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어떤 배우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이름만으로도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배우, 내게 그런 배우는 아오이 유우다. 작년 공개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아수라처럼>도 마찬가지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만으로도 작품을 볼 이유는 충분했지만, 오랜만에 드라마 속 아오이 유우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반가웠다.
18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 돌아온
요즘 드라마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시즌 하나를 끝낼 수 있다. 나 역시 몰아보기를 좋아해 마지막 화까지 단숨에 달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매주 한 편씩 공개되기 때문에 한 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한 화만 내보낼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다음 화 공개 날짜를 확인하고 방송 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기다림 덕분에 일주일 동안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상상하는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그 시간마저 드라마를 즐기는 과정이 되었다.
<티셔츠가 마를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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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는
작품의 주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중심에는 코인 세탁소가 있다. 빨래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는 서로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버스 사고로 각자의 배우자를 잃게 된다. 남자는 배우자의 숨겨진 관계를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여자 주인공에게 전하는 순간 드라마는 첫 화의 막을 내린다. 두 사람은 첫 화에서 그저 제목 그대로 빨래가 마를 때까지 시간을 보냈을 뿐이었다.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처럼 보였던 시간은 단 한 번의 반전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세탁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어떤 만남이 이어졌는지 상상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숨겨진 진실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가 가까운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배우자의 비밀이 더욱 가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진실을 물어야 할 당사자가 이미 세상이 떠났다는 사실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더 이상 확인 할 수 없는 기억과 마주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아간다.
아오이 유우가 연기하는 인물 역시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이츠키라는 여성과 남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사고가 난 버스 안에서 왜 두 사람이 함께 있었는지,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선다.
3화에서는 남편이 사고 직전 버스에서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또 다른 의문을 남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진실을 기다리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정말 누구였는가, 그리고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라는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아직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총 8주라는 긴 시간 안에 남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섣불리 평가하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아오이 유우를 만나기 위해 시작한 작품이 어느새 한 사람의 마음과 관계의 균열을 바라보는 이야기로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는 좋아하는 배우를 매주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고, 오랜만에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흥미롭다. 어떤 결말에 닿게 될지, 혹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결말을 향해 기다리는 시간 역시 이 드라마가 내게 남긴 또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다.
이 드라마의 OST를 맡은 haruka nakamura 음악을 들으며 다음 화를 기다린다. 지난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고, 다음 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그려본다.
나는 그렇게 또 다음 주 목요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