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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감정 시리즈 04 : 무서움이라는 건

무서움의 이유를 알자.

by 손수민 에디터
2026.09.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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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겪은 일들이 무엇을 무서워하는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무서운 것도 있겠고 다른 이유로 무서운 것들도 있겠지만 ‘내가 무서워하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내가 과거에 겪은 일을 바탕으로 생성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에게 ‘무서움’이란


       

      무서운 감정은 비와 같다고 생각한다. 비는 조금씩 우리의 몸을 적신다. 시간이 지나면 옷도 젖고 온몸에서 물이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 우산을 쓰더라도 발이랑 다리는 약간씩 젖는다. 어디를 밟았는지에 따라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었는지에 따라 젖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완전히 젖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게 정론일 것이다.

       

      어떤 것을 무서워하던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피하면서 살 수 없다. 물론 일정 부분은 100% 피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무서워하는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마치 발표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많지만 살다 보면 결국 빈번하게 발표하는 등의 일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서움을 극복하려면

      왜 무서운지 알아야 한다.


       

      무섭다는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그 무섭다는 감정이 왜 생겨났는지를 아는 것이다. 무서워하는 모든 것들의 이유를 알 수는 없겠지만 일부는 내가 그걸 무서워하는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혼자 헬멧 쓰는 게 무섭다. 이유는 별로 특이하지 않다. 그냥 어릴 때 자전거를 탄다고 헬멧을 가지고 나왔었다. 1층에 내려와서 헬멧을 쓰고 밑에 버클을 채우다가 찝혔기 때문이었다. 혼자 내려왔어서 그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아픈데 보이지는 않고 이렇게 둘 수는 없고 그래서 눈물 찔끔 흘리면서 만지작거리다가 해결했었다. 그러고 나니 헬멧을 혼자 있을 때 쓰는 게 조심스럽고 무섭다. 왜 무서워하는지 알고 있어서 헬멧을 쓸 때마다 조심스럽게 버클을 채우니 다시 그 일이 일어날 일은 거의 없지만 무서움이 완전 없진 않다.

       

      그리고 방문 틈에 들어간 부분에 손 넣는 것도 무서워한다. 거기에 손가락을 왜 넣느냐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초등학생 때 심심해서 돌아다니다가 그게 눈에 들어와서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다가 쫙 긁히면서 손가락에서 피가 맺히고 꽤 크게 다쳤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건 계곡이나 바다처럼 물이 흐르는 곳에서 발이 닿지 않은 상태로 튜브를 타는 게 무섭다. 어릴 적에 있었던 사건 때문이다. 계곡에서 놀던 나는 어쩌다보니 중간에 물길을 터놓은 곳에 빠져서 빠른 유속을 타고 계곡 아래로 떠내려갔다. 다행히 밑에 계시던 어떤 아저씨가 잡아주셔서 큰 사고가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꽤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 중 하나이다. 그때 떠내려가는 나를 잡으려 뛰어오는 부모님의 모습이랑 그렇게 떠내려가면서 어린 내가 했던 생각까지 다 기억날 정도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 초등학생 때와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계곡에서 놀기도 하고 바다에서 놀기도 하고 그랬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하다가 깨닫게 되었다. 계곡이나 바다에서 그냥 서서 놀거나 바다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타서 물에 떠 있는 건 괜찮은 편이다. 근데 혼자서 떠다니는 건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게다가 계곡에서 일어났던 사고다 보니 계곡에 발을 담그는 것도 왠만하면 피하고 싶다. 물론 그 상황이 싫거나 하는 건 아니고 발을 담그고 노는 건 시원하고 즐겁겠지만 그냥 무의식적으로 계곡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외에도 여러 무서워하는 게 있고 일부는 그 이유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무서움을 극복하는 건 왜 무서운지 아는 것부터 시작되지만 이유를 안다고 해서 그 무서움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두 가지의 무서움 중에서 헬멧은 내가 조심하면 되는 것도 있으니 헬멧을 착용할 때마다 살이 찝히지 않도록 조심하는 정도로 끝나고 전보다 덜 무서워하게 되었지만 흐르는 물 위에서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건 하나도 극복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와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복할 수 없는 무서움이더라도 이유를 안다면 그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이유를 설명해 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어쩌면 생길지도 모르는 갈등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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