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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들 [도서]

불안과 간절함은 어떻게 믿음이 되는가

by 강효정 에디터
2026.09.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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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유튜브에서 사주나 타로 영상을 자주 본다.


      영상을 보다 보면 내 상황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것 같은 말이 나오면 신기해서 더 찾아보게 된다. 미래가 궁금하기도 하고 앞으로 조금 더 나은 상황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주와 타로를 처음부터 진지하게 믿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미신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여러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말 있을 수도 있잖아?’


      책 <골고루 먹고 가시게>를 고른 것도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한국 무속을 소재로 한 네 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내가 평소 궁금해하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했다. 그중에서도 김아직 작가의 ‘사람 고기를 내어드리니’가 가장 인상 깊었다.


      무속과 관련된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굿판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제대로 마주한 적은 없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무속의 세계와 오래 이어져 온 믿음, 구전 이야기,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됐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 고기를 내어드리니’를 읽으며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영혼이 살아 있는 사람들 곁에 머문다는 것을 믿는가?


      나는 아직도 그 질문에 확실하게 답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세상에서 갑작스럽게 비명횡사한 사람이라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나라도 그렇게 죽었다면 쉽게 사라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에게 매달려 괴롭히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죽어야 했는지 아무에게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이 얼마나 허망할까. 그래서인지 한국의 무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한’이라는 감정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한’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억울함과 허망함, 처절함과 간절함, 고통이 뒤섞인 감정이다. 말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지는 감정이기도 하다.


      굿판을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 떠오른다. 한쪽에서는 가족들이 하염없이 울거나 고통스러워하고, 정신없이 북소리가 이어진다. 무당은 칼을 휘두르며 서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자신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신의 말을 듣고 전하려 한다.


      나는 이런 장면을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았다. 그래서 무속을 그저 신비하고 무섭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나니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에 생긴 병은 눈에 보이니 병원에서 진단할 수 있다. 마음에 생긴 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설명하기 어려운 고통과 억울함을 어디에 털어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무당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듣고, 보이지 않는 원인을 찾으려 했던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왜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까


       

      무당이 대물림되는 가족을 볼 때마다 나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DNA 구조에 무당이 되는 필수 조건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여러 세대를 거쳐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 신내림을 거부하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아프고,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는 이야기 역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세계다.


      그러다 문득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왜 한국에는 유독 무당이 많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무당과 신점, 타로를 보는 걸까.


      나의 경우를 생각하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래가 궁금해서다. 사고를 피하고 싶어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고 싶어서다. 어쩌면 지금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다. 사주나 타로를 보는 데에는 재미도 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신기하고,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서 또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악한 기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앞으로 조금 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며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이 맞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신점을 보러 가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가족 중 누군가가 너무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는 등 연이어 큰일이 생긴다면 나라도 어딘가에 기대고 싶을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견디기 힘들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작은 희망을 찾고 싶을 것이다. 그런 사람의 믿음을 단순히 미신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까.


      물론 무속과 신점, 사주와 타로를 믿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나 역시 모든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찾을 만큼 간절했다는 사실까지 가볍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나다


       

      <골고루 먹고 가시게>를 읽으며 나는 미신에 대한 궁금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와 세계관을 함께 맛볼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구전 이야기와 믿음,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 이 책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인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


      미래가 궁금한 마음.

      죽은 사람의 억울함이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

      가족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


      결국 사주와 미신, 신점은 모두 사람의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내가 태어난 사주 일시를 바꿀 수 없다. 이미 지나간 시간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정해진 사주를 토대로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듬어가는 것은 나의 의지에 달려 있다. 사주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도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국 내가 결정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가끔 사주나 타로를 볼 것 같다. 재미로 볼 때도 있고, 답답한 마음에 찾을 때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내 삶의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일이 아니라 아직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 <골고루 먹고 가시게>에서 나는 무속의 이야기를 골고루 맛보았다. 서늘한 이야기와 낯선 세계관도 만났고, 오래된 믿음과 사람들의 간절함도 들여다보았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미신에 대한 확신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싶은 만큼 사람은 누구나 더 잘 살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마음만큼은 아주 현실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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