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삶의 목적이다.
— 〈죽은 시인의 사회〉 중
1959년 미국. 전통, 명예, 규율, 일류로 이루어진 4대 교훈을 따르는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로 기억되고 있는 작품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기라는 뜻의 라틴어 문장을 수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명언으로 각인시키기도 했다.
해당 영화를 원작으로 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가 지난 7월 18일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막이 올랐다. 지난 201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 무대화 이후 10년 만의 한국 상륙이다.
연극은 큰 각색 없이 영화와 내용 흐름을 동일하게 가져가되, 세부적인 내용 면에서는 연극 문법에 알맞은 변형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음악의 사용이었다. 연출과 윤색을 맡은 조광화 연출가는 프로그램 북에서 “영화편집본 같은 짧고 빠른 장면들은 활력이 넘치나 무대에 담기 어려운 점도 있는데, 음악의 힘으로, 인물들의 불안정한 열정과 빠르고 짧은 장면들을 이어붙이려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말처럼 〈죽은 시인의 사회〉의 첫 장면은 음악 그리고 안무와 함께 시작했고, 커튼콜 역시 음악과 안무와 함께 끝났다. ‘피츠’와 ‘홉킨스’ 역의 배우는 연기와 동시에 클라리넷과 트럼펫 연주를 하기도 하는데, 이 점 역시 인상 깊었다.

커튼콜, 배우들은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인빅터스(Invictus)〉 시구 중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을 노래에 맞춰 외치며 춤춘다. 사진=최수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작중에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현재를 살아라.’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인생을 즐기라는 것은 몇 년 전 유행했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와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는 비슷한 듯 다르다.
키팅 선생님은 인생을 만끽하되, 내동댕이치지는 말라며 ‘도전할 때와 물러설 때’가 있다고 말한다. ‘욜로’가 순간의 즐거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카르페 디엠’은 극 중 학생들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장면은 키팅 선생님 역시 기존의 질서와 체제 안에서의 절충안을 제시한다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의미와 가치는 1989년 영화 개봉 이후 40년이 되어가는 현재도 유효하며,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필요한 문장일 것이다.
공연장에는 가족 단위로 온 관람객도 많았다. 부모 세대에게 원작이 인생 영화였다면, 자녀 세대에게는 이번 연극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처음 접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에 더해 커플의 데이트나 젊은 팬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관객으로 좌석이 채워졌다.

닐 페리 역, 찬희
배우들의 ‘연극 데뷔’가 많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존 찰스 키팅’ 선생님 역의 배우 차인표와 연정훈은 드라마와 영화에 여러 번 출연하여 익숙한 배우이나 연극은 첫 도전이다. ‘닐 페리’ 역을 맡은 이재환(VIXX 빅스, 켄)과 찬희(SF9) 역시 첫 연극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닐의 대사 하나하나가 더욱 와닿았다.
이 외에도 많은 주조연이 신인이었지만, 그들의 연기만큼은 기성 연극배우 못지않았다. ‘찰리 달튼’, 혹은 자신이 지은 이름 ‘누완다’ 역은 배우 이종혁의 아들 ‘이탁수’가 맡아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수준급의 연기 실력을 보여주며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소년 이미지를 완벽히 소화해 냈다.

사진=최수인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는 9월 13일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스포일러 없이 연극 먼저 관람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