이, 출처 없는 정보를 기반으로 단순화, 과장된 특징이 MBTI 유형의 전부를 대변하면서 지속적인 오류와 오해를 낳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한국에서 MBTI가 오해받는 가장 큰 이유이다.
결국 본래 MBTI의 원리나 체계는 지워지고, '역할놀이'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되고 있는 문제가 계속해 생겨나고 있다.
3. MBTI에 대한 오해와 말말 - 자가진단의 오류
"저번 주에는 ENFJ 나왔는데, 이번 주에는 INFP로 바뀌었어."
MBTI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지만, 이는 전적으로 오해이다.
원래 MBTI는 정식 검사와 전문가의 상담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16Personalities의 약식 검사가 널리 퍼지면서, 자가진단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가진단의 경우 때마다 순간적인 자기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메타 인식이 뛰어나지 않은 이상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장면은 JTBC 인기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등장한 전형적인 자가진단의 오류 사례이다.
방송을 위한 과장된 장면이긴 하나, 실제로도 개인의 기준에 따라 자기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쉽다. 무의식적으로 '이상적인 나' 혹은 '불건강한 나'가 자아상으로 고정된 경우, 투영되어 답변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검사 당시의 기분, 스트레스 수준, 주변 환경 역시 상당한 결과를 미치기 때문에 MBTI 자가진단의 결과는 정확한 성향 분석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
같은 성격 유형론인 에니어그램(Enneagram)는 어릴 적 받은 메세지와, 내면의 욕망과 두려움으로부터 유형이 결정되기 때문에 생애 동안 바뀌지 않는다. 다만 성숙도와 건강성은 구분되며, 이에 대한 기준 또한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반면 MBTI의 경우, 정보 수집이나 판단 방식의 경향성을 분류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드물게 유형이 바뀌는 사례도 있다. 극단적인 인생 경험이나 트라우마, 긴 시간 개인적 성장 따위의 심리적 전환점이 있다면 말이다. "저번 주엔 ENTJ, 이번 주엔 ISFP"와 같이 짧은 시간 안에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뇌가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기본 패턴을 다루기 때문에 "아예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은 맞다.
4. MBTI 입문을 위한 유튜브 추천
또한 MBTI는 단순히 E/I, N/S, T/F, P/J 네 가지 지표만으로 사람을 나누는 게 아니라, 인식 기능의 위계 질서에 따라 정해진다.
"MBTI 설명이 나랑 안 맞아. MBTI는 전문적이지 않은 것 같아"와 같은 오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첫 번째, 애초에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거나, 두 번째, MBTI의 기본 원리를 네 가지 지표의 단순한 점수 차이로 이해하고 이에 기반해 유형을 해석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MBTI의 구조는 각 판단 지표에 따라 나뉘어지긴 하지만, 이러한 지표적인 차이 뿐만 아니라 각 유형마다의 기능적인 위계 질서, 즉 '8기능론'과 함께 따져보아야 한다.
이쯤 되었으면 MBTI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입문하기에 적합한 유튜버 몇 명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칼 융의 기본 이론을 가지고 MBTI에 대해 논하는 유튜버 '길 인간학 연구소'이다.
귀여운 그림과 쉬운 설명과 함께 MBTI와 에니어그램의 기본 원리와, 각 유형과 8기능론에 대해 알 수 있다.
MBTI의 기본적인 8기능과 소시오닉스 관계론을 다루는 유튜버 '안물안궁 연구소'이다.
'길 인간학 연구소'는 가볍게 관심을 가지는 입문자에게 추천한다면, MBTI를 명확하게 공부하기 위해선 이 유튜버를 추천한다.
두 번째 오피니언에서 각 지표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마지막으로 세 번째 오피니언에서 위계 질서에 대해 다뤄보겠다.
이 오피니언으로 MBTI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관심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