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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후회는 삶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 [도서]

살아왔기에, 사랑했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후회'를 경험한다.

by 손혜림 에디터
2026.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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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의 원제는 ‘still life with remorse’이다. 직역하면 ‘후회가 깃든 정물화’. 미술에서 정물화를 뜻하는 ‘still life’는 한편으로 ‘고요한 삶’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후회를 품은 고요한 삶.


      세계적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이라 칼만은 이 책을 두고 "이 책은 내가 일흔여섯이 되어서야 쓸 수 있었던 이야기다." 라고 소개한다. 이 책은 51점의 정물화와 함께 자신의 가족사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가족 역사 사이사이에, 톨스토이와 카프카, 말러와 체호프 같은 예술가들의 삶을 불러와 단상을 이어간다. 가장 개인적인 가족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삶의 이야기가 된다.


      ‘후회 (remorse)’

       

      무엇보다도 이 책의 주인공은 특정 인물이 아닌 우리가 품고 살아가는 후회라는 감정이다.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었던 순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사람,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죄책감.


      칼만은 그 감정을 후회라는 이름으로 불러낸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후회를 결코 비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살아왔기에, 사랑했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후회'를 경험한다. 후회는 삶의 실패가 아니라 삶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칼만이 밝고 화려한 색상으로 그린 꽃, 과일, 접시, 의자 등은 모두 평범해 보이는 사물이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에는 한 사람의 생애가 들어 있다. 고요하게 정지한 사물들 속에서 사랑과 배신, 기쁨과 슬픔, 상실과 그리움이 움직이고 있음을 그림 곁의 글을 통해 드러난다.


      다채로운 그림 곁에 때로는 웃기고, 엉뚱하고, 어느 순간 가슴을 찌르는 짧은 이야기들이 놓여 있다. 그렇게 책 속 사람들의 후회가 나의 기억으로 옮겨온다.

       

       

      고통에는 회한도 담겨 있을까?

      나는 톨스토이 부부의 속내까지는 알지 못한다.


      인간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쓸 때면,


      안개가 내려앉는다.

       

      P18

       

       

      칼만은 가장 내밀한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단면을 길어 올린다. 열세 명의 아이를 두었지만 끝내 서로를 증오하게 된 부부. 남편 로베르트 슈만을 비극적으로 떠나보내고도 일곱 남매를 홀로 키워낸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 아버지를 견디지 못해 집을 떠나야 했던 칼만의 어머니. 그리고 말년에 치매를 앓다 요양원에서 홀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를 향한 회한과 슬픔까지.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 안에서 겹쳐진다.

       

      누군가의 사랑과 상실은 다른 누군가의 기억과 맞닿고, 그렇게 이어진 이야기들은 읽는 이의 마음 한편을 오래 두드린다.

       

       

      웃음과 눈물 – 프란츠 슈베르트 


      웃음과 눈물은 어느 때나 여러 이유로 사랑 속에 찾아오지 

      아침엔 기쁨에 겨워 웃고

      저녁 어스름엔 흐느끼는 이유를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하네.


      P89 


       

      눈물과 웃음은 언제나 사랑 속에 함께 찾아온다. 기뻐서 웃다가도 어느 순간 슬퍼지고, 슬퍼 있다가도 다시 웃게 된다. 삶은 그렇게 한 감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말하지않고 그저 노래하는 것.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봄은 오고, 새들은 노래한다. 후회가 없는 삶이 아니라, 후회까지 품고 살아가는 삶. 그것이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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