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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는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144년 만에 완성을 앞두고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의 인생과 작품, 그리고 사상을 조명한다. 생전에 자신에 대해 많은 말과 글을 남기지 않은 가우디는 오직 건축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했다. 이 책은 그의 작품에 남겨진 의미와 여러 연구 자료들을 통해 '인간' 안토니 가우디를 깊이 이해하는 길로 안내한다.

기록보다는 건축으로 말해온 가우디의 삶을 복원하고자, 이 책은 그의 생애를 세 시기로 나누어 설명한다. 저자의 시선은 단순히 작품 해설에 머물지 않고, 가우디라는 인간의 내면과 사상적 궤적을 총체적으로 파고든다. 특히 모더니즘의 경계에 선 르네상스적 인물이자, 카탈루냐의 정체성을 세계적 보편성으로 승화시킨 그의 입체적인 면모를 생생히 조명해낸다. 이러한 날카로운 해석은 사회·문화적 맥락을 관통하며 가우디 건축에 담긴 상징의 실체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할 것이다.


이미 국내에 안토니 가우디를 다룬 수많은 서적이 출간되어 있지만,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이 지닌 무게감은 남다르다. 단순히 한 건축가의 일생을 요약한 전기를 넘어, 현지에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우디의 삶과 신앙, 그리고 일에 대한 기록을 가장 사실적으로 복원해낸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안토니 가우디는 글과 말로 많은 기록을 남긴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꺼렸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며 믿음을 성실히 쌓아갔다. 그 믿음은 그가 살았던 공간에서부터 고향, 그리고 바르셀로나 곳곳에 아름답고 견고하게 남아 있다. 아르만도 푸치는 그런 가우디를 오래 공부하고 이해하며, 그가 남긴 흔적을 있는 그대로 책에 옮기려 노력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완성하기 위해 온 마음과 시간을 기울인 가우디처럼, 아르만도는 가우디를 향한 존경과 애정으로 이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성당 너머, 가우디가 평생 쌓아 올린 견고한 인생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아르만도 푸치는 바르셀로나 출생의 건축가이자 가톨릭 신부였다. 그는 가우디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그의 세계를 가장 온전히 번역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다. 가우디는 섬세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의 인물이었기에, 설계도에 그려지지 않고 자료 속에도 남겨지지 않은 그의 촘촘한 시각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건축가의 전문성, 종교적 감각, 그리고 그만큼의 시간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애정이 필요했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지 조건을 갖춘 사람이 쓴 전기가 아니라, 가우디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그가 살아온 삶의 향을 충분히 맡게 하는 활자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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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가우디의 고향과 가족 구성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으로 시작된다. 고향은 한 사람의 뿌리이며, 정체성의 근간이다. 나고 자란 장소를 알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토목을 다질 수 있다. 가족의 구성과 문화적 배경은 그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고, 그가 남긴 짧은 한 문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밑그림이 되어준다.

 

이후 아르만도 푸치는 가우디의 생애를 따라가며 그가 남긴 작업들, 그리고 그 안의 세부적인 요소들에 심어진 의미까지 독자의 시선을 이끈다. 가우디는 자연을 하느님이 남긴 산물로 여기며 건축의 토대로 삼았다. 전통과 기원, 자연과 생명을 촘촘히 담아내고, 건축물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들을 모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상징으로 남기고자 했다. 그는 사물 사이의 질서를 정리하고, 각각의 위치가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읽어냈으며, 건축물을 통과한 빛이 누군가의 마음에까지 영롱하게 닿을 수 있는 각도를 끝없이 찾고 연구했다.



“가우디의 건축에서는 모든 요소가 살아 있으며, 모든 게 최대한 안전하다. 여러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보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서로가 방해되기보다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도식보다는 생명력이, 차가움보다 따뜻함이, 정적인 해법보다 움직임과 역동성이 더 중요해진다.” - 150p

“카사 바트요의 파사드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색감을 구사하고 물결치는 형태를 띠면서, 삶의 기쁨과 움직임, 그리고 지중해의 감성을 발산한다. 건축적이고 장식적 요소들은 생동감 넘치게, 다시 말해 거의 생명력이 깃든 것처럼 조화를 이루며, 꽃과 잎사귀, 과일과 밭고랑, 날개 달린 형태, 수중 세계와 지상 세계에 속한 다양한 종류와 크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 167p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에 둘러싸인 화분들과 함께 닭들의 울음소리, 새들의 지저귐, 곤충들의 윙윙대는 날갯짓 소리에 활기를 띠고, 저 멀리 보이는 프라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나는 가장 순수하고 즐거운 자연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 자연이 언제나 나의 스승이었다.” - 33p
 

 

가우디는 창의적이었지만 동시에 원칙적인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철저히 생각하고 구상했기에 그의 계획은 때마다 계속해서 수정되고 뒤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노동자들의 소리도 귀담아들었다.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자신이 가진 기본을 지키는 것 만큼이나 그들이 가진 기본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수많은 사람과 의견을 주고받고, 수많은 수정을 거치면서도 건축물에 그의 색이 또렷하게 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건축에 대한 그의 사상과 기준은 확고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변인들은 그가 하는 모든 변경과 수정은 변덕이 아닌, 기본에 가장 충실하고 가까운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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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웅장한 예술 작품 안에 들어온 듯한 감각과 동시에 이상한 안정감을 느낀다. 그 안정감의 기원은 숲의 이미지에서 시작된다.

 

그리스도의 영광과 영원한 삶을 표현한 기둥은 나무처럼 설계되어 있고, 가지처럼 뻗어 올라간 구조는 천장을 지탱하며 성당 안에 숲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가우디는 이 성당을 ‘조화로운 빛의 성전’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방문 시간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성당은 각자의 눈에 전혀 다르게 담긴다. 그는 성전이란 잠들지 않는 곳이라고 말하며 빛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섬세함과 치밀함, 그리고 오랜 열정 덕분에 우리는 마침내 눈부신 성전을 눈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섬세한 감성과 능력의 소유자이기에, 어떤 것도 낭비하거나 무분별하게 파괴하지 않았다. (...) 가우디는 아무 이유 없이 재활용한 것이 아니라, 건축적・실용적・예술적・경제적 동기로 그렇게 했으며, (...) 그에게 재활용이란 가까운 곳에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했다. (...) 가우디는 인근에서 얻은 재활용 재료가 이미 주변 지역의 기후에 노출되어 적응된 상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가우디의 건축물은 환기, 배수, 자연광 활용, 그리고 자재 선택이 혼합된 결과이며 그 재료들은 종종 재활용된 것이고 언제나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이 모든 요소가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을 실현하는 실제적인 체계를 형성한다.” - 223p
 

 

그는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강조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대한 공부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했다. 가우디는 땅, 물, 빛, 바람, 자연물과 그 특성을 계속해서 탐구했다. 전문적인 지식을 꾸준히 쌓았고, 자신이 가진 창의성 안에서 그것들을 정확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그 결과 그는 세계적인 건축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삶에서 더 강한 빛을 내는 곳은, 성취만큼이나 자신을 비워내려 했던 가우디의 투쟁이었다.

 

그는 자신 안에 생겨나는 허영심, 오만, 과시욕, 인정 욕구와 같은 탐욕들을 끊임없이 경계했다. 기나긴 단식의 시간도 그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무언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기도한 것이 아니라, 비워내고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원래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기도했다. 그가 손대는 곳은 파괴가 아니라 복원, 제거가 아니라 정리의 절차를 통과했다. 그렇게 그는 자연과 사람을 잇고, 세상에 질서를 세우고, 건축물을 완성하며, 자신의 내면까지도 정리해가며 삶을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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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을 담은 책에는 고통이 필연적으로 묘사된다.

 

가우디는 치열하게 일했고, 하늘의 뜻을 세상에 심고자 했으며, 자신이 품은 것을 성실하게 지키고 사랑했다. 그러나 사랑에는 언제나 상실이 따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곁에 있던 이들을 계속 떠나보내야 했다. 마음을 비워내고 자신의 일에 몰입하며 삶에 충실해도, 시간은 흐르고 죽음은 찾아온다. 그 고통스러운 생의 순서 앞에서 가우디가 한 일은 더 강하게 믿는 것이었다.

 

자신을 믿고, 하늘의 뜻을 믿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믿고, 자신의 노력과 그 결과물이 언젠가 세상에 반드시 의미를 내릴 것이라고 믿는 것.

 

이 책은 가우디라는 한 사람의 생을 찬찬히, 길게, 그리고 섬세하게 따라가며 한 인간이 어떻게 그토록 위대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는지 이해하게 한다.

 

믿음이 그 위대하고 웅장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지어냈다는 단순한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믿음이 가진 힘은 처음부터 거대한 나무처럼 단단하지 않다. 그것은 한 번의 망치질, 한 번의 손짓, 한 번의 발걸음을 가능하게 하는 작고 연약한 힘에 불과하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늙고, 죽고, 이별한다. 삶은 짧고 찬란한 순간과 길고 깊은 슬픔의 시간을 시험하듯 번갈아 우리 앞에 내려놓는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나아가야 할 의미를, 살아가야 했던 이유를 전부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더욱 가혹한 것은, 한 번 잃어버린 믿음의 힘을 다시 세우는 일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기어이 다시 살아갈 힘을 길러내야만 한다. 그 힘은 결국 다시 믿어보려는 마음에서 온다. 내가 세상에 태어남으로써 남길 수 있는 의미가 있다는 믿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약속에 대한 믿음, 죽음은 끝이 아니라 기억과 탄생, 그리고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는 감각. 우리는 그 믿음으로 다시 숨 쉬고, 다시 걷고,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믿음은 인간이 가진 가장 연약한 힘이지만, 생명과 만날 때 의지와 사랑, 존경과 충성이라는 무수한 가지를 뻗어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연약한 힘은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깊고 단단한 뿌리가 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인간은 자신이 믿은 것의 방향으로 조금씩 몸을 세운다. 우리가 어디로 뻗어나갈지, 어디에서 빛을 받고 누구와 연결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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