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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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요즘 다양한 드라마나 영화들이 원작을 배경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도 여러 작품이 만들어졌었고 이런 작품들은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던 글이나 웹툰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도 거의 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보고 싶지 않았다. 나만의 보는 순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작이 웹툰이라면 그나마 나았다.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오히려 재미있게 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예(얼마 없지만)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있고.

 

하지만 원작이 글이라면 변하는 걸 정말 싫어했어서 해당 작품을 바탕으로 다른 작품이 만들어져도 새로 창작된 것을 알기만 하지 보지는 않았었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캐릭터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면서 다른 성격이나 상황을 가지게 되어 오히려 나의 집중력을 깨트리게 만들고 재미가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보통은 일단 보기 시작한 영환데... 하면서 끝까지 보는 편이었는데 정말 영화로 본 걸 후회했던 영화가 하나 있었다. 소설과 달리 영화나 드라마는 현실적으로 촬영을 해야 하다보니 조금씩 변경할 수는 있겠다는 걸 감안하고 봤었지만, 책장을 무너뜨리거나 총을 쏴서 유리를 뚫어서 공기가 통하게 만드는 등의 행동은 충분히 현실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다르게 변경해서 정말 많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중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접했던 이 책은 해당 책들뿐만 아니라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수없이 읽을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그에 대한 나의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어서 다시는 글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을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정말 예외지만 딱 하나 원작과 영화의 흐름 둘 모두를 좋아하는 게 하나 있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접한 상황도 상황이지만은 흐름이 둘 다 재미있었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작품은 ‘마션’이었다. 2015년에 개봉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학교 도서관에서 마션 책을 발견한 나는 잠깐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대여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원작은 원작만의 상황을 갖추고 있었고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돌발상황도 여럿 있었고 영화 마지막 해결 장면도 약간 달랐었다. 그래서 이 영화만큼은 여전히 원작과 영화를 모두 즐기고 있다.

 

개인적 취향이 그렇다보니 항상 원작을 본 뒤에 그 원작을 바탕으로 창작된 것은 정말 한두 개의 예외를 제외하고서는 일절 보지 않았고 2차 작품을 보고 나서 재미있으면 원작도 한 번 읽어보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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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변하고


 

그래서 나는 원작이 작품화되면서 변하는 걸 개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책 <무대 뒤에 사는 사람>을 읽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다.


 

원작 또는 영화와 차별성을 갖는 방법은 이런 거다. 원작을 이미 접한 사람들이 공연을 재미있게 보려면 예상대로 전개되어서는 안 된다. 예상한 대로 흘러가면 흥분지수가 오르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질 확률이 높다. 작품 자체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다음 장면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대 뒤에 사는 사람> 111-113p

   


원작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 많아지면서 중증외상센터처럼 많은 인기를 끄는 작품들도 다수 나왔지만 원작이 변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부분은 무대에 올릴 때 원작과 영화와의 차이를 두려는 부분이라 약간 다르겠지만 그래도 원작을 기반으로 창작되는 작품들이 내용이나 구성을 바꾸는 이유는 ‘원작과의 차별성’을 갖기 위함이라는 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변형해야 원작과의 차별점이 생겨 시청자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나의 태도를 고수할 것 같다. 하지만 한두 번쯤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도 시선은 줄 수 있겠지 싶은 마음이 든다. 이해한 것과 그걸 내 삶에 반영하는 건 다른 거니까. 원작이 변하는 이유를 알고 이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원작이 유지되는 편을 오히려 더 좋아하는 편이기에. (무대 위에 올라가는 건 조금 다를 수도?)

 

 

 

협력하면 


 

나는 어릴 적에 잠깐 학교에서 연극을 해본 적이 있었다. 방과후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학교 행사에 올라가서 연극을 직접 해보고 마지막에 몇 명씩 인사하는 것까지 직접 해보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봤었다.

 

처음은 한국어로 한 연극이었다. ‘황소와 도깨비’였던 것 같은데 등장인물에 비해 인원이 부족해서 1인 2역을 맡아서 했었다. 나는 장난꾸러비 도깨비와 소도둑2를 맡아서 연기했었는데 처음에는 그 긴 대본을 어떻게 외우나 싶었지만 자주 만나서 대본을 보고 연습하고 옷도 갈아입어보면서 연습하다보니 자연스레 암기하게 됐었다. 또 연습할 때보다 오히려 무대 위에 섰을 때 더 잘 되었던 부분도 있었다. 소도둑2가 도망가면서 넘어지는 장면을 연출해야 해서 무대에서 나가면서 일부로 넘어져야 했었다. 그런데 연습할 땐 엉거주춤 넘어지거나 약간 넘어지면서도 아 일부로 넘어진다가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막상 무대 위에서 넘어질 때에는 정말 얘가 뛰어가다가 넘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넘어졌었다. 밑에서 보고 있었던 엄마도 엄청 아플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이 연극이 끝나고 커튼콜로 몇 명씩 나와서 인사를 할 때 그 밝은 무대 위에 같이 땀을 흘리며 연습한 사람들과 서서 어두운 객석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앞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상황이 나에겐 엄청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만큼 감동을 받고 강렬하게 남은 기억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두 번째로는 영어로 영화 ‘애니’를 연극한 것이었는데 이 연극도 여러모로 준비하는데 힘들었었다. 춤추는 장면부터 영어로 노래 부르는 것까지 말이다. 세 번째 기억은 연극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팀원들과 대본부터 시작해서 옷 준비와 소품 및 배경 제작 그리고 연습까지 여러 번 해본 적이 몇 번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 조별로 역사 인물 관련해서 간단한 극을 하나 만들어오라고 하셨고 친구들과 열심히 만들어서 반 앞에서 연기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크면서도 몇 번 만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간단히 무대 등장인물과 구성만 만드는데도 힘이 들고 수많은 협력을 해야 하는데 공연에서 무대 조명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소품 배치와 환경 구성 등을 보면 마음 한 켠에는 존경심과 감사함이 생기곤 한다. 작게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 커다란 무대를 꾸미고 시간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시켜야 한다니! 그리고 그렇게 완성한 배경과 소품들로 이렇게 멋진 무대를 만들어 주시다니! 하면서 말이다.

 

책의 195p와 205p의 한 부분을 읽으면서 협력과 그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주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위기에 노출되어 있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그러면서도 나아가야 한다. 만에 하나 배가 좌초된다면 누가 노를 열심히 저었고 누가 덜 저었는지에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은 피해를 입게 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렇게 노력하여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게 전부이다. - 195p

 

이렇게 모든 위기는 천재지변처럼 생기고, 천재지변을 넘어서는 건 사람의 힘과 노력이다. 결국 사람이 해결책이라는 걸 새삼스레 다시 한 번 느낀 그때 그날을 잊지 못한다. - 205p

   


‘협력’의 중요성은 무대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전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살아가다보면 수없이 많은 고난이나 실패를 겪게 될 텐데 때마다 팀원들과의 협력이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위기가 예고하고 닥쳐오는 게 아니고 또 예상할 수 없듯이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사람들의 힘과 노력이 모여서 가능한 것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이었다.

 

 

 

OTT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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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띠지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쿠팡플레이, 애플TV+ 이거 다 구독해도 공연 티켓 한 장보다 저렴해” 가격적으로 비교하면 맞는 말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는 공연이나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는 그 맛과 매력을 놓지 못한다. 오히려 OTT로 무언가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한다. 물론 이건 내가 OTT로 보는 상황이 되면 언젠가 볼 수 있으니까, 다시 볼 수 있으니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 일상에 치우친 삶을 살게 되고 어느 순간 그걸 보고 싶었던 마음까지 식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내가 OTT를 구독한다면 한 달 동안 아무런 것도 보지 않은 나를 마주할 게 거의 백프로 확실해서 아예 구독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OTT를 구독하지 않았다.)

 

책 237p부터 241p까지, 공연에서만 느껴지는 매력을 다루고 있다. OTT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에서 같이 느끼고 매번 달라지는 상황 중에 하나를 내가 같이 있다는 것이, 멈출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어울려 이전을 다시 돌려볼 수 없다는 점, 그러한 모든 부분 부분들이 공연과 영화 등 현장에서의 관람을 택하게 만드는 점이다.

 

*

 

이 책을 읽다보면 무대를 위해서 뒤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여러 직업에 대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직업명부터 어디선가 들어본 직업명까지 다양한 직업에 대해 읽다 보면, 한 번의 무대를 위해서 관객의 눈에 보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모였는지를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미래를 단정지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제작해서 준비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나 공연처럼 크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다른 것들을 준비하고 보여야 하리라 본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더 없이 인상깊었다. 공연기획자라는 직업과는 크게 연관이 없지만 그 직업으로부터 경험을 듣고 배울 점이 얼마나 많을지 그런 기대를 갖고 책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점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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