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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아름다움 뒤 슬픔, 그리고 슬픔 뒤 아름다움 -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 [도서]

왜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날까

by 박선주 에디터
2026.10.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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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궁금했다.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담을 수 있는 단어가 정말 많은데, 가끔 왜 슬픔, 눈물과 같은 말과도 나란히 존재하는 것일까. 아름다운 것은 왜 슬프고, 슬픈 것은 왜 아름다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는 어떤 감정들이 함께 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란히 존재하지 못할 이유는 사실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래 아름다움과 추함, 기쁨과 슬픔처럼 서로 반대되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분류’해 왔다. 굳이 아름다움과 함께 놓여야 한다면 슬픔보다는 기쁨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편리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감각을 낭비하게 하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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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이 책이 무언가 삶에 관해 논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삶에는 슬픈 순간도, 아름다운 순간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 알았으나, 마이라 칼만은 달랐다. 칼만은 이 책에서 ‘회한’이라는 감정에 슬픔과 아름다움 모두를 담았다.

       

      회한이라는 말에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을지를 오래 생각해 보았다. 회한은 후회보다 더 아프기도,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것이 이미 지나가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혹은 그 결정이 나와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책은 다양한 가족사를 화려한 색채의 정물화와 함께 제시한다. 색색의 가구와 액자들, 책상 위 화병, 피아노 치는 사람의 모습.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지만 짤막하게 쓰여있는 가족사와 함께 읽으니 묘하게 다가온다. 비어있는 거실에서는 한때 온기가 머물렀을 것 같았고, 거기 놓여있는 의자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덧그려졌다.

       

      가족사는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심상치 않았다.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펄먼 부인의 이야기, 평생 사랑하는 클라라를 위해 작곡하다 생을 마감한 브람스의 삶,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 체호프가 죽고 나서 사랑받고 있다는 이야기,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서 홀로 세상을 뜬 아버지의 이야기 등.

       

      칼만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마냥 슬프게만 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단정하지도 않았다. 그들 가족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었는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열어둠으로써 그들을 판단하기보다는 그러한 삶이 있었음을 바라보게 했다.

       

      화려함 뒤에 숨은 슬픔을 찾는 일은 어딘가 익숙했지만 슬픔 뒤에 숨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은 어색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슬픔을 화려함 뒤에 감춘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어도, 슬픔 뒤에 화려함을 감추는 것은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감춰진 화려함(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감춰진 슬픔을 찾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후회와 슬픔에 압도되면 아무것도 안 보여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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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회한의 감정을 다루면서도 어떤 가족들의 이야기를 가져온 걸 보면,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가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의 표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랑과 그리움이 있었다.

       

      가끔 엄마, 아빠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날 때가 있지 않은가. 거기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까. 너무 사랑해서, 미안해서, 혹은 너무 미워해서. 어쩌면 전부 다일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미움이라는 어쩌면 상극처럼 보이는 두 마음이 자꾸 부딪혀 후회라는 감정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왜 이렇게 가족과 후회라는 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일까. 가족이 아름다운 이유는 행복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있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이 책에는 총 두 번의 ‘음악적 막간’이 등장한다. 그중 하나의 음악에 이러한 가사가 있었다.

         

      ”웃음과 눈물은 어느 때나 여러 이유로 사랑 속에 찾아오지“ - 웃음과 눈물, 프란츠 슈베르트5

       

      사랑과 기쁨에는 슬픔도 필요하다. 때론 눈물도.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가 기억 구슬 속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나의 기억이라도 그 속엔 사실 행복했던 기억, 슬픈 기억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애틋함’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 이제 보니 이 단어에는 슬픔과 아름다움이 잘 혼재되어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슬픔에는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고, 아름다움은 슬픔이 존재해서 더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문득 슬퍼지는 것은 그것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족과 우리 일상도 그렇다.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기에 슬프다.

       

      하지만 분명 또 다른 기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라고 칼만은 말한다.

        

       

      “모든 이가 삶을 이어간다.

      모든 이가 절망을 재고한다,

      모든 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모든 이가 삶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p.123

       

       

      후회를 계속 끌어안고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잊힌다는 그 사실이 때로 위안을 주기도 한다. 누군가는 비열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후회를 아름답게 포장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 회한이 어렴풋해질 때쯤에는 새로운 기쁨과 함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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